베켄바우어와 견관절 탈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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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켄바우어와 견관절 탈구
  • 승인 2010.05.27 0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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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상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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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라운드의 한방스포츠학(8)
그라운드의 한방스포츠학(8)

베켄바우어와 견관절 탈구

“각본 없는 드라마”라는 스포츠의 명장면들을 가끔 보게 된다. 불과 며칠 앞둔 2010년 남아프리카 월드컵을 앞두고 과거의 멋진 경기와 골 장면들이 방송되는데 최근 눈에 띤 프로그램이 있어 소개하고자 한다.

1970년 멕시코 월드컵 준결승전 이태리와 서독의 경기. 이탈리아가 전반 초반에 먼저 득점을 해 강한 수비를 했지만 후반 47분에 서독에게 동점골을 허용, 연장전에서 동점과 역전을 거듭한 끝에 이탈리아가 4 : 3으로 승리했다. 이 경기에서 베켄바우어는 탈구된 어깨를 동여매고 초인적인 정신력을 발휘하여 경기가 끝날 때까지 뛰었다. 서독 팀은 두 명의 교체선수를 다 썼기 때문에 그렇게라도 뛸 수밖에 없었다.

어깨에 탄력붕대를 동여매고 마치 팔걸이를 한 모습으로 축구를 한다고 생각을 해보자. 팔을 자유자재로 움직일 수 없다는 것은 달리기를 할 때도 스피드가 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선수끼리 부딪히는 동작에서는 극심한 통증이 발생했을 것이다. 독일의 분데스리가에서 활약했던 차범근 선수의 이야기가 나올 때는 항상 베켄바우어가 뒤따를 정도로 그 선수는 한국에서도 유명한 선수였다. 선수로서, 감독으로서 유일무이하게 월드컵을 손에 쥐었던 선수이기도 하다.

어깨관절의 탈구는 운동선수들에게 드물기는 하지만 가끔 발생하는 질환 중 하나다. 영화 <러셀웨폰>에서 멜 깁슨이 열연한 형사도 습관성 어깨관절 탈구로 고생하고, 이 질환으로 생명을 건질 수 있던 스토리가 나온다. 어깨관절의 탈구는 특히 그라운드나 실내 코트 혹은 얼음판 위에 어깨관절이 직접 닿는 경우 가장 많이 발생하며, 일반인의 경우 아기나 물건을 들고 있는 상태에서 물체를 놓치지 않으려고 하다가 어깨가 직접 지면에 닿는 경우에도 발생한다.

어깨관절의 탈구는 상완골 두의 해부학적 위치에 따라 상방, 하방, 전방 및 후방 탈구로 분류된다(전방 탈구가 가장 흔하다). 탈구가 발생하면 일단 양 팔의 길이가 갑자기 달라지며, 힘을 가하더라도 아픈 부위의 팔을 들어 올릴 수 없다. 탈구가 발생하였을 경우 가능한 빨리 정복(整復)을 하여 근육 경련을 줄여 어깨관절 주위의 신경과 혈관이 손상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정복을 한 후에는 아시혈을 처치하고, 전완과 상완이 회내되는 방향으로(유인원의 knuckle-walking 모양) taping을 해주고 팔걸이를 해주면 빠른 회복을 유도할 수 있다.

하상철/ 대한스포츠한의학회 명예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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