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의서산책(452)- <음식디미방>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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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의서산책(452)- <음식디미방>①
  • 승인 2010.05.19 0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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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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食性에 맞는 조리, 藥性에 맞는 음식

고의서 산책(452)- <음식디미방>①

 

 


食性에 맞는 조리, 藥性에 맞는 음식 

한국의 전통 班家 음식을 대표할 만한 문헌으로 이 책을 꼽는데 주저함이 없다. <음식디미방>은 1600년대 후반 안동지역에 세거하면서 손끝으로 익힌 사대부가 전래의 음식조리법을 상세히 기록한 필사본으로 매우 소중한 음식문화 유산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이 책은 당시 표기법으로 적은 한글본이어서 국어사적으로도 뛰어난 가치가 있다고 한다. 더욱이 필자가 주목하는 것은 한의학적인 양생관이 숨어있기 때문이다.

이 책을 남긴 이는 안동 장씨(1598〜1680)로 石溪 李時明(1590〜1674)과 혼인하여 存齋 李徽逸(1619〜1672), 葛庵 李玄逸(1672〜1704) 같은 학자를 길러냈다. 장씨 부인의 친정아버지 敬堂 張興孝(1564〜1633)는 鶴峰 金誠一과 西厓 柳成龍에게 배웠으며, 寒岡 鄭逑의 문하생으로 역학에 밝았다고 하니 학자로서 의약서를 집필했던 서애나 한강에게 의약과 양생에 대한 인식도 잘 물려받았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그러한 家學의 기풍 아래 장씨 부인의 婦德과 살림솜씨가 충분히 빛을 발할 수 있던 것으로 여겨진다.

책의 표제는 한자로 ‘閨壼是議方’이라 적혀 있는데, ‘부녀자에게 필요한 것을 올바르게 풀이한 방문’이라는 뜻이라고 한다. 본문 첫머리의 제목은 한글로 ‘음식디미방’이라고 되어있는데, 여기서 ‘디미’란 황혜성이 말한 ‘知味’를 우리 발음으로 적은 것이라는 해석이 가장 적합하다는 것이 중론이다. 빙허각 이씨가 지은 <규합총서>와 함께 조선 후기 전통음식에 관해 쌍벽을 이루는 문헌이라 할 수 있다.

안동지역 사대부 음식문화 유산
규합총서와 함께 전통음식 쌍벽


전문은 먼저 면병류와 어육류, 주류, 초류로 크게 나누어지며, 면병류에는 면과 만두법, 세면법, 토장법, 착면법, 상화법, 증편법, 석이편법, 더덕법, 화전법, 빈자법, 수교애법, 잡과편법, 밤설기떡, 연약과법, 다식법, 박산법, 앵두편법 등 18종의 제법이 실려있다. 어육류에는 어전법, 어만두법, 해삼 다루는 법, 대합, 모시조개탕과 가막조개탕, 생포간수법, 게젓 담는 법, 약게젓, 별탕, 붕어찜, 대구껍질 누름, 대구껍질채, 꿩고기 김치법 등 74종이 수록되어 있다.

하지만 이 부분에는 뒤쪽의 계란탕법부터 난면법, 별착면법, 차면법, 세면법과 같은 면류가 들어있고 약과법, 중박개, 빙사과, 강정법, 인절미 굽는 법은 과자와 떡 같은 병과류이고 동화누르미, 가지누르미, 가지짐, 고사리 담는 법 등 20여 종은 채소류의 조리법이 섞여있다. 이러한 모습은 애초에 체제를 구성하여 집필했다기 보다는 적는 과정에서 많은 부분이 추가되어 들어갔기 때문일 것이다.

주류와 초류는 별도 분류 없이 酒麴方文부터 51종의 양조법이 나열되어있고 초 만드는 법(3종)이 이어진다. 16세기 중반에 나온 <需雲雜方>과 비교해 보면 10여 종 이외에는 대부분 새로운 것이어서 100여년 사이에 식문화에 있어서 큰 변화가 진행되었음을 추리해 볼 수 있다. 물론 같은 이름의 주조법이라 할지라도 빚는 양과 세부적인 기법은 다소간 차이가 있다. 칠일주나 벽향주의 경우, 같은 이름이라도 담는 방법에 따라 서로 다른 술맛을 즐겼던 것으로 보인다.

또한 책 가운데 더러 ‘맛질방문’이라고 특기한 곳이 있는데, 이 책의 주해서를 낸 백두현의 연구에 의하면 장씨 부인의 외가가 있던 예천의 맛질 마을을 뜻하며 바꿔 말해서 친정어머니로부터 전수된 조리법을 말한다고 한다. 이렇듯 전통기법의 변천과 이에 따른 계통을 기록한 것 역시 매우 특기할 만한 것이라 하겠다. 근간에 이 가운데 상당수가 전통 방식대로 복원되어 선을 보인 적이 있으나 아직도 정확히 재현되지 않고 있는 부분이 있어 지속적인 연구가 필요하다.

안상우/ 한국한의학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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