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케팅 우위 한의학 본질 왜곡시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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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케팅 우위 한의학 본질 왜곡시켜
  • 승인 2010.04.02 1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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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관우

김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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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관우의 실전 사암침법’ 연재를 마치며
치료의학 구축… 한의계 위기 타개책
홍보마케팅 우위 경영기법 한의학 본질 왜곡시켜

‘김관우의 실전 사암침법’ 연재를 마치며

한의계를 둘러싼 다양한 위기적 징후들이 한의계 구성원 모두를 암울하게 만드는 현실이 지속되고 있습니다. 물론 외부적으로 적지 않게 과장되고 조장된 측면이 없지 않지만 사회 전반적으로 한의계의 위상이 이전과 같지 않으며 이로 인한 자조감이 우리를 둘러싸고 있음을 부인할 수 없습니다. 이러한 상황이 한의학이라는 학문 자체의 위기인지 한의사라는 직종의 위기인지에 대해서는 여러 의견이 분분합니다.

하지만 분명한 사실은 이 위기적 징후들을 그냥 관망하며 넘길 시기는 아니라는 것입니다. 한의학의 위기는 한의사의 위기이며 한의사의 위기는 한의학의 위기이기 때문입니다. 누구는 한의사라는 직종이 도태되어도 한의학은 남을 것이라는 이야기를 하지만 한의학이라는 학문의 실체적 구현을 위해 가장 힘과 노력을 들여왔고 앞으로도 그러할 수 있는 직종은 결국 한의사밖에 없다는 점에서 이는 너무도 무책임하며 안일한 생각일 수밖에 없습니다.

현 위기는 의료계 전반을 둘러싼 정치, 경제, 사회적 측면 등 다양한 측면에서 기인합니다. 주류의학계의 공세적 대응, 무면허인들의 발호, 의료인 수의 절대적 증가에 의한 과잉공급과 과도한 경쟁, 국가적 정책의 미비, 인구집단의 변화 등 다양한 요인을 꼽을 수 있겠지요. 그러나 한의계가 시대적 흐름에 발 빠르게 대처, 적응해 나가지 못한 것이 현 위기의 근본 요인이라는 점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한의사 도태해도 한의학 남을 것이란 얘기는 너무도 무책임하며 안일한 생각이 아닐 수 없다

현 위기는 또한 한의학이라는 학문이 아직도 치료의학으로서 제 자리를 구축하지 못했음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한의학이 시대적 흐름에 대응해 가는 모습이 치료의학으로서 튼튼한 자리매김을 하는 것보다는 시류에 편승하는 경영, 마케팅, 홍보 등에 더 우위를 두는 것으로 비치는 바람에 한의학을 대하는 환자들이나 외부인들에게 오히려 왜곡된 모습의 한의학을 각인시켰고 다른 의료 직종의 단체에게 학문적, 임상적 공격의 빌미를 제공하는 문제를 유발했다는 점도 뼈저리게 인식되어야 할 부분입니다.

학문은 그 시대의 요구에 적극적으로 응해야 하는 의무를 지니고 있으며 인간의 건강을 지킨다는 의학에서는 더욱 그 소명이 중요시됩니다. 하지만 시대의 요구가 본질적으로 무엇인지 명확히 파악하지 않은 채 시류만을 좇고 현실의 논리에 매몰되어 학문에게 부여된 본질과 당위를 등한시한다면 그러한 학문의 앞날은 암울할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이런 측면에서 격변하는 21세기의 대한민국 사회가 한의학이라는 학문과 한의사라는 직종에게 요구하는 바가 과연 무엇인지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것이며 이러한 고민 자체가 추상적 논의가 아니라 앞으로 한의사라는 직종의 생존과 연관된 실질적인 것임을 인지해야 할 것입니다. 한의학을 치료의학으로서 자리매김하자는 것은 말 그대로 환자의 병증을 다스릴 수 있는 실질적인 한의학 본연의 모습을 최대화시키면서 이를 환자를 비롯한 외부인들에게 충분히 각인시키자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는 모든 병을 한의학으로 다스릴 수 있다는 자신감과 확신에서 비롯되는 것이 아니며 古來의 한의학의 원형을 묵수한다고 이루어질 것도 아닙니다. 한의학은 신념으로 구축된 학문이 아닙니다. 오직 임상을 통한 환자와의 직접적 접촉과 문제 해결을 위한 끊임없는 실천적 노력이 담보되었을 때만이 치료의학으로서 한의학이 구축될 수 있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실천적 성과가 보편성과 재현성을 지닐 수 있도록 일관되고 수긍 가능한 이론적 뒷받침이 확보되어야 합니다.

“시류만 좇고 현실의 논리에 매몰돼 본질과 당위를 등한시할 경우 그런 학문의 앞날은 암울하다

사실 이러한 문제의식은 어제 오늘 제기된 것이 아니라 전혀 새로울 것도 없습니다. 그리고 많은 임상의가 깊은 고민과 치열한 임상 실천을 통해 나름의 성과를 꾸준히 구축해 가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성과들이 대부분 개인적 경험의 소산에 머무르거나 소수의 영역에서 소통되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그러다 보니 한의사라는 동일 면허를 지닌 전문집단 내에서조차 치료 성과에 대한 타당성과 보편성을 인정받지 못하거나 의심 당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학문적 전문성과 신뢰를 검증할 장치에 대한 끊임없이 懷疑에 직면해야 할 상황을 만들게 되는 것입니다.

이런 문제는 생리적, 병리적 판단과 해석, 진단에 입각한 치료원칙의 구축, 방제를 구성하는 원칙과 처방 선정의 문제 등에 이르기까지 거의 모든 분야에서 대두되고 있습니다. 분야를 침구학의 영역에만 국한시켜 보아도 운용할 침법의 선택에서부터 취혈의 의미와 해석, 평가에 이르기까지 수십 년 전이나 지금이나 견해와 관점의 차이에서 기인하는 혼란은 본질적으로 크게 달라진 게 없습니다. 달라진 게 있다면 유통되는 정보의 양이 크게 증대되었다는 점일 뿐입니다. 이런 문제는 치법 체계가 일관되고 텍스트가 제한되어 있는 사암침법에서조차도 여전히 반복되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어떠한 측면에서든 사암침법에 대한 한의사의 관심도는 예나 지금이나 높습니다. 그리고 외부적으로는 韓醫學이 中醫學에 맞서 내놓을 수 있는 우리만의 독자적이고 우수한 침법이라고 공표되어 있습니다. 그런데도 침구학계는 사암침법의 운용에 관한 일관되고 체계적인 해설이나 교육체계를 충분히 구축하지 못하였습니다. 그러다 보니 사암침법은 입문자들에게는 일정 정도 수준을 넘어서면 접근상 어려움과 좌절을 안겨줄 수밖에 없고 경력을 지닌 사람들에게는 학문적 정체를 가져다 줄 수밖에 없었습니다. 결국 사암침법의 정형화된 치료체계는 병증을 심도 있게 이해하려는 시도를 오히려 단순화시켜 특정 병증 상황에 대한 활투식 치법을 나열하게 만드는 문제를 초래하기도 하였습니다.

“사암침법 등 한의사들 사이에 널리 운용되는 침법에 대해 계통적인 이론과 해설체계 구축해야

이런 문제점은 개개의 한의사들의 노력으로만 개선될 일이 아니라 봅니다. 사암침법을 비롯하여 최소한 대한민국의 한의사들에게 널리 운용되는 침법에 대한 일관적이고 계통적인 이론과 해설체계를 구축하는 작업이 선행되어야 침구학이 치료적 보편성을 인정, 검증 받을 기회와 수단이 확립될 수 있는 것입니다.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이를 바탕으로 임상의를 위한 주요 침법의 교과서가 마련되어야 합니다. 이런 계통화된 합리적 틀에서 일정 정도의 임상적 지식과 치료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다수의 임상의가 배출되어 한의계 전체의 1차진료 수준이 상승되는 것이 한의계 앞날을 위한 가장 바람직한 일일 것입니다.

그간 지면을 통해 연재한 사암침법에 대한 해석과 운용체계는 일개 임상의의 단편적인 소견에 머무를 수 있음을 인정합니다. 하지만 사암침법을 총괄적으로 주요 병증에 대한 보편적 치료체계로서 제시했던 시도가 그리 많지 않고 단편적이던 상황에서 의미 있는 시도였다고 생각합니다. 귀한 지면을 마련해 주신 민족의학신문 관계자 분들에게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임상가의 모든 한의사가 자신의 존재를 평범한 일개 한의사로 스스로 격하시키지 않고 임상을 일상의 무의미한 반복으로 받아들이지 않으며 맨 처음 한의학이라는 학문을 접했을 때의 포부와 자긍심을 지니고 임상에 선다면 치료의학으로서 한의학의 자리매김은 더욱 튼튼해질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김관우/ 푸른한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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