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심리의 본질 탐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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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심리의 본질 탐색
  • 승인 2010.05.20 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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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세영

안세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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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여행의 기술>
여행심리의 본질 탐색

예술가들 파란만장한 발자취 추적

<여행의 기술>
알랭 드 보통 저. 정영목 번역. 이레 간.

계절의 여왕이라 부르는 5월도 절반을 훌쩍 넘겼습니다. 춥거나 더워서 움츠리거나 늘어지게 마련인 겨울․여름에 비하면 확실히 이맘 때 날씨의 봄․가을이 돌아다니기에 제 격인데, 혹시 짧게나마 어디 여행이라도 다녀올 계획은 없으시나요? 아, 물론 ‘방콕’도 여행의 한 방법입니다. 자기 방에 고요히 머물면서 평소 읽고 싶던 책을 게을러터진 몸짓으로 한두 장 뒤적거리며 잠깐씩 생각에 잠기는 것도 이른바 ‘사색으로의 여정’이니까요.

알랭 드 보통(Alain de Botton)은 인간관계, 특히 사랑에 관한 재치 만점의 연애소설 3부작, 곧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Essays in Love)> <우리는 사랑일까(The Romantic Movement)><키스하기 전에 우리가 하는 말들(Kiss & Tell)>로 우리나라에도 널리 알려진 작가입니다. 전세계 20여 개의 언어로 번역․출간되었다는 이들 소설을 처음 접했을 때의 짜릿한 전율은 5년여가 지난 지금도 아주 생생한데, 저는 솔직히 이후에 나온 <불안(Status Anxiety)>과 이번에 소개하는 이 <여행의 기술(The Art of Travel)>이 더 좋았습니다. 나이 탓인지 남녀의 연애사에 얽힌 시시콜콜한(?!) 이야기보다는 아무래도 삶에 대한 철학적 성찰 쪽에 더 후한 점수를 매긴 것이지요.

책은 우리가 흔히 여행을 떠나서 돌아오기까지의 단계 별 여정, 즉 출발-동기-풍경-예술-귀환을 소제목으로 삼은 까닭에 다섯 단락으로 구분됩니다. 각각의 단락에서는 샤를 보들레르․귀스타브 플로베르․윌리엄 워즈워스․빈센트 반 고흐․존 러스킨 등과 같은 유명 예술가들(J.K. 위스망스․에드먼드 버크 욥․사비에르 드 메스트르 등 생전 처음 듣는 사람들도 나오더만요 ㅠ.ㅠ)을 안내자로 등장시킴으로써 자연스레 이들의 발자취를 뒤따르게 만드는데, 저자의 의도는 예술가들의 파란만장한 삶과 여러 작품을 되짚어 보면서 사람들이 여행을 원하는 마음의 본질을 밝히려는 것으로 여겨집니다.

가령 왜 여행에 끌리는지, 이국적인 정취와 호기심의 실체는 무엇인지, 관광이 아닌 여행에서 발견한 아름다움은 어떻게 간직해야 하는지, 여행의 최종 목적지는 어디인지 등등을 진지하게 탐색하는 것이지요. 물론 결론은 여행은 밖을 보는 게 아니라 자신의 내면을 응시하는 일이라고 내려지겠지만…….

약 40여장의 흑백사진들과 그림들이 곳곳에 적절히 채워진 이 책을 읽노라면 섬세하고 예민한 저자의 모습이 저절로 그려지는데, 지은이 알랭 드 보통을 이렇게 ‘색다르고 유별난 친구’로 곧잘 파악할 수 있는 것은 순전히 역자 정영목 님의 유려한 번역 덕택이라 생각합니다.

정영목 님은 전문 번역가로 활동하는 분들 중의 선두주자로 꼽힐 만큼 양서만을 골라 뛰어난 솜씨로 우리말로 옮겨주시는데, 혹 역자의 매력에 빠져 책을 고르신다면 저는 단연 카렌 암스트롱(Karen Armstrong) 원저의 <스스로 깨어난 자 붓다(Buddha)>를 추천하겠습니다. 석가탄신일이 든 5월인 만큼, 사실은 이 책을 소개해 드리고 싶은 마음도 많았거든요.

안세영/ 경희대 한의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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