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사로서 ‘교양의 폭’ 넓혀줘
상태바
한의사로서 ‘교양의 폭’ 넓혀줘
  • 승인 2010.04.07 12:1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안세영

안세영

contributor@http://


서평- <나무열전>
한의사로서 ‘교양의 폭’ 넓혀줘

궁금증 해소만으로도 본전 뽑는다

<나무열전> 
강판권 지음. 글항아리 간행.

꽃이 피는 걸 시샘하듯 오락가락 한기를 몰고왔던 날씨도, 4월로 접어들며 확실히 달라졌습니다. 그야말로 완연한 봄이 되었기에, 지난주 식목일 전후로 심겨진 미약한 묘목들도 이제부터는 따사로운 햇살만 받으며 무럭무럭 자라나겠지요. 그래서 일년생․다년생, 낙엽성․상록성, 활엽․침엽, 관목(灌木)․교목(喬木), 초본(草本)․목본(木本) 등으로 구분되는 모든 식물이 세월 별로 나름의 성장주기에 따라 서로 다른 모습으로 나타날 것입니다. 요즘 같으면 노란 산수유로, 새하얀 목련으로, 자줏빛 작약 등으로 말이에요.

우리 한의사는 직업적으로 초근목피를 많이 접할 수밖에 없기에, 모두 약용식물 전문가에 버금갑니다. 임상에 치우치다 보니 주로 소엽․계지․백출․구기자처럼 잎․줄기․뿌리․열매 등 일정 부위만 마주칠지라도, 학창시절엔 본초학 교수님들로부터 으레 식물의 전체 사진이 곁들여진 강의를 들었잖습니까?

또한 몇 차례씩은 야외수업을 통해 막걸리와 버무려진 진정 ‘산 교육’을 받았잖습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산야대지에 흐드러진 풀과 나무는 여전히 생소한 경우가 많습니다. 따라서 혹 강판권 교수님과 맞닥뜨린다면 대부분의 한의사는 쥐구멍을 찾아야 합니다. 비록 전공지식 덕택에 식물명의 한자(漢字)를 파자(破字) 풀이해 가며 유래․성미․용도 등은 꽤 안다고 자부하지만, 삶이 식물 자체인 사람과는 비교가 안 되기 때문입니다.

<나무열전>은 모든 것을 나무로 생각한다는, 그래서 스스로 ‘나무 병’에 걸린 ‘환자’라고 밝히는 강판권 교수님의 글입니다. ‘열전(列傳)’이란 제목이 의미하는 대로, 강 교수님은 ‘여러 가지 나무에 관한 이야기를 차례로 쭈~욱 늘어놓으며 기록한 책’을 상재했는데, 책은 편의상 크게 세 부분으로 나눠져 있습니다. 1부 ‘숲을 바라보며’에서는 나무․숲․뿌리․줄기와 가지․껍질․꽃․열매 등 주로 나무의 부위 별 일반적 속성과 연관된 내용을, 2부 ‘숲에서 줍는 한자’에서는 가래나무(梓)․측백나무(柏)․회화나무(槐)․참죽나무(椿)․자작나무(樺)․풀명자나무(楂) 등 모두 40종의 나무에 얽힌 내용을, 3부 ‘숲을 나오며’에서는 저자의 체험이 녹아든 나무의 철학을 매번 한자 이야기와 더불어 흥미진진하게 펼쳐 놓은 것입니다. 어떤가요? 한의사 입장에서 무척 구미가 당기지 않습니까? 아니, 그냥 ‘나무에 숨겨진 비밀, 역사와 한자’라는 부제만 봐도, 우리들의 필독 교양서로 여겨지지 않습니까?

책을 낼 땐 왜 ‘상재’라고 하는지, 대구 도동의 늘 푸른 측백나무는 왜 제1호 천연기념물인지, 회화나무 우거진 강진의 윤선도 고택 이름은 왜 ‘녹우당(綠雨堂)’인지, 장인 어른을 왜 춘부장(椿府丈)이라 부르는지, 화촉(華燭)은 왜 자작나무로 밝히는지, 사돈(査頓)의 어원이 왜 풀명자나무인지 등이 궁금하다면 무조건 이 책을 구독해야 합니다. 한의사로서 직업적 교양이 풍부해짐은 물론, 궁금증 해소만으로도 본전을 뽑고 남는 책이니까요.

안세영/ 경희대 한의대 교수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