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한평원의 발전 방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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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한평원의 발전 방안
  • 승인 2010.05.21 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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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규석

안규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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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양방 협진… 서양의학 소통 필수
본지는 7회에 걸쳐 ‘시리즈 한평원 해부’ 기획기사를 내보냈다. 한평원은 중요성에 비해 4년여 동안 무풍지대와 다름없었다. 검증과 견제, 독려가 없이는 그 어느 기관도 발전을 기약할 수 없다. 고인 물은 썩기 마련이다. 끊임없는 자기 갱신만이 진화를 보장할 뿐이다. 시리즈를 지난 주에 끝내며 안규석 한평원 원장의 글을 받았다. 한평원 책임자의 발전 전략과 비전 제시를 육성으로 독자들에게 전달해주기 위해서다.
-편집자 주

한‧양방 협진… 서양의학 소통 필수
교육제도 6년‧ 4+4‧ 7 혹은 8년제 검토

한평원의 발전 방안  

한평원 해부 시리즈를 시작할 때는 솔직히 기분이 좋지는 않았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이번을 기회로 발전할 수 있는 분위기 조성의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가져보기도 했다. 그러나 그것은 역시 기대에 그치고 말았다. 무엇보다 핵심적인 문제점을 제시하고 분석하여 제대로 된 대안을 제시하지 못한 것이 아쉬운 점이다. 아마도 그것은 여러 가지 사정으로 인하여 대부분의 취재를 몇몇 지인들의 면담이나 전화에 의존할 수밖에 없던 결과가 아닌가 추측해 본다.

한의학교육평가원은 평가 및 교육에 관한 제반 문제를 점검하여 한의과대학이나 전문대학원이 국내 및 국제적 경쟁력을 갖추어 FTA 체결로 인한 교육 및 의료 서비스 개방에 대비하자는 것이 그 첫번째 임무이다.

그 역할을 담당할 수 있도록 교과부에서 인정기관으로 지정을 받아야 하는 것이 당장의 문제이다. 이를 위해 준비해야 하는 필수조건으로 상근 직원이 2명 이상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의 한평원 예산으로는 도저히 불가능한 일이다. 그래서 지난 2년간 대부분의 사업과 경비를 줄여서 직원 한 명을 2년간 감당할 수 있는 예산을 겨우 확보하였다. 이렇게 하여 언제까지 지탱할 수 있겠는가? 협회의 지원금으로는 직원 한 명 감당하고 나면 얼마 남지 않는 실정이다.

고정수익 창출 문제
현재 한평원 수익은 협회의 지원금이 대부분이고, 병협 학장협 학회 개원협의 운영비 지원금과 이자 수익금으로 이루어져 있다. 최근 2년 간은 교과부의 연구비 지원이 있긴 했으나 이것으로는 큰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한 계획은 꿈도 꿀 수 없다. 그래서 고유 사업으로 인한 고정적인 수익이 반드시 필요하다. 그 방법 가운데 하나로 졸업 후 모든 교육 및 시험 즉 한의사의 보수교육, 전문의 교육 및 시험, 면허관리 등을 한평원이 주관할 수 있도록 한의계가 합의해 주어야 한다. 이 문제는 협회의 임원진이 바뀔 때마다 진지하게 설명하였으나 이루어지지 않았다.

가장 급선무가 전문의 문제 해결이다. 전문의 문제는 벌써 몇 년째 협의하고 있으나 협회 병협 학회 개원의 학생 간의 입장 차이만 확인하고 결론을 내지 못했다. 사실 이 문제만 해결되었어도 한평원이 지금처럼 어렵지는 않았을 것이다. 지난 얘기이지만, 협회는 일반 개원 한의사들에게 조금이라도 유리하게 하기 위해 ‘인정의’ 제도까지 들먹이며 압박을 가했다.

“졸업 후 모든 교육과 시험 즉 한의사 보수교육, 전문의 교육 및 시험, 면허관리를 한평원이 주관해야”


결국 인정의에 관한 연구계획을 한평원 예산에 반영했고, 여기에 즉각적인 반발을 보인 것은 병협이다. 이로 인하여 병협은 매년 한평원 운영보조금을 내지 않고 있으며, 이사도 사임한다고 통보하였다. 결국 인정의 연구는 중단되었으며, 병협에서는 아직도 이사회에 참여를 보류하고 있는 실정이다. 만약 서로가 양보하여 전문의 문제가 잘 해결되었다면 지금쯤은 전문의 시험대비 교육 등이 진행되고 있을 것이다.

이 문제는 개인의 리더십으로 쉽게 해결될 사안이 아닌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전문의 시험대상은 다소 넓게 포함시키되 교육과 시험은 철저하게 진행하여 결코 쉽게 전문의 자격을 얻을 수 없게 운영되는 시스템으로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또 다른 하나는 보수교육에 관한 문제다. 간평원에서는 모든 보수교육을 주관하고 있다고 한다. 우리도 한의사 보수교육 제도를 재점검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즉 보수교육 시스템 자체를 바꿔야 한다. 점진적으로 인터넷을 활용한 보수교육 시스템을 개발하여 진행하여야 할 것이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려면 전 한의계 구성원이 한의사의 국제 경쟁력 향상을 위해 평가원 역할이 중요함을 공감하고 적극적인 협조에 나서야 할 것으로 보인다.

교육개혁 문제
다음으로 교육개혁에 관한 문제이다. 교육내용은 물론 학제 등의 혁신 없이는 현재 위기를 벗어나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보여진다. 교육이 잘 되었는지는 졸업 후 임상에서 나타나는 것이다. 교육 개혁의 최대 적은 자기 사고의 틀은 깨려고 하지 않거나, 대안 제시 없이 정체성만 강조한다거나, 기본적인 지식은 우습게 알고 지혜와 혜안만 강조하거나, 변화를 두려워하거나, 한 가지 생각으로 모든 부분에 적용하려 한다거나 하는 것 등이다.

실제로 한의사들이 교육의 내용을 제대로 배우지 못해서가 아니라 의료기사지도권이 없어서 겪는 고통이 훨씬 더 크다고 한다. 이를 시정하려면 학교 교육과정에서 배우고 국시에 출제되게 하여야 한다. 그러므로 교육과정 개선에 이 문제가 소흘히 취급되었다면 이는 처음부터 크게 잘못된 것이다. 혹 개인적으로 지금까지 큰 어려움 없이 잘 피해왔다고 하더라도 그 특수한 개인의 수준에 맞추어서는 안되는 것이다.

정체성을 강조하는 사람들의 의견을 종합하여 보면 혹자는 한문, 원전, 동양철학을, 혹자는 사상의학, 동의보감을 강조하고 현대의학적인 지식은 등한시하는 경우가 많다. 심지어 일반인도 상식적으로 아는 것을 한의사가 모르는 경우가 있다면 우선 이는 신뢰에 대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실제 임상강의 시에 반 이상이 현대의학 내용을 교육하고 있는데도 이것은 잘못된 것이라고 계속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는 것이 현실이다.

“대학이나 학생, 교수, 한의사가 평가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협력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중요”


교육의 방향은 그 시대가 요구하는 상황에 따라 수시로 바뀔 수밖에 없다. 혹자는 양의학 체계로 따라가지 말고 우리 식으로 해야 한다고 한다. 시대적인 변화에 빨리 적응하지 못하면 도태되는 것이 순리다. 한의학은 총론의 수준을 넘어서 각론에 강해야 한다. 아직도 총론만을 강조해서야 되겠는가?

한의학이 이 시대에 살아남으려면 한의원뿐 아니라 병원의 역할도 중요함을 알아야 할 것이다. 특히 앞으로의 소비자들이 가장 원하는 의료 서비스는 원스톱 시스템적인 한‧양방 협력진료라고 한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자연스럽게 서양의학자와의 소통이 필수적이다. 그래서 교육제도를 기존 6년제, 4+4, 7 혹은 8년제를 다양하게 활용하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검토할 시기가 된 것으로 보인다. 다양성으로 우리의 경쟁력을 높여 갈 수도 있을 것이다. 의료 일원화 논란도 피해갈 수 있고 양‧한방 소통의 기회도 자연스럽게 많아질 것이 아니겠는가? 타이완에서는 중의사가 기여하는 보건의료의 비중이 30% 대라고 한다. 그들의 교육제도와 한약제형 등은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또 하나 교육에서 뺄 수 없는 것이 있다. 경영학과 마케팅 분야이다. 아무리 좋은 치료법이 있어도 마케팅 전략은 반드시 필요하다. 현대 자동차가 미국에서 약진하는 것을 보고 배울 점을 깨달아야 한다. 그리고 KCD는 우리가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한의사가 의사들이 모르는 괴상한 병증만 고치는 게 아니고, 국제적으로 인증하는 질병을 고친다는 것을 알려서 우리의 위상을 높여야 한다. 물론 원활한 활용을 위한 교육이 학부에서 반드시 뒷받침되어야 함은 당연한 것이다.

평가 문제
다음으로 각 대학이나 병원들이 정기적으로 평가기관의 평가를 받아서 스스로 경쟁력을 키워나가야 하는 것을 필수적인 임무로 알아야 할 것이다. 대학은 앞으로 평가를 통하여 인증 받지 못하면 국가고시 응시기회를 보류할 수 있게 하는 의료법 개정안이 곧 입법 예고될 것이므로 의무적으로 평가를 받아야 한다.

인증기간은 내용에 따라 1년, 2년, 4년으로 계획 중이다. 인증평가위원의 확대와 정기적 교육 등을 통하여 전문가를 계속 확보하고 있으나 교수들의 적극적인 관심이 아직은 부족한 상태이다. 무엇보다도 대학 당국이나 학생, 교수, 한의사 모두가 평가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협력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중요하다.

한평원은 그동안 대교협, 중앙일보 평가에 참여한 교수들을 중심으로 한의과대학 및 전문대학원 인증평가 기준을 마련하였다. 물론 전국의 교수들에게 참여를 독촉하는 메일을 보냈고, 공청회 시에도 열띤 토론을 거쳐서 완성되었다. 많은 교수가 현재로서는 최선이며, 대부분의 대학이 오히려 기준이 너무 상향된 점을 걱정하였다.

일부 교수가 최근에 국제적 수준을 강조하면서도 한의학적인 특징적 내용의 보완을 강조하였다. 앞뒤가 잘 맞지는 않지만 의견을 피력해 줘서 고맙게 생각한다. 앞으로는 무슨 문제이든지 공청회 등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여 의견을 제시해 주기를 바란다. 완전히 끝나고 난 뒤에 이러쿵저러쿵 말을 한다는 것은 과정을 중시하는 민주주의 사회에서는 없어져야 할 풍토이다.

평가를 위해서는 현재 인증평가위원회가 많은 역할을 수행하고 있으며, 인정평가위원 인력풀이 구성되어 있다. 당장 부산한의전 평가 준비, 교과부 과제인 인증평가기준 세부지침서 개발과 평가인프라 구축을 위한 인증평가 전문가 양성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이러한 노력은 앞으로 인증평가가 활성화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여러 가지 문제점을 사전에 점검하고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평가가 이루어지도록 준비하는 과정이다.

“의료법이 실질적 과목으로 인정하는 대영역에 침구학 관련 표시되고 본초학도 대영역에 과목 표현”


일부 교수가 지적한 바에 의하면, 각 대학에서 교수들이 각 과목의 학습목표대로 강의가 잘 진행되고 있지 않는 것 같다는 내용은 조심스러운 면이 있으나 평가에 반영할 수 있는 방법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닌 것 같고, 오히려 각 학회 별로 자율적으로 학습목표를 자주 수정 보완하는 노력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평가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공정한 평가 이외에 피평가가관이 형식적인 준비가 아닌 실질적 발전을 위한 준비가 필요하고, 평가에서 나타난 문제점을 겸허히 받아들여 하루 속히 개선하여 질적 향상을 도모하여 전체적인 한의학 위상을 높이는데 앞장서야 하는 점이다. 또한 평가 시마다 현장의 경험과 광범위한 의견 수렴을 바탕으로 수정 보완하는 지속적인 연구가 병행되어야 함은 물론이다. 지금의 평가기준은 고정적인 것이 아니고 계속적인 개정이 이루어 질 것이기 때문이다.

국시 개선 문제
국시 개선 문제는 국시원에 한의사시험위원회가 있기 때문에 그동안 평가원이 주요 업무로 취급하지 않았다. 그러나 협회장 학회장 학장협의회장이 국시 개선 특위를 구성하기로 합의하고, 회의비는 협회가 부담하기로 하며, 특위에서 최종 결정된 것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겠다는 조건부로 한의사국시위원장에게 업무를 위임함으로써 본인이 어쩔 수 없이 맡게 된 것이다. 특위 위원은 학장협이 추천한 사람들로 국시 관련 과목의 학회 별 한 명씩 배분되었다.

국시 개정 필요성은 의료기사지도권 확보를 위한 기본조건 강화, KCD 시행에 관한 수월성, 한‧양방 협력진료 능력 향상(one stop system 의료 서비스 대비), 과목 간 중복문제 해결(과목 이기주의로 서로 양보 안함), 통합적 사고에 필요한 문제 출제 가능, 임상과 거리가 멀거나 시대에 맞지 않은 문제 배제 가능, 문제를 위한 문제 배제 가능, 출제 및 문제 심의 시 관련되는 다방 면의 전공자 참여 가능 등이다. 이 가운데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의료기사지도권 관련이다.

다음으로는 한의학이 종합적이라고 하지만 과목 이기주의와 과목 영역의 한계로 실제로는 통합적인 문제를 출제할 수 없었다. 예를 들면 내과질환과 안이비인후과나 피부질환 등이 동시에 나타난 경우나, 부인과나 신경정신과 질환이 겸할 경우 등의 문제는 출제가 어려운 것이다. 특히 척추질환의 경우 약물, 침구, 추나 등 종합적인 치료방법에 관해서도 마찬가지이다. 다시 말해 종합의학이라고 하면서 종합적인 문제 출제는 없는 것이다. 이러한 문제점은 현 개별 과목 중심의 국시에서는 개선이 불가능한 것이다.

현재 협회는 국시원에 국시 개선안을 보류시켜 놓았다고 한다. 그 큰 이유는 의사, 침구사들의 침구 관련 영역 침범, 약사들의 한약 사용 등 의권에 관련된 문제를 쉽게 해결하기 위함이라고 한다. 매우 중요한 문제이며 맞는 말이라고 생각된다. 그러나 과연 의권에 대처하는 방법이 개별 국시과목 표현뿐인가 하는 점이다.

우선 침구학에 대하여 생각해 보자. 한의과대학에서 침구학 강의와 임상실습이 실시되고 있고, 학문적 최고의 수준인 대학원 과정에 침구학 석‧박사 과정이 개설되어 있으며, 임상의 최고 수준인 침구학 전문의 과정이 있어 침구 전문의가 배출되고 있으며, 침구학회지, 경락경혈학회지가 학술진흥재단 등재지에 등재되어 있고, 한의사의 진료시 침구 관련 의료보험 청구 건이 대부분이며, 국시 개선안대로 될 경우 의료법에서 실질적인 과목으로 인정하는 대영역에 침구학 관련 부분이 표시되어 있고 현형 국시보다 침구 관련 내용이 훨씬 더 많다는 점 등은 충분히 내세울 수 있는 내용이다. 본초학 역시 대영역에 과목으로 표현되어 있다. 그러므로 국시에서 침구학, 본초학 과목이 빠졌다고 하는 것은 법적으로 옳지 않은 것이다.

아무튼 협회가 다시 논의하겠다고 했으니 협회, 학회, 대학의 합의된 안이 빨리 나오길 바랄 뿐이다.

안규석/ 한평원 원장. 경희대 한의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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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독자1 2010-05-24 12:17:53
문제점에 대해 나열하고 해결 방안에 대해 어느 정도 언급하신 부분은 좋앗습니다만 그 동안 다루어졌던 기사 내용에 나온 한평원 자체 문제점 예를 들어 예산 집행에 대해 터무니 없는 운용 방식과 감사 진행등.이 후에 이러한 부분에 대하여 어떻게 개선하겠다는 내용은 없네요. 저는 그 부분을 관심있게 보고 있었는데 한평원이 해야 할 사업에 대한 문제 말고도 내부 병든 것도 고치는 것에 대한 내용도 있었으면 좋았을텐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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