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가, 교육개혁 시작과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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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가, 교육개혁 시작과 끝
  • 승인 2010.04.28 1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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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충열

이충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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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목표 등 현실성 없이 형식주의 매몰
평가, 교육개혁 시작과 끝 

원론적인 이야기지만 한의학 교육은 한의대 교육과정을 통해 실현된다. 각 한의대에는 대학 나름의 교육목표가 있고, 이 목표를 구체적으로 실현하기 위해 설계된 6년 또는 4년 주기의 교육과정이 있다. 교육과정은 주로 교과목 강의를 중심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교과과정이라 부르기도 한다. 이 교과과정에는 각 교과목이 계통 별, 단계 별로 배치돼 있다. 그리고 각 교과목마다 그 과목에서 무엇을 가르칠지를 상세하게 기술해 놓은 학습목표가 있다. 담당 교수들이 바뀌더라도, 대학이 다르다 해도 한의대 학생이라면 누구나 알아야 할 공통 지식들을 규정해 놓은 것이다. 한의대 교육은 이런 교육과정과 각 교과목 학습목표에 따라 이뤄진다.

많은 사람이 한의대 교육에 문제가 있다고 비판하면서 교육개혁 더 나아가 교육혁명이 필요하다고 역설한다. 그러나 놀라운 건 직관 수준의 비판들만 난무할 뿐 이를 뒷받침하는 어떤 데이터도 볼 수가 없다는 점이다. 이는 우리가 그동안 한의대 교육에 대해 내실 있게 평가한 적이 없다는 사실을 반증한다. 이렇게 말하면, 각 한의대는 대교협 등에서 시행한 대학 전체 평가나 학과 평가를 받은 적이 있지 않느냐고 반문할 것이다. 그러나 주로 하드웨어나 정량적인 지표를 통해 이뤄지는 이런 평가들로부터 우리가 진정 알고 싶어 하는 내용들을 정작 알 수 없다는 것은 우리 스스로가 잘 알고 있다.

지금 한의대 교육의 문제는 형식주의다. 교육목표가 있고, 교육과정이 있고, 각 교과목의 학습목표가 있지만 교육현장에서 이것들이 적극적으로 실천되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는 일차적으로 교육목표나 교육과정, 학습목표 등이 현실성 없이 형식적으로 만들어졌다는 점이 중요한 작용을 한다. 각 교과목 학습목표만 해도 실제로 주어진 시수 내에 교육될 수 없을 정도로 무리하고 방만하게 내용을 기술하고 있는 과목들이 더러 있다. 자기 과목의 비중을 높이기 위한 교수들의 전공 이기주의가 작동한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학습목표에 맞춰 강의를 진행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한의대 교육 관련 직관성 비판들만 난무
교육목표 등 현실성 없이 형식주의 매몰
성과 문제점 판단할 구체적 데이터 부족

또 다른 원인으로는 한의대 교수들의 교육과정에 대한 이해도가 심각할 정도로 부족하다는 것이다. 자신이 맡은 교과목이 전체 교육과정 속에서 어떤 위치에 놓여 있고 또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를 교수들이 잘 이해하고 있어야 한다. 그래야 각 교과목 강의들이 모여 전체적으로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 교수가 자기 과목에게 맡겨진 역할을 무시하고 임의로 강의한다면 아무리 교육과정이 훌륭하고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어도 교육은 실패하고 만다.

이런 형식주의를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은 두 가지다. 하나는 각 대학마다 교육과정 운영을 관장하는 전문가를 두어 전체 강의와 교육 프로그램 진행을 조율하고 통제하는 것이다. 한의대 교육의 전체적인 효과와 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 중요한 방법이 될 수 있다. 다른 하나는 평가다. 평가는 교육과정 운영의 필수요소다. 교육과정 설계는 교육목표와 교과과정, 그리고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만으로 끝나지 않는다. 교육과정이 현실에서 잘 정착돼 운영되고 있는지, 또 얼마나 성과를 거두고 있는지를 평가하는 체계를 하루 빨리 갖춰야 한다. 평가를 통해 우리는 교육과정을 현실성 있게 만들고 완성도를 높일 수 있다.

지금 우리에게 당장 필요한 것은 그동안 한의학 교육의 성과와 문제를 판단할 구체적인 데이터들이다. 한의학 교육의 현실을 정확하게 반영하는 데이터가 있어야 교육개혁이든 혁명이든 논의할 수 있을 것이다.

이충열/ 경원대 한의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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