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약관리 개선 한의학인프라 활용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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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약관리 개선 한의학인프라 활용해야
  • 승인 2010.04.16 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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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유상 김진주

백유상 김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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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생‧공존, 한의학 살 길이다(10)
한약관리 개선 한의학인프라 활용해야 
정부 관장 비현실적 방안… 막대한 예산 소요

상생‧공존, 한의학 살 길이다(10)- 한약사제 미래- 한의사와 관계 중심으로 

어느 시대 어느 지역을 막론하고 사회 속에서 의학은 늘 존재하여 왔는데, 그 이유는 의학이 그 사회의 구성원인 사람과 그 질병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환자와 의사 사이에서 벌어지는 구체적인 의료행위가 의학의 가장 핵심적인 본질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의료행위를 만들어 내는 사회적, 문화적 환경들도 무시할 수 없는 요소이다. 역사적으로 살펴볼 때 자연기후의 변화, 정치사회적 변동, 과학기술의 발전, 경제환경의 변화 등이 질병의 발생과 의학의 특성을 결정짓는데 많은 영향을 주었다.

현재 한국 한의학이 당면한 문제들이 많으나 크게 보면, 어떻게 하면 치료기술을 개발하여 치료율을 높일 수 있는가와 어떻게 하면 치료하기에 적합한 의료환경을 만들 것인가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치료기술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한의사 개인의 능력과 함께 숙련된 기술과 판단력도 중요하지만, 어떠한 처치를 합리적으로 안전하게 시행하고 그 치료결과의 데이터를 정확하고 신속하게 모아 분석, 공유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돼야 한다. 이것이 곧 한의학이 인간의 종합적 판단을 통하여 만들어진 의학임에도 불구하고 어느 정도 표준화와 객관화를 해야 하는 이유이다.

“한의사와 한약사가 결합해 피드백 강화하면 한약에 대해 정확한 정보를 공유할 수 있을 것이다

인간의 사유과정을 표준화, 객관화하는 것만큼 어려운 것이 바로 한약에 대한 것이다. 사람의 생각이 다양한 것처럼 한약도 자연에서 채취한 원형을 성분 추출 없이 그대로 가공하여 사용하기 때문에 사람이 일률적으로 통제하기가 힘든 점이 있다. 현재 한의원을 찾는 환자들의 상당수는 한약이 안전한가에 대한 의구심을 가지고 있으며 치료 결과가 좋지 않으면 그것이 한약 때문일 것이라 생각하기도 한다.

많은 사람이 한약을 불신하며 실제로도 관리가 제대로 되고 있지 않는 상황이라면, 아무리 한 개인이 뛰어난 능력을 발휘한다 하더라도 그 부작용은 어떠한 형태로라도 다시 되돌아오게 마련이다. 현실적으로 저질의 한약재 수입, 한약재의 중금속 오염, 유통되는 한약재의 품질 인증문제 등이 있으며, 이러한 문제들은 진료에 전념하는 한의사보다는 전문 직능인인 한약사가 관리해 주어야 할 것이다.

최근 들어 국민들이 한약의 안전성을 의심하게 된 가장 큰 이유는 의식 수준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경제소득이 늘어나고 사회적 이슈들이 줄어들면서 개인의 삶의 질을 중시하게 되었고 그에 따라 건강에 대한 관심이 커진 것이다. 이러한 경제적, 사회문화적 변화에 지금까지 한의계는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였다. 좁은 진료실 속에서 치료율을 높이는데 몰두하면 모든 것이 해결될 것으로 보았으나 정작 가장 가까운 환자들의 의식 변화를 읽어내지는 못하였다.

과거 오랜 역사 속에서 한의사는 직접 약재를 관리하고 수치하면서 처방을 하고 다시 피드백을 통하여 방법을 바꾸어 가면서 한약의 효능을 발견해 나갔다. 약재상은 있었으나 그것은 주로 약재 유통과정에서 만들어진 것이다. 지금 주로 진료실 안에서 이루어지는 한의사의 활동은 역사에 비추어 보면 매우 기형적인 양태라 할 수 있다. 한약을 잘 관리하고 있는 한의사라 하더라도 과거에 비하면 약재 관리의 폭이 좁은 편이며 이마저도 못하는 한의사가 늘어나고 있다. 라이센스가 존재하지 않던 과거의 한의사 모델은 오히려 지금의 일반 한의사, 한약사, 한약업사, 한약재상 등을 합친 것에 가까웠을 것이다.

그렇다면 안전하고 효과 높은 한약을 안심하고 사용하기 위한 개선 방안은 무엇인가. 정부가 막대한 예산을 들여서 모든 한약 관리를 직접 관장하기를 요구하는 것은 비현실적인 방안이다. 안전성과 유효성에 대한 연구결과를 도출하는 것도 한계가 있다. 한의계 스스로 인력과 비용을 투자하여 한약에 관한 모든 관리를 개선하려는 자구 노력을 보여야 한다. 여기서 말하는 한의계는 한의사 사회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한의학을 위하여 노력하고 있는 모든 인적 인프라들이 포함된다. 만약 기존의 인프라를 활용한다면 지불해야 할 사회적 비용은 예상보다 적을 것이다.

“한약사가 배출된 지 10년이 흘렀으니 이제 그들을 전문 직능인으로서 인정해 주는 자세가 필요하다

과거 한의사에게 독점되어 있던 역할들 중에서 의료행위 이외의 부분에서 한의사가 동시에 수행하기 어려운 것들은 점차로 전문인에게 맡김으로써 오히려 한의학 치료의 질을 높이는 방향으로 나가야 할 것이다. 한약 관리의 역할을 전문 직능인에게 맡기게 될 경우 한약에 대한 관심이 멀어지게 될 것이라는 우려가 있다.

그러나 한의사와 한약사가 밀접하게 결합하여 피드백을 강화하는 모델의 경우에는 오히려 한약에 대한 자세하고 정확한 정보를 공유할 수 있게 될 것이다. 또한 업무의 무리한 독점으로 인하여 발생하는 폐단을 줄일 수 있는 것도 분업의 중요한 장점 중 하나이다. 업무는 분리하되 소통하고 공유하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의미의 분업이다.

각 직능단체 간 얽힌 이해관계 때문에 서로 개방적인 자세로 소통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다. 물론 어떻게 변화해 나갈지는 여론과 정책 집행자의 판단에 달려있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한의사와 한약사의 만남이 앞으로 더욱 늘어날 것이다. 왜냐하면 많은 한의사가 전문적인 한약의 관리를 원하고 있으며 그 뒷면에는 국민의 요구가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처하기 위해서는 정책을 입안하고 제도와 규정을 개선해 나가야 한다. 변화를 수용하지 못할 경우 그 결과는 자명하다.

한약사가 배출된 지 10년이 흘렀으나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고 피상적으로 바라보고 있다. 지금이라도 함께 대화하고 전문 직능인으로서 독립성을 인정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한의계의 외연을 넓게 상정하고 무엇이 국민의 건강을 지키는데 필요한 것인지를 생각한다면 문제는 어렵지 않게 풀릴 것이다. <끝>

백유상/ 경희대 한의대 원전학교실
김진주/ 경희대 약학대 한의약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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