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수첩- 불법자 양산하는 선거 규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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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수첩- 불법자 양산하는 선거 규칙
  • 승인 2010.03.02 1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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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우 기자

박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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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수첩- 불법자 양산하는 선거 규칙

2월25일, 제40대 협회장 선거 후보등록 마감 하루 전인데도 입후보자가 단 한명도 없다. 하지만 최소 3인 이상이 입후보할 것이고, 그들이 누구인지는 대체로 알려졌다. 그들은 자천타천으로 일찌감치 부상했고 부지런히 달려왔다.

공식적인 선거운동은 26일 밤 9시에 등록 후보자 기호 추첨이 끝나자마자 시작된다. 3월20일까지 가능하니 공식적인 선거운동 기간이 총 23일인 셈이다. 이외 선거운동은 모두 불법이다.

과연 23일 만에 후보들을 적확히 파악하고 비교하고 선택할 수 있을까? 입후보자의 단·중·장기 ‘정책’을 파악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물론 후보자는 공약사항 등을 기재한 개인 홍보물을 제작해 배포하고, 선관위도 선거 공보를 1회 발행해 선거일 전 5일까지 유권자에게 발송한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공약이 아니라 구체적인 실천 가능성이다. 즉 로드맵을 검증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선 후보자를 다각적이고 입체적으로 들여다 볼 절대시간이 필요하다. 단독 토론회 등 후보와 회원의 만남을 다각화할 필요도 있다. 또한 간접선거인 만큼 1만6천 한의사 회원에게 후보들의 정책에 대해 직접 묻는 여론조사 실시도 절실하다.

상황이 이런데 회원들과 대면할 시간은 ‘합동정책 발표회’가 유일하다. 그나마도 일정이 하도 뻑뻑해 형식에 그칠 가능성이 적지 않다. 합동 토론은 자칫 포퓰리즘으로 경도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특히 3명 이상이 입후보할 경우 ‘토론회’가 아니라 ‘발표회’가 되기 십상이다.

이런 발표회로는 유권자가 후보를 깊이 알 수도 없고 후보가 유권자들의 요구사항을 심도 깊게 파악할 수도 없다. 그래서 명함을 가진 후보들은 이런저런 명분을 앞세워 일찌감치 달린다. 그렇지 않는 경우는 후보로 나설 엄두조차 내지 못하는 게 현행 선거 관련 규칙이다.
규칙 12조2항은 ‘선거운동 기간 이외에는 일체의 선거운동을 할 수 없다’고 못 박고, 18조5항은 ‘이 규칙 또는 이 규칙에 의해 선관위의 결정 등에 위반된 행위’를 불법 선거운동에 포함시켰다. 진정 규칙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는 후보가 있을까 싶다.

너무 짧은 선거운동 기간이 덕망 높은 인사들을 ‘불법을 저지르는 소인배’로 몰아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정책이 아니라 루머가 난무하는 혼탁 선거를 부추기고 있는 것은 아닌지 심각하게 고민해 봐야 할 때다. 협회장 선거는 결코 인기 투표가 아니기 때문이다.

박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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