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의서산책(453)- <음식디미방>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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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의서산책(453)- <음식디미방>②
  • 승인 2010.05.26 1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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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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藥으로 먹는 음식

고의서 산책(453)- <음식디미방>②

<음식디미방> 말미에 실린 글. 저자의 애뜻한 뜻이 담겼다.   

 

 


藥으로 먹는 음식 

앞서 말한 바와 같이 이 책에 면이나 떡과 과자, 생선이나 육고기 요리, 술 빚는 방법과 초나 젓갈 담그는 법에 이르기까지 집안에서 해먹을 수 있는 갖가지 요리제법이 두루 망라되어 있다. 그러나 한 가지 분명하게 짚고 넘어가야 할 점은 어떤 요리에 한두 가지 약재가 들어갔다고 해서 절로 약선이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예컨대 동 시기에 널리 퍼져있었을 <동의보감>(잡병편·諸法)에도 상당수 약술 제조법과 누룩 빚는 법이 수재되어 있지만 일반 조리서에 나온 양주방과 거의 일치하지 않는다. 즉, 같은 양주방이라도 의서에 기록된 약주는 분명한 치료 목표가 설정되어 있고 제법이 엄밀하게 설정되어 있다. 이에 비해 민간에서 전해져온 술 제조법은 손끝에서 눈대중으로 가늠하면서 다양한 맛과 향취를 목적으로 개발된 것으로 이른바 ‘家釀法’ 혹은 ‘常法’이라고 부른다.

이 책에 기록된 양주방 가운데서 효능이 기재된 것은 오직 五加皮酒 하나 뿐인데 “공복에 먹으면 풍증이나 시리고 저려 불인(不仁)한 증상을 고칠 뿐 아니라 …··· 지금 사람들은 병이 끊이지 않고 短命하니 모든 일을 다 버려두고 먹으라”고 하였다.

누룩만 해도 약용으로 쓰이는 것은 神麴이라 부르는데, 藥典에 기록되었다 해서 일명 ‘藥典麴’ 혹은 ‘法麴’이라 부르면서 제조 기일까지 정해 놓고 엄정하게 관리하였다. 또한 乾薑法에 보면 “생강을 껍질을 벗겨서 썰어 급하게 볕에 말려 두고 쓰라. 약에 들어가는 건강과는 다르다”고 하여 보통 약용으로 쓰는 경우, 留皮하여 저며서 쓰는 방식과는 분명하게 구분하고 있다.

이에 반해 이 책에 기재된 酒麴方은 경험적으로 체득된 조제법을 기록한 것으로 계절이나 일기 상황을 고려하여 시의적절하게 변통하는 방법을 위주로 기술되어 있다. 특별히 봉상시(奉常寺)에서 만드는 방법도 수재한 것으로 보아 왕궁에서 사용하던 방법이 점차 반가에 전해져 파급되었던 것으로 추측할 수 있다.

계절 일기 등 고려 酒麴方 변통법 기술
참깨국물 말아 만든 국수, 土醬국 명명


따라서 음식을 만들 때 빛깔을 곱게 장식하거나 맛이나 향을 돋우기 위해서 약용으로 쓰이는 재료가 일부 첨가되었다 해서 마치 특정한 치료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약선이라고 호도해서는 안될 것이다. 그것이 치료 목적이던 건강 보조수단이든 의료의 차원에서 제조되고 한의학적 원리에 의거하여 배합되었다면 전문가의 수준에서 적정 여부가 판단되어야 할 것이다. 이러한 의미에서 질병 치료와 체질 개선을 위한 약선을 개발하고 처방하는 것은 한의학의 영역에서 하루 바삐 체계화해야 할 분야라고 생각한다.

재료 측면에서는 오늘날과 같은 갖은 양념보다는 천연재료의 비교적 담백한 맛을 즐겼던 것으로 보인다. 아직 고추가 등장하지 않고 있으며, 이 책에서는 주로 川椒나 胡椒를 사용하고 있는 것도 특징적인 면모이다. 또한 국수(着麵法, 녹두수제비, 細麵法)에는 오미자차에 꿀이나 얼음을 넣어 쓰고 만일 오미자차가 없을 경우에는 참깨 국물에 말아서 만드는데, 이것을 土醬국이라 하여 오늘날 된장을 풀어서 만드는 국물과는 사뭇 다른 것을 볼 수 있다.

특별히 이 책의 말미에는 장씨 부인이 자손에게 이르는 말이 적혀 있는데, 자신의 평생 경험을 오롯이 전해주고자 하는 애틋한 심정이 담겨져 있다.

“이 책을 이렇게 눈이 어두운데 간신히 썼으니 이 뜻을 알아 이대로 시행하고 딸 자식들은 각각 베껴가되, 이 책을 가져갈 생각일랑 내지 말며 부디 상하지 않게 간수하여 쉽게 버리지 말라.”

경험 많은 老大家가 제자에게 秘法을 전수하는 심정이 이러했을까?

안상우/ 한국한의학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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