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회 토론회가 남긴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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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시회 토론회가 남긴 것
  • 승인 2010.03.16 1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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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연 기자

이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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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 선거제 탈피 주장 거세져
간선제 등 기존 선거제 탈피 주장 거세져
<인천시회 후보자 초청 토론회가 남긴 것> 

미국식 선거인단 제도처럼 예비경선 성격을 띨 것으로 알려져 이목을 끌었던 인천시한의사회(회장 임치유)의 후보자 초청 토론회가 지지 후보에 대한 입장 표명이 불발돼 찻잔 속의 태풍에 그치고 말았다. 대신 민의 수렴이 원천적으로 봉쇄되다시피 한 기존 선거제도의 문제점을 공유하고 전국에 확산시켰다는 점에선 평가받을 만하다. 지역 토론회라는 특색을 살리지 못한 점 역시 차기 협회장 선거에서는 반추해 볼만한 대목이다.

인천시회 토론회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진행 중인 지역합동정책토론회와 별도로 추진됐고, 지부가 단독으로 추진한 토론회로는 이번이 처음이다. 그 바람에 전국적 관심을 끌어모았고 신선하다는 반응과 지부의 열정이 돋보인다는 평가를 받았다. 특히 정책토론회를 아직 치루지 않은 지부(전남·광주시한의사회, 전북한의사회, 서울·인천·제주한의사회)의 경우 인천시의 새로운 시도에 주목했다.

김병훈 전북한의사회장은 “인천시회의 초청 토론회는 의미 깊은 일”이라며 “기존의 지연 학연이 판치는 선거풍토를 벗어나 정책과 공약을 직접 회원들이 묻고 질의하는 모습이랄지 간선제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지역 회원들의 관심을 환기시킨 모습 등에서 이번 선거에 새로운 바람을 불러일으킨 것 같아 매우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홍광표 광주광역시한의사회장도 “인천시한의사회의 단독 토론회가 다른 지역에도 신선하게 다가온다”며 “인천시의 경우 회원 수의 밀도가 높은 지역인 만큼 좀 더 개방된 공간에서 더 많은 회원이 참여했으면 좋았을 것 같다”고 분석했다.

다만 이번 토론회 결과가 지역의 힘을 보여줄 수 있는 중요한 분기점이 되지 못한 채 하나의 이벤트에 그친 것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10명의 중앙대의원이 토론회 결과를 두고 투표에 대한 의견을 공유키로 한 것에 대해 선거관리위원회가 특정 후보를 미는 식의 미국식 예비경선 형태는 불가한 것으로 결론을 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이번 토론회는 김 빠진 맥주가 된 셈이다.

공약내용 무한반복… 지역현안 질문 부족 아쉬워
미국식 예비경선 무산으로 ‘찻잔 속 태풍’에 그쳐
“대의원 성향이 회장 선출을 좌우” 문제의식 공유


토론회가 끝난 뒤 인천시 중앙대의원들(참석 인원 9명)과 임원들이 토론회 결과에 대해 논의를 진행했는데, 이 자리에서는 비밀투표에 관한 선거관리 규정에 따라 특정 후보의 이름을 거론한다거나 지지층이 나눠지지는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토론회를 주도했던 김성진 인천시한의사회 수석부회장은 “처음 진행하는 지역 후보자 토론회였기 때문에 진행이 다소 미숙했다”며 “특히 지역 현안에 대한 질문이 거의 없었던 점은 아쉬운 부분”이라고 전했다. 특히 공동 입장 표명이 무산된 것에 대해선 “취지는 좋았는데 선거법 문제가 걸려서 아쉬웠다”며 “인천시 동구에서는 미국식 선거인단 제도를 도입하고 있는데, 직선제가 안되면 지부에서라도 예비경선제를 도입하는 방안을 고려해 보는 계기로 삼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인천시한의사회는 공통 질의서를 만들 때 지역 현안에 대한 질의를 넣자는 의견도 나왔다. 김성진 수석부회장은 이에 대해 “한의대가 없는 인천시의 실정을 감안해 한의대 설치에 대한 문제를 질의에 넣자는 의견이 나왔고, 플로어 질문에도 있었지만 선관위가 질문을 거르는 과정에서 이 질문은 채택되지 않았다”며 “후보자들의 답변이 질문의 핵심을 제대로 짚어내지 못한 점을 감안할 때 설령 지역 현안 관련 질문이 나왔다 하더라도 답변이 제대로 나왔을지 의문”이라고 회의감을 내비쳤다.

한편 이번 토론회 개최를 계기로 합동정책발표회와 같은 구태의연한 모습은 벗어던지자는 제언이 나오고 있다. 김병훈 회장은 “18일에 열릴 전북 합동정책발표회에서 인천시회의 토론회 사례를 참고하겠다”며 “언론을 통해 후보자 대담이나 토론회 내용 등이 많이 알려진 만큼 지역 현안 중심의 질문을 준비해 달라고 대의원들에게 공지했다”고 강조했다. 전북지부는 토론회가 끝난 뒤 비공개 회의를 개최해 이날 발표회에 대한 평가회의를 진행할 예정이다. 김 회장은 “특정 후보에 대한 입장을 밝히지는 않을 것”이라며 “다만 정보는 서로 공유하고 후보의 능력과 회무 투명성을 중점적으로 평가할 것”이라고 밝혔다.

기존 선거방식에 대한 문제점도 지적되고 있다. 인천시한의사회 한 관계자는 “토론회 질문 내용을 놓고도 후보들의 신경전이 벌어졌다”며 “민의가 아니라 대의원 성향에 따라 회장을 선출하는 건 문제”라고 지적했다. 홍광표 회장은 “민의 수렴을 위해 지역 회원들에게 문자로 지지 후보를 받고 이를 참고하는 대의원들도 있다”며 “이런 방식이 한계가 있는 걸 알고 있지만 달리 민의 수렴장치가 없는 실정”이라고 아쉬움을 표했다.

그는 이어 “인천시처럼 단독으로 후보 초청 토론회를 개최하고 싶어도, 우리처럼 먼 지역의 경우는 선거운동 기간이 너무 짧아 공식 합동토론회를 제외하고 별도로 토론회를 갖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보름 정도의 선거운동 기간을 한달 정도로 늘리는 방법도 고려했으면 한다”고 주장했다.

이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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