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평생 학문하는 임상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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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평생 학문하는 임상가”
  • 승인 2010.04.09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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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연 기자

이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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칭찬 릴레이 인터뷰(10)- 소재진 원장

“나는 평생 학문하는 임상가”

소재진 원장이 자신의 한의학 입문 과정을 밝히고 있다.


칭찬 릴레이 인터뷰(10)- 소재진 소재진한의원장 

“누가 억지로 시켰으면 못했겠죠. 좋으니까 하는 겁니다.”

소재진 원장(소재진한의원)은 고문에 능하다. 한의학자로 불러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각종 고전을 섭렵했다. 그가 존경하는 스승도 한의학자 송백효 선생이다. 그는 어렸을 때부터 동양학 고전이나 원전에 관심이 많았으나 다만 ‘먹고 사는’ 문제를 외면할 수 없어 동양철학과 가까운 한의대에 들어갔다. 매일매일 환자들과 부대끼면서도 학자적인 길을 걸어온 점을 주변에서는 높게 평가했다. 그는 스스로를 “고리타분한 학문에 매진하는 사람”이라고 평했다.

민족의학신문에 <현토역해 동의보감>을 60회간 연재한 것은 그가 한 인터넷 통신망에 같은 글을 연재하던 것을 보고 신문사가 청탁을 해와서다.

“젊은 한의사들일수록 한문이 능숙하지 못한 것 같습니다. 한의사들이 알았으면 훨씬 더 한의학에 대한 이해력이 높아질 법한데 그게 좀 아쉽지요. 제가 가진 정보와 지식을 알려줄 수 있는 기회라 생각해 글을 싣게 됐습니다.”

그는 고전을 읽고 이해하는 작업이 한의사에게도 필요하다며 “고전에서 연역적인 처방을 내는 게 많기 때문에 도움이 많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현토역해 동의보감>에서 동의보감에서 틀린 부분을 찾아 토를 달았다. 한의학사에서 중요한 위치를 갖고 원전이라고 불리는 동의보감을 두고 그런 작업을 했던 사람이 없기에 그만큼 주목도 받았다. 동의보감 이전의 다양한 고서를 깊이 파고들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다.

신문에 연재한 부분은 일부에 불과하다. 그는 “틀린 부분을 찾아내 하나하나 바로 잡고 풀로 붙이고 하는 작업을 수작업으로 하다 보니 시간이 오래 걸린다”며 “아마 전체를 다 하려면 20년이 걸릴 것 같다”며 결코 쉬운 작업이 아니었음을 털어놓았다.

그가 가진 한학에 대한 지식들은 쉽사리 넘겨볼 수 없을 만큼 세월과 노력이 농축돼 있다. 번역본을 보지 않고 원문만 읽어 글을 쓴다는 그는 치열하게 글을 쓴다는 표현 만큼이나 자부심도 갖고 있다. 돈 몇 푼의 문제가 아니라 그러한 노력에 대한 수고를 헛되이 하고 싶지 않아 원고료를 받았다. 정당한 노력의 대가라고 생각한다. 그만큼 한 글자 한 글자에 넣는 공력과 수고도 대단하다.

“옛말에도 있듯 좋아서 하는 사람을 이길 수는 없습니다. 재미를 못 느끼면 한학이나 한자를 공부하는 작업이 어렵고 고통스러울 수밖에 없어요. 나는 고전 읽기에 재미를 느끼고 있기 때문에 오랜 세월 동안 매달릴 수 있었죠.”

워낙 남 앞에 나서서 뭔가를 알려주고 지식을 드러내기보다는 홀로 학문을 깊이 파고드는 길을 택했던 그이지만 지식을 함께 나누고픈 후학들이 생기면 언제든지 환영하고 있다. 지금도 매주 젊은 후배들이 찾아와 함께 중의서 한학서 등 고전에 대한 배움을 청한다. 몇 년 전에는 그의 강의를 듣는 모임인 한의고전연구회도 만들어졌다.

“문리를 터득하는 것입니다. 나뭇결을 결대로 쪼개면 훨씬 잘 잘라지는 것처럼 문리를 알게 되면 끊어 읽을 곳을 알게 돼 고전의 글을 훨씬 빠르고 쉽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문리 터득하면 고전 쉽고 빠르게 이해할 수 있어
매주 한번씩 고전 강독… 생소한 원전 두루 섭렵
역사 알면 한의학 이해 도움… 대학 중용 필독서

한의학을 하려면 역학(주역)을 알아야 하는데 처음부터 시작하기는 쉽지 않다. 때문에 대학이나 중용을 먼저 가르치고 그 다음에 주역을 한다고 한다. 연구회에서 공부해온 책들만 해도 대학독문, 중용혹문, 동의보감, 침구대성, 사고전서 총목, 동원 10서, 난경, 사기영선, 황우 등 이름도 생소한 책들이 대부분이다. 한 권을 끝낸 책도 있지만 부분 발췌해 강의를 하기도 한다.

“학문은 경사자집(經史子集)으로 분류합니다. 서경 논어 등 13경(經)이 있고, 사기 초한서 등 역사서(史), 노자 장자 한비자 등 제자백가(子), 서동파문집 퇴계 문집 같은 문집(集) 등 경이 끝나면 사를 하고 순서대로 하면 좋지요. 특히 우리나라 한의학은 금원사대가 시절의 내용을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그러한 역사를 알게 되면 한의학에 대한 이해가 더욱 깊어질 수 있습니다. 대학이나 중용 등은 요점 정리돼 있고 양도 적어 경전의 기본적 개념을 잡고 문리를 습득할 수 있게 하는 기본서 중의 기본서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는 번역본을 읽지 않는다. 한의원 한켠에 있는 책장에는 원서밖에 없다. 한의학서 뿐만 아니라 두꺼운 원서들이 즐비하다. 옥편조차도 한자로 된 <중문대사전>을 읽는다. 번역본을 통해 읽게 되면 잘못된 내용들로 이해할 수 있는 우려 때문이다. 실제로 그가 과거 한의협 통신망을 통해 일부 국내 번역본의 문제점을 제기한 적도 있다.

“몇 천년 전의 글은 구결토가 없이는 이해하기가 쉽지 않아요. 그래서 번역을 한 글이 전혀 얼토당토한 뜻으로 번역되는 사례도 있지요.”

그가 2007년 통신망에서 지적한 글은 북한에서 번역돼 나온 <의방유취>다. 원문과 전혀 다른 뜻으로 번역된 것을 지적하는 글이다.

“문리를 아는 것이 그래서 중요합니다. 문리를 알면 토를 달지 않아도 직독직해가 가능하지요.”

다만 과거 한때 여러 번역 글을 두고 반박하는 글을 싣기도 했지만 “나로서는 잘못된 부분을 지적하고 올바로 고치자 하는 마음이었지만 지적 당하는 사람은 마음의 상처를 받는 것 같아 그만뒀다”고 했다. 겸손함을 미덕으로 삼으려고 그는 호를 ‘謙山’으로 지었다. 주역에 나오는 말로 “학식을 쌓아도 덕을 갖추는 겸손함”을 이르는 말이라고 한다.

“모든 사람에게 한문을 공부하라고는 안합니다. 특출난 기술을 가진 임상가랄지 다른 분야에서 한의계 발전을 위해 봉사하는 사람이랄지 각자가 뛰어난 분야에서 노력하면 되지요. 다만 상업적인데 빠져 금전적 이익만 추구한다거나 양심을 버리는 일은 지양했으면 합니다. 군자는 어려울 때 反身修德(자기 몸을 돌이켜보고 덕을 쌓는다)을 합니다. 돈이 안 되는 학문을 하려는 사람이 없는 게 안타까워요. 선진국이 되려면 기초와 응용학문이 조화를 이뤄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사상누각이 됩니다.”

그가 후배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말이다. 그는 넉넉한 형편은 아니지만 행복하다고 했다. 명예나 돈을 좇지 않고 청빈한 학자로서의 삶을 소소한 행복으로 여기는 소 원장 같은 이가 한의계를 받치는 든든한 반석 같은 존재임은 의심할 여지가 없을 것 같다.

“옛말에 의식이 족해야 예의도 난다고 하는데 한의계가 어렵다 보니까 여유가 없는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이 동네는 영세민들이 많은 곳이고 보험급여 환자도 많이 있어 돈을 많이 벌 수 있는 곳은 아닙니다. 그러나 진료 틈틈이 내가 하고 싶은 학문을 하고 또 배우겠다는 후배들 있어 행복합니다.”

이지연 기자

소재진 원장의 칭찬릴레이 추천- 윤홍진 원장(자성당한의원)

윤홍진 원장은 자신의 재능을 아낌없이 남과 나눌 줄 아는 몇 안 되는 사람 중 하나다. 자신이 어렵게 터득한 소프트웨어 개발의 지식을 이용하여 한의맥을 개발하여 동료 한의사들에게 무료로 사용할 수 있게 함으로써 많은 한의원의 진료기록부를 종이에서 컴퓨터로 변화시켜 놓아 한의사들이 얻은 경제적 이익이 적지 않았다. 최근에 새로 나온 한의맥의 개발에도 윤 원장의 총괄적인 지휘 감독이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 자신의 재능을 이렇게 아낌없이 남에게 베풀 줄 아는 사람을 나는 존경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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