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원 인준심사 공정성 의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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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원 인준심사 공정성 의심
  • 승인 2010.03.02 1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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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우 기자

박진우 기자

dalgigi@http://


분과학회 관리 엉성… 한의학회 환골탈태 필요
회원 인준심사 객관성 공정성 담보해야
평의원총회에서 안건에 대한 찬반 투표가 진행되고 있다.  

분과학회 관리 엉성… 한의학회 환골탈태 필요

대한한의학회가 시대정신에 뒤떨어졌다. 그 바람에 이사회와 분과학회들 사이에 갈등의 골이 깊다. 개원의들과는 유리됐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준회원 진입 장벽이 높은 점은 질타의 대상이다. 신입 회원에 대한 심사가 객관성 공정성을 잃고 기존 회원의 기득권 옹호에 매몰됐고, 기존 회원의 징계도 학회 특성을 무시한 채 논문지상주의로 흐르다 보니 시대착오적이란 지적이 나온다.

분과학회 관리 역시 엉성하다. 대한의학회처럼 가려운 곳을 긁어주기는커녕 알아서 살아가라는 식이다. 한의학회가 본질을 망각한 것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사기에 충분하다. 무용론 세대교체론이 흘러나오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분과학회 인준 기구는 학회 이사회= 학회 진입에 대한 인준 거부의 근거는 ‘기존 분과학회의 권익이 침해될 우려가 있거나 유사한 목적의 분과학회가 있을 때에는 준회원 분과학회의 인준을 불허할 수 있다’는 회칙 25조 4항뿐이다. 모 이사는 이에 대해 고민을 토로했다. “구체성, 객관성이 결여된 애매모호한 규정만으로는 공정성을 획득하기 어렵다. 언제까지 인준 여부를 개인의 인식이나 소속 학회의 이익으로 판단해야만 하느냐.”

한방피부미용학회의 과거 준회원 인준 과정은 기존 학회장이 신생 학회 인준의 전권을 쥐고 있는 현행 체계의 한계를 단적으로 보여줬다. 매번 준회원 인준 부결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은 정회원인 한방안이비인후피부과학회였다. 2004년 당시 한방안이비인후피부과학회장은 표결에 앞서 “피부 관련 질환의 한의학적 치료에 충분히 기여했고 최근에는 피부미용 질환에 대한 논문을 발표해 치료영역으로 체계화시키고 있는 정회원 분과학회가 있으므로 유사 학회의 인준을 반대한다”고 천명했다.

인준을 찬성하던 이사들은 “학회의 분화는 일반적인 경향이다. 학회 난립을 걱정하는데, 그 문제는 엄격한 활동평가로 충분히 방지할 수 있을 것”이라며 문호 개방을 주장했으나 역부족이었다. 한방안이비인후피부과학회장은 ‘대한 한방알레르기 및 면역학회’에 대해서도 학문적 배경과 회칙 상 영역이 중복된다며 인준을 반대했다.

한방척추관절학회도 정회원 승인 당시 비슷한 과정을 겪었다. 2006년 이사회에서는 이와 관련 격론이 벌어졌다. 논의는 준회원으로 인준 받을 당시 추나의학회가 제시한 조건, 즉 자신들의 영역을 침범하지 않는다는 조건을 잘 지켰는지 확인하는 방향으로 흘러갔다. 학문적 목적을 이루기 위해선 영역 중복이 불가피한데 이를 침범하지 말라는 조건은 어불성설이 아닐 수 없다.

올해 2월4일의 정기 이사회는 기존 분과학회들의 주목을 받았다. 작년 정기 이사회에서 8개의 분과학회가 중징계를 당했기 때문이다. 한의외치제형학회는 이때 정회원에서 준회원으로 강등됐다. 2년 연속 학회지를 발간하지 않았고 08회계년도 연회비를 미납했기 때문이다. 7개 준회원 분과학회 역시 2회 연속 연회비 미·체납으로 인준이 취소되면서 회원 자격이 박탈됐다.

특히 회비를 납부 못해 제명된 ‘한방알레르기 및 면역학회’는 소명서를 통해 “본 학회는 한방병원 스텝, 수련의 위주로 세미나 참가비 외에 별다른 수입이 없다”며 “2008년 연회비 납입 건은 기존 회원들에게 공문 발송 등을 통해 최대한 협조를 구했으니 연회비 납입에 일정한 유예기간을 달라”고 호소했으나 거부됐다.

신광호 한의외치제형학회장은 “한의학회가 한의사들의 대표성을 상실했다”며 “학회는 논문, 논문 강조하는데 다양한 아이템으로 어렵게 개발한 기술의 가치는 왜 인정하지 않는가. 기술 개발에 주력하는 학회에게 논문이라는 경직된 잣대만 들이대는 것은 벌거벗고 특허기술을 공개하라는 것과 같다. 도대체 누구를 위한 논문인가”라고 반문했다.

한 준회원 분과학회장도 “일부러 정회원 신청을 하지 않고 있다. 정회원이 되면 교수 5명 이상을 과반으로 하는 편집위원회를 구성해 학회지를 발간해야 하는데 이는 임상 중심의 우리 학회와는 맞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대한의학회 계량화로 분과회원 관리= 1966년 32개 회원학회로 시작한 대한의학회에는 현재 146개 학회와 4개의 협의회가 소속돼 있다. 이들 학회는 씨줄로 학문의 역사적 발전과정과 학문의 특성에 따라 8개 영역으로 분류되고, 날줄로 ‘가’ ‘나’ ‘다’ 3개 군으로 전공 세분화 별로 나눠져 과도한 중복을 사전에 방지하고 있다. 이런 분류법으로 인해 2001년 6월 이후 정회원, 준회원 구분이 없어졌다.

대한의학회는 또한 신설 학회(미가입학회)나 회원 학회에게 유사한 양식의 학술 활동보고서 제출을 요구하고 있다. 학술 활동보고서는 평가항목과 정확하게 연동된다. 평가항목은 국제학술활동 및 활동역량 강화(50점), 학회지(95점), 국내학술활동(100점), 학회 운영 및 사회 기여(25점) 등 4개 영역 270점 만점이어서 점수로 쉽게 계량화된다.

신설 학회 인준 심사는 공정성과 객관성을 원칙으로 4단계로 이뤄지고 있다. 13인 정도가 참여하는 기획조정위원회는 우선 학술활동 보고서를 바탕으로 평가 점수를 집계한다. 그리고 입회 신청서를 토대로 회칙의 타당성, 기존 학회와 중복성, 학문의 독자성을 분석한다. 동시에 학술지 평가는 대한의학학술지편집인협의회에 의뢰한다. 이 3가지를 종합해 이사회에 심의를 넘기면 매년 3월 말 평의원회에서 최종 인준이 이뤄진다.

문제 노정하고 해결책 모색해야= 어느 학회나 문제는 있다. 그러나 양방 학회는 한의학회와 달리 문제를 드러내고 끈질기게 해결책을 찾는다. 대한의학회는 1995년부터 연 1회 이상 학회 활성화를 위한 포럼을 열어 학회지의 SCI 등재 요건 및 방법, 학회의 세무와 회계 관리, 외국 의학회의 조직과 현황, 학회와 개원의협의회와의 바람직한 관계 설정 등 매우 실용적인 노하우를 축적하고 있다.

학문적 특성이 달라 한의계가 양방이 축적한 제도를 곧바로 활용하는 것은 성공 확률이 낮다. 그러나 그 제도를 탄생시킨 속내까지 읽어낸다면 창조적인 벤치마킹은 가능할 것이다. 2월20일 평의원 총회에서 변기원 평의원은 “개원 한의사가 논문 쓰기란 쉽지 않다”며 “뇌변의 임상례를 논문화 하려는데 학회가 도움을 줄 수 있는가”라고 질문했다.

김장현 회장은 이에 대해 “관련 분과 학회에 주저 말고 도움 청하라”며 “또한 논문 작성 세미나 개최를 제안해 달라. 논문 작성을 돕는 별도 기구를 만드는 것도 한 방법일 것”이라고 답변했다. 평의원들은 입을 다물었다.

분과학회 절로 발전하지 않는다= 4월1일 임기를 시작하는 대한한의학회 김성수 회장 당선자는 “지금 학회는 개원가와 학교 다 아우를 수 있는 활동이 요구되고 있다. 향후 국제 학술대회와의 교류 강화, 학교 및 전문의 교육 강화, 각 분과학회의 진단 및 치료기술 개발 지원 강화에 힘쓰겠다”고 활동방향을 밝혔다.

분과학회는 저절로 발전하지 않는다. 한의학회는 한의협 및 학교를 설득해 분과학회에게 행정적, 기술적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 목이 말라 우물을 파고 있는 분과학회에게 깊이와 각도 등 원칙만 강조하는 것은 아무리 좋은 소리라도 잔소리에 불과하다. 하물며 애매모호한 원칙은 반발만 살 뿐이다. 이 상태가 조금만 더 지속되면 아무도 우물을 파지 않을 것이다.

박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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