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춤의학’ 소비자 중심 의학 핵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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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춤의학’ 소비자 중심 의학 핵심
  • 승인 2010.05.14 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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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병희

고병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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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체질과 ‘임상편람’ 발간(하)
사상의학, 최첨단 미래 의학
고병희 경희대 한의대 교수.

‘맞춤의학’ 소비자 중심 의학 핵심

사상체질과 ‘임상편람’ 발간(하) 

이제마는 철학자이자 의학자의 입장에서 19세기 격동의 시기에 사상의학이라는 새로운 의학사상과 철학사상을 제시했습니다. 이것은 과거 조선을 지배해 오던 철학에 그 연원을 두고 있으면서도, 급변하는 현실에 대응하여 의학을 통한 현실세계와의 긴밀한 결합을 꾀하려는 의미 있는 시도였습니다.

그의 노력은 <東醫壽世保元>의 형태로 결실을 맺었으며, 그가 사망한 후에는 그의 문도에 의해 1901년 <東醫壽世保元>(초판본)을 인쇄하여 출판하였습니다. 그 후 1945년에는 崔承達, 李賢在 등을 중심으로 ‘사상의학보급회’가 있었으며, 1970년에 洪涥用 등을 중심으로 ‘四象醫學會’가 창립되어 사상체질의학에 대한 연구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었습니다. 이후 1975년 大韓韓醫學會로 흡수되어 대한한의학회 사상의학회가 되었고, 1979년부터 매년 정기총회 및 학술발표대회를 정기적으로 개최하고 있습니다.

사상체질의학회는 1989년부터 사상의학의 원리․침․약물․처방․양생․실험 등의 논문을 모아 사상체질의학회지를 발간하기 시작하였으며, 2008년에는 국내 학술등재 후보지를 거쳐 드디어 국내 학술등재지가 되었습니다.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한의과대학, 한국한의학연구원, 임상가들은 사상체질의학 연구의 중심이 되고 있습니다.

“사상의학은 의학이자 철학이자 인간학이기에 발전 방향은 크게 인간 중심 의학, 맞춤의학 실현으로 요약할 수 있다”

하지만 흔히 일반인은 사상의학을 체질분류법 정도의 단순한 것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데, 사상의학은 체질의 분류뿐만 아니라 체질의 차이가 생기는 필연적인 원인을 규명하고, 나아가 선천적으로 체질적 특성을 타고난 인간들의 건강과 질병, 심지어 수양의 태도까지 제시하고 있어서, 사람들로 하여금 자신의 언행과 마음을 다스림으로써 몸을 건강하게 하고 인간다운 삶을 살아갈 수 있는 길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즉 사상의학을 의학이자 철학이자 인간학이라고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사상의학의 발전 방향은 크게 ‘인간 중심 의학’, ‘맞춤의학 실현’으로 요약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인간 중심 의학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사상의학은 질병을 중심으로 접근하기보다는 각 사람의 체질적 특성을 고려하여, 그 사람 스스로 자기 자신을 신체적, 심리적 더 나아가 윤리적 측면까지 주관하고 조절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줄 수 있는 의학입니다. 이러한 내용이 구체화되기 위해선 몇 가지 선행연구가 필요할 것입니다.

첫째, 체질진단 객관화를 위한 연구가 지속적으로 추진되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동안 경희대를 위시한 몇몇 대학을 중심으로 진행돼 왔던 체질진단을 위한 설문지 개발, 인체 계측을 통한 안면 및 체간부 계측을 통한 체질진단 객관화 연구, 음성진단, 지문연구 등이 시도되었고, 근래 한국한의학연구원이 중심이 되어 전문가에 의해 검증된 체질샘플을 다기관참여 임상연구 형태로 4년여에 걸쳐 진행되고 있습니다.

기존의 연구가 주로 임상경험에 의한 서술적 기록이 대부분인 만큼 자료의 신빙성 또는 근거의 질적 평가에서 낮은 수준일 수밖에 없는 환경에서 임상이 관행적으로 이루어져 왔습니다. 따라서 전문가 그룹에 의해 정선된 휴먼샘플을 확보하고 주기적으로 필요에 따라 재평가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가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현재 실용화 차원에서는 몇 가지 필요한 과정을 거쳐야 할 단계가 남아있지만 약 80% 수준의 진단 정확률을 기대할 수 있는 진단장치의 개발이 예상되고 있습니다. 한의진단의 객관화와 체질의학의 발전을 위해선 매우 중요한 작업임을 생각할 때 각 대학과 학회, 연구원(KIOM)이 합심하여 이루어 가야 할 중요한 부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연구가 제대로 진행되기 위해선 인체계측학, 인류학, 해부학 등 분야와의 교류가 필요하고, 성질재간에 대한 연구에 있어 심리학, 행동과학, 정신과학과의 교류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또한 의학적 상관성을 확보하기 위한 유전체학, 생체정보학 등 현대의약학과 기존 한의학 제 분야와의 협동연구, 철학적 배경에 대한 올바른 이해를 위한 유학, 성리학, 노장사상과의 상관성 연구, 사회적 조화를 추구하는 측면에 있어서 인간관계학, 사회학, 경영학, 윤리학 등 다양한 분야에서 서두르지 않으면서도 진지한 자세로 다양한 지식을 정비하고 축적해 가는 노력이 진행되어야 할 것입니다.

둘째, 변증 기준에 대한 표준안 마련입니다. 한의병증분류에 대해서 근래 WHO와 한의학회 중심으로 한의질병분류사인기준이 마련되었는데 내용적으로 이러한 변증기준에 해당하는 표준안과 정의가 다듬어져야 할 것입니다. 한의학의 특성상 현대의학적인 질병분류만으로 임상에 응용하기에는 학문의 접근방법과 응용방법이 차이가 있는 만큼 한의학적인 또는 체질의학적인 관점이 충분히 고려된 병증안에 대한 학회 분야 별 기준이 제시되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체질진단 객관화, 변증 기준 표준안 마련, 합리적으로 검증된 유효한 근거에 바탕한 학문 정립 등이 선행연구 과제다”


사상의학 분야에서도 그간 이에 대한 논의가 있었고 구체적인 병증의 표준안이 전문가 논의과정을 거쳐 마련되어야 할 것입니다. 아울러 약재에 대한 체질 분류기준, 처방 별 주치효능에 대한 임상적 효능의 재정립이 필요하고 침 치료에 대한 체질적 응용체계에 있어서도 충분한 논의가 학리에 맞게 재설정되어야 할 것입니다.

셋째, 합리적으로 검증된 유효한 근거 위에서 학문이 정립되어야 합니다. 어떤 경우에나 임상적 응용방법이나 치료효능에 대한 효과는 실제 임상적으로 적용한 후 효능을 논리적인 방법을 통해 검증한 연후 유효한 내용 위주로 학문이 재정립되어야 합니다. 의학은 철학과는 성격이 다른 학문입니다. 따라서 이념적 도그마에 갇힌 생각만으로는 의학으로서의 발전에 심각한 한계를 초래할 수밖에 없고 결국 학문 발전의 발목을 잡는 결과로 나타날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한의학을 전공하는 학자나 한의사를 막론하고 주장을 할 때는 논리를 분명히 하고 본인이 제안한 조건을 명시한 다음 논의를 진행하도록 하는 태도를 벗어나지 않도록 노력하여야 할 것입니다. 학문의 생명은 보편 타당한 일반적 상식에서 허용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만이 통용 가능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맞춤의학 실현’이라는 측면에서는 사상의학을 통한 맞춤식단, 맞춤치료, 맞춤관리가 이루어져야 할 것입니다. 우선 맞춤식단에 있어서는 단순히 치료 목적을 위해서가 아니라, 궁극적으로 체질 식단문화가 정착되어야 할 것입니다. 맞춤치료에 있어선 체질병증 별 및 체질처방 별 병증표준화 작업이 동반되어야 하고, 맞춤관리에 있어선 체질 별 치료환경 개선, 질병 관리, 건강검진, 생활 개선이 종합적으로 이루어져야 합니다.

이러한 사상의학의 두 가지 발전 방향을 통해 궁극적으로는 ‘건강한 몸과 마음, 건전한 사회’라는 가치를 이룩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제마 선생은 돌아가시기 전에 앞으로 백년 후에는 사상의학이 온 세상을 풍미할 것이라고 예언한 바 있습니다. 실제로 현대의학은 개체의 특성을 참고하는 유전체학이나 면역개념을 중시하는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습니다.

이런 점에 비춰볼 때 미래 의학은 의료인이나 의료기관이 일방적으로 제공하는 공급자 중심의 의료가 아니라 환자 개개인의 특성을 감안하고 보다 편안한 치료를 개인의 특성에 맞게 제공하는 소비자 중심의 의료로 발전해 나갈 것입니다. 때문에 국내는 물론 세계인들이 생활 속에서 살아 숨 쉬는 사상의학의 혜택을 보는 그날까지, 대학‧ 연구원‧ 임상가 모두 힘을 모아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고병희/ 경희대 한의대 사상체질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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