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효한약, 論하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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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효한약, 論하다(1)
  • 승인 2010.04.23 1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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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원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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균주, 한약재와 궁합 맞아야
균주, 한약재와 궁합 맞아야
발효인삼 장내 유산균 응용… 법제 개발 필수

발효한약, 論하다(1) 

최근 여러 매체를 통해 수많은 발효식품이 영양학적으로 우수하고 건강에도 유익하여 장수의 비결로 알려지기 시작하면서 한약을 발효시킨 발효한약에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일반적으로 한약을 발효할 경우 한약재가 저분자 구조로 분해되어 체내 흡수율이 높고 생리활성 물질이 풍부하게 생성되어 생체 이용율이 높으며 유용균의 활성으로 독성 및 각종 유해물질의 제거가 용이하다고 하며, 장내 유해균은 억제하고 유익균을 증가한다고도 하고, 복용 및 휴대가 간편한 제형으로 제조가 가능하다고 하는 등 발효한약이 사회 전반적인 건강 아이콘으로 부각되고 있다.

발효(醱酵)는 넓은 의미로는 미생물이나 균류 등을 이용해 인간에게 유용한 물질을 얻어내는 과정을 말하고 좁은 의미로는 산소를 사용하지 않고 에너지를 얻는 당 분해과정을 말한다. 넓은 의미에서 보면 발효는 부패에 포함된다. 부패란 미생물이 유기물 분해할 때 악취를 내거나 유독물질을 생성하는 경우를 말한다. 이는 부패균에 의해서 일어나는데 발효와 부패는 모두 미생물에 의한 유기물의 분해현상이지만 발효와 부패의 차이는 인간에게 있어 유용한 경우에 한하여 '발효'라고 부르고, 유용하지 못한 경우에 한하여 '부패'라 칭한다.

“인간에게 유용할 경우 '발효'라 부르고, 유용치 못하면 '부패'라 칭한다”

발효는 주로 식품 제조에 많이 사용되었으며, 그 기원은 꽤 오래 되었다. <삼국지 위지 동이전>에는 술 빚기, 장 담그기를 의미하는 ‘藏釀’이라는 표현이 등장하며, <제민요술>, <삼국사기>, <고려사식화지>, <증보산림경제>, <규합총서>, <임원삼국지>와 같은 여러 고서에 장류, 김치, 젓갈, 주류의 제조법이 자세히 기록되어 있고, 담글 때의 정성과 솜씨가 얼마나 소중한 지를 자세히 언급하고 있다. 발효의 종류와 발효식품을 예로 들면 다음 표1과 같다. 

표1. 발효의 종류 및 식품의 예




 

 

 

 

 

 

이러한 발효는 미생물의 성장에 영향을 미치는 산도, 알코올, 산소, 온도, 염도, starter(종균) 등 여러 요인에 의해 그 품질이 크게 좌우된다. 발효과정을 통해 얻는 이점으로는 원료 물질에 비해 미생물의 도움으로 난소화성 물질이 분해되어 비전분 다당류가 가수분해되고 원료 안에 있던 비타민이나 다른 성장물질의 전구체가 노출되어 영양적으로 도움이 된다.

또한 질감이나 외양이 다양해지고 향미가 증가함으로써 식단에 다양함을 주게 되며, 미생물의 불완전 산화로 미량의 에너지가 제공되고 소화 흡수율과 이용성이 상승한다. 하지만 발효과정에서 ethyl carbamate와 같은 발암성 독성물질이 생성되기도 하는 등 단점도 가지고 있다.

한약재 발효의 목표는 한약 법제의 목표와 일치할 것이다. 즉 한약의 약효는 높이고 독성을 줄이고 체질에 덜 영향을 받으며 흡수가 잘 되어 역가가 높은 한약을 만드는 것이다. 이는 단순히 영양학적 가치만을 따지는 식품의 경우와 다른 것이다. 미네랄과 영양 성분의 흡수를 높이기 위해서라면, 차라리 식품을 섭취할 일이지 한약을 섭취할 필요까지는 없는 것이다. 

하지만, 한약재에는 발효의 기질로서 다양한 성분을 함유하고 있으며, 이 중 어떠한 약효 성분을 어떠한 미생물을 사용하여 발효할 때 더 좋은 약효 성분이 생산되는지 알려져 있는 것은 거의 없다. 오히려 잘못 발효시키면 약효 성분이 분해되어 약효를 잃게 되거나 약효가 변질될 수도 있고, 유해한 발효산물이 만들어 질 수도 있다. 또한 발효 환경 및 보관 환경에 따라서 내용물이 변질되거나 다른 물질이 만들어 질 수도 있다.

균주 선택의 문제도 간과할 수 없다. 발효한약은 미생물도 한약과 같이 복용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발효 산물 뿐만 아니라 미생물 자체에 대한 안전성 확보가 필수적이다. 한약은 일반적으로 발효반응이 잘 일어나지 않아 한약을 발효시키기 위해서는 까다로운 발효환경을 만들어 주거나 특별한 미생물을 개발해야 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환경에 제약을 받지 않고 손쉽게 배양할 수 있다는 이유로 안전성이 확보되지 않은 미생물을 선택해선 안된다.

일반적으로 선택할 수 있는 균주로는 사람 장내에 정상적으로 기생하는 다양한 유산균이나 전통 발효식품에서 추출한 균주들이다. 이러한 균주들은 기본적으로 안전성이 확보되어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이러한 균주들에 의해 성공적으로 발효를 마쳤다고 하더라도 약효 성분 및 인체 내 반응에 대해서는 신약 개발과 같은 과정의 검증이 필요할 것이다. 어떤 특정 약재를 발효한 산물이 발효 전의 약효를 유지하고 있으리라고 장담할 수는 없는 것이다.

“한약발효라 해서 모두 약효 증진 및 부작용 감소에 부합하는 건 아니다”


최근 나온 발효한약 중 가장 성공적인 것이 발효인삼이다. 체질마다 인삼에 대한 반응이 다른 것이 장내 보유 유산균의 차이라는 사실이 알려져 있으며, 이에 착안하여 사람에게서 추출한 Lactobacillus속의 균주를 이용하여 인체 외부에서 인삼을 발효시켜 섭취하면 이러한 균주가 없는 사람도 인삼의 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생각에서 제조된 발효한약이다. 이러한 한약은 상식적으로 생각할 때, 복용하였을 때 우리 몸에서 일어날 수 있는 반응과 동일한 반응을 얻고자 만든 것으로 한약 수치의 목적과 부합한다고 할 수 있다.

한약발효는 분명히 약효의 증진 및 부작용 감소를 위한 무한한 가능성을 지닌 새로운 법제방법이라고 할 수 있겠으나, 발효를 했다고 이러한 목적에 반드시 부합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정확한 발효방법 개발 및 발효산물의 효과 및 부작용에 대한 연구가 반드시 필요할 것으로 사료되며, 현실적으로 가장 합리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방법은 발효인삼의 경우와 같이 사람의 장내에 서식하는 유산균들 중 특정 한약재와 궁합이 맞는 균주를 선별하여 발효에 응용하는 방법이라고 사료된다.

정원석/ 경희대 한의대 재활의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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