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상이론 經典的 근거 없이 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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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상이론 經典的 근거 없이 범람
  • 승인 2010.04.08 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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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우

이정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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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학 바다에서 살아남기<20>
임상이론 經典的 論理的 근거 없이 범람
부메랑으로 돌아와 한의학 입지 경쟁력 위협

한의학 바다에서 살아남기<20>

침을 놓으면 질병이 왜 낫게 되는 것인가? 침과 인체가 만나면 어떤 일이 생기기에 병이 낫게 되는가? 침과 인체가 만나면 병이 낫는 경우만 있는가, 오히려 나빠지는 경우는 없는가? 이런 여러 가지 의문에 대한 답을 구하려면 병의 원인과 침의 작용에 대한 고찰이 우선해야 할 것이다.

먼저 병의 원인을 살펴보자. 이미 질병의 원인을 외인(外人), 내인(內人), 불내외인(不內外因)으로 구별한 소원방의 탁월한 분류가 있지만 외상을 제외한 모든 병은 외감, 음식과 심리적인 원인에 의해 생긴다는데 이견이 크게 없을 것이다. 이 중에서 심리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동무공께서 성(性)은 표기(表氣)를 상하고 정(情)은 리기(裏氣)를 상한다고 친절하게 정리해주신 덕분에 질병의 원인 역시도 음식, 외감, 성, 정이라는 사상(四象)의 사단(四端)으로 대별할 수 있게 되었다. 다시 말하면 감기를 비롯한 외감병은 껍데기에 해당하는 인체 구각(驅殼)의 표병(表病)이고 음식상은 알맹이에 해당하는 장부(臟腑)의 표병(表病) 즉 육부(六腑)의 병을 일으키는 원인이 된다는 것이다.

인체의 흐르는 좌우의 12경맥은 인체의 알맹이인 장부와 껍데기인 구각의 지절(支節)을 연락(連絡)하며 흐르고 있기 때문에 경맥을 통해서 장부의 이상이 체표에 나타나기도 하고 구각의 이상이 장부에 영향을 미치게 하기도 한다. 기침이 오랫동안 낫지 않았을 때 기침을 하면서 방구가 나오는 대장해, 기침을 하면서 요실금을 동반하는 방광해로 진행된다는 <소문 해론(咳論)>의 논술이 좋은 예다.

“황제내경의 논술과 임상을 연결한 연구는 적다. 특히 침 놓는 시간에 따라 효과가 달라진다고 하는 위기행 해석도 최근에 나왔다

<내경>에서는 어떤 원인으로든지 영기(營氣)와 위기(衛氣)의 운행에 이상이 생기게 돼서 질병이 생긴다고 하며 특별히 <경맥편>에서 시동병(是動病)과 소생병(所生病)으로 대별하여 정리했다. 외감의 표병, 장부의 리병은 모두 경맥을 흐르는 영기와 위기에 이상이 생긴 것 때문이며 영기와 위기의 병으로 정리할 수 있다는 말이다.

예전의 기고문에 언급했다시피 침(針)은 영기와 위기의 운행을 조절하는 작용을 한다. 만약에 침이 눈에 보이는 구조물인 신경(神經 nerve)이나 근육을 자극해서 치료작용이 나타나는 것이라면 침의 작용 범위가 신경분절을 넘어설 수 없거나 관련 근육에 국한되어야 할 것이다. 이런 가설로는 오른쪽 어깨의 통증을 왼쪽 발에 침을 놓아서 낫는 것을 설명할 수 없을 것이며 양쪽 손목이 아픈 것을 한 쪽 발에만 침을 놓아서 낫는 것을 이해할 수 없을 것이다.

설령 뇌에서 일어나는 어떤 물질의 분비로 억지로 효과를 설명한다 하더라도 특정 손가락 끝에서 피를 내는 것만으로 돌발성 난청이 낫는 것에는 유구무언일 것이다. 침을 놓고 이런 효과를 본 분들은 침의 효과가 신경의 자극전달로는 설명할 수 없다는데 공감하실 것이다. 일부의 현상만을 설명할 수 있는 이론은 불완전한 방편에 불과하다. 신경을 조절한다고 하는 말이 한의학의 외연을 넓히는 한 방편이라고 하더라도 경맥을 흐르는 위기와 영기에 대한 이해가 기본적으로 선행되어야 함은 물론이다.

침을 놓는다는 행위는 영기와 위기에 영향을 미치게 되며 영기와 위기의 불균형을 침을 놓아서 균형을 맞춰주는 것이 행침(行針)의 효과이다. 위기의 흐름이 느려진 것이 만성피로증이고 위기가 밤에 오장으로 들어가지 못하면 불면이 생기며 위기가 부득설월(不得泄越)하면 고혈압이 생기고 위기가 거꾸로 흐르면 어지럼증이 생기며 위기가 불출(不出)하는 상태가 식물인간이라고 하는 것은 이미 여러 차례 언급했다.

음식물 역시 영기와 위기의 흐름에 영향을 주게 된다. 영기와 위기의 생성은 바로 천지지기(天地之氣)가 합하여 만들어진 음식물이 재료가 되기 때문이다. 수곡(水穀)의 한기(旱氣)가 위기가 되어 경맥의 바깥쪽을 흐르고 수곡의 정기(精氣)가 영기가 되어 경맥의 안쪽을 흐르기 때문에 수곡의 섭취만으로도 영기와 위기의 흐름을 조절할 수 있다는 것이 <내경>의 논술이다. 질병에 약을 쓰는 법도 이와 마찬가지로 영위지기의 승강개합(升降開闔)의 균형을 잡아주는 것이며 침 역시 영위지기의 상하좌우의 균형을 잡아서 질병을 치료한다.

침법의 대략을 명시한 <황제내경>이 책으로 나온 이후 25세기가 지난 오늘날 수많은 행침의 이론들이 발표되고 임상에서 사용되고 있지만 아직까지 타당성 여부에 대한 공개적인 논의가 부족한 형편이며 관련한 연구 역시 미미해 보인다. <황제내경>의 논술에 대한 이론적인 연구는 많지만 실제 임상과 연결한 연구는 적다. 특히 침을 놓는 시간에 따라 효과가 달라진다고 하는 <위기행> 편의 내용은 해석이 된 것조차 극히 최근의 일이다.

“침은 영기와 위기의 운행을 조절하는 작용을 한다. 영기와 위기의 불균형을 침으로 균형을 맞춰주는 것이 行針의 효과이다

한의학의 장점이라고 누구나 인정하는 다양한 임상 적용의 이론이 경전적(經典的), 논리적 근거 없이 범람해서 결국 부메랑처럼 우리에게 돌아와 한의학의 경쟁력을 약하게 하고 한의사의 입지를 흔들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오늘의 우리 현실은 더욱 온고이지신(溫故而知新)이 필요해 보인다. 한의학의 모든 분야에서 필요하겠지만 우선 가장 활용도가 높은 침과 관련한 주제부터 한의학의 출발인 <내경>의 논술과 그 이후의 주장이 어떻게 달라졌는지 정리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 그 다음 가능한 것부터 하나하나 검증을 통한 평가가 이뤄져야 할 것이다. 여러 가지 오해를 피하기 위해서라도 객관적이고 공신력을 갖춘 곳, 예컨대 한의학연구원 같은 공공기관의 주도로 진가(眞假)를 검증하는 연구를 통해 <내경>의 논술에서 인정할 것은 인정하고 기각해야 할 것은 기각하는 연구를 온고(溫故)라고 할 것이다. 오늘날의 새로운 이론 즉 지신(知新)에 해당하는 연구도 온고에서 시작되어 취사되어야 함이 마땅하다.

작년에 한의학연구원의 주도로 로컬의 한의원과 연계해서 침 효과를 검증하기 위한 연구를 한 것으로 안다. 연구원의 노력에 박수를 보내며 앞으로 한의학의 공공기관인 한의학연구원이라는 이름에 걸맞은 연구가 지속적으로 이루어지기를 기대한다.

이정우/ 동의형상의학회 반룡수진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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