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사법 전면적 개정 착수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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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사법 전면적 개정 착수 필요
  • 승인 2010.04.01 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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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유상 김진주

백유상 김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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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존‧상생, 학의학 살 길이다<8>
약사법 전면적 개정 착수 필요
원외탕전 사태 약사법 독소적 조항들 노출

공존‧상생, 학의학 살 길이다<8>-
한약사 모델의 정립

약과 관련된 업무 즉 藥事는 매우 광범위하다. 의료인의 업무가 진료행위에 집중되어 있는 것에 비하여 약의 제조, 조제, 유통, 관리 등 약이 만들어져 복용되기까지의 모든 과정에 약사가 관여하고 있다. 한약사의 경우도 마찬가지로 한약과 관련된 다양한 업무를 담당하게 되는데, 2005년에 작성된 ‘한약학과 학제 개편 타당성 연구’라는 보건복지부 보고서에는 환자 상담, 한약 조제, 유통 관리, 제조 관리, 품질 관리, 한약국 경영의 대분류로 한약사 직무 기술서를 제시하고 있다.

환자 상담에는 보건의료인의 자문을 통하여 투약계획을 세우는 과정이 포함되어 있으며 한약 조제업무 중에는 탕제, 환제, 산제 등 여러 제형을 만드는 작업과 복용량, 시간, 횟수 등에 대한 지도가 포함되어 있다.

또한 한약재의 구입, 보관, 포장과 포제작업, 그리고 한약제제를 제약하는 과정에 관여를 하며 형태학적, 이화학적 검사를 통하여 품질을 관리하고, 처방전 정리 보관과 의료보험 청구 등 경영에 관련된 업무를 수행하도록 되어 있다. 현재 희소성을 감안해 본다면 한약사가 이러한 다양한 업무에 관여하게 되어 면허 취득 후 진로가 어둡지만은 않다.

“한의사에 부속된 기사 수준으로 인식하는데서 벗어나 한약사가 자립할 수 있도록 규제를 풀어야 한다”

그러나 지금은 여러 제도의 미비와 규제로 인하여 한약사로서 자립할 수 있는 모델을 설정하기 힘든 상황이다. 여러 가지 예상되는 모델 중에서 한의사와의 관계 속에서 어떻게 한약 조제업무를 수행하는가에 대한 것이 가장 중요하다. 의료와 약이 완전히 분리될 수 없는 한의학의 특성에 따라 업무는 분담하더라도 항상 함께 협의하는 관계가 유지되어야 한다. 한의사의 진단, 변증과 입방에 의하여 제대로 포제되고 조제된 한약이 적합한 복용법에 의하여 투여되고, 환자의 반응 변화가 다시 피드백되어 한의사의 판단에 따라 약재를 조정하는 과정이 끊임없이 이루어질 때 치료 성과를 높일 수 있다.

현재 한의학 위기는 그동안 한의계가 양적으로 팽창하는 과정에서 치료의학으로서 위상을 확립하지 못한데 주요 원인이 있다고 할 수 있다. 여러 난치병을 물리치기 위해서는 한의사의 치료능력이 더욱 향상되어야 하며 전쟁터의 무기라고 할 수 있는 한약이 높은 수준으로 관리되고 또한 다양한 형태로 사용되어야 한다. 결국 한약이 가지고 있는 무궁무진한 치료 효능을 새롭게 인식해 나갈 때 한의학은 한 단계 도약할 수 있으며 이는 지금까지 한의학의 역사가 증명해 주고 있다. 한의학이 새로운 도약을 모색하는 과정에서 한약사의 역할이 점점 중요해 지고 있다.

한약사라는 직능을 한의사에 부속되어 지도를 받는 기사의 수준으로 인식하는데서 벗어나 자립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 그 이유는 그만큼 독립성을 보장하였을 때 전문성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며, 자립은 또한 국가가 면허를 부여한데 대한 당연한 권리와 책임을 의미하는 것이다. 최근 들어 원외탕전 등 한의사와 한약사의 협력관계가 늘어나는 것은 한약에 대한 국민의 걱정과 관심이 높아지는 추세 속에서 매우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한약국이 경영적으로 자립하는 동시에 한방의료기관과도 밀접하게 협력할 수 있는 모델이 가장 바람직하다. 현재 한약국이 어느 한 가지 원천으로만 자립할 수 있을 정도로 여건이 형성되어 있지 못하므로 일부 규제 완화와 한의사와의 협력을 통하여 자립을 유도하는 것이 현실적인 방안이다. 예를 들어 한약사협회에서 주장하고 있는 한약제제에 대한 의료보험 적용, 한약사의 조제범위 조정도 전향적으로 검토해볼 사항이다.

“한약국이 경영상 자립하는 동시에 한방의료기관과 밀접하게 협력할 수 있는 모델이 가장 바람직하다”

한약국의 자립과 관련하여 한방의약분업으로 이어지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가 있다. 한방 의약분업에 대한 상당수의 정책보고서를 살펴보면 양방식의 의약분업 실시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함을 지적하고 있다. 한의학에서 배타적이고 강제적인 의약분업은 소비자의 입장에서도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 예상한다. 왜냐하면 환자들은 질 좋은 한약을 원하면서도, 공장에서 획일적으로 만들어질 수 없는 한약 고유의 특성으로 인하여 한의사의 지도 하에 약재가 관리되기를 선호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한약조제를 어떻게 정의하고 법률적으로 규정할 지에 대하여 먼저 연구하고 이를 토대로 한의학에 적합한 분업의 형태를 구상해 나가야 한다. 의약분업의 정신은 藥事의 전문성 뿐만 아니라 의사가 약을 독점함으로 인하여 발생하는 부작용을 방지하자는 데에도 목적이 있다. 과거에 비해 한약에 대한 한의사의 관리가 상대적으로 소홀해 지고, 국민들의 의식과 경제수준이 높아짐으로 인하여 한약의 안정성을 점점 의심받게 되는 상황 속에서 관리가 필요한 경우에는 한약사와 협력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한의사협회는 한약사의 존재를 외면하는 자세보다는 서로의 업무 분담이 필요한 부분이 있음을 인정하고 원외탕전 사태로 드러난 약사법의 독소적인 조항들을 개정하는데 노력해야 한다. 한약국과 한의원의 협력관계를 의약분업의 담합행위로 규정한 것이 대표적인 예다. 한약사협회도 원론적인 의약분업 주장에서 벗어나 한의학에 적합한 분업 모델에 대하여 정책 대안을 제시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두 직능단체는 전문가들과 함께 공동연구팀을 구성하여 현재 많은 문제를 내포하고 있는 약사법의 한약 관련 조항들을 전면적으로 개정하는 작업에 착수해야 한다.

백유상/ 경희대 한의대 원전학교실
김진주/ 경희대 약대 한약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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