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보성진의 영화 읽기- <러블리 본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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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보성진의 영화 읽기- <러블리 본즈>
  • 승인 2010.02.25 1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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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보성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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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승도 인간세계와 다름없을까
저승도 인간세계와 다름없을까
감독 : 피터 잭슨
출연 : 마크 월버그, 레이첼 웨이즈, 시얼샤 로넌, 수잔 서랜든

死後세계 아름다운 색감과 영상으로 묘사

<러블리 본즈> 

2달 전, 영화를 보러갔다가 예고편을 한 편 봤다. 예고편은 어디까지나 홍보 마케팅을 하기 위한 것이기에 현혹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지만 ‘14살, 나는 살해당했다’는 주인공의 내레이션으로 시작된 <러블리 본즈>는 필자의 뇌리에 바로 꽂혀버렸다. 거기에 감독이 피터 잭슨이기에 작품에 대한 신뢰가 생겼고, 영화 개봉을 누구보다 손꼽아 기다렸다.

이는 <반지의 제왕> 이후 뜸했던 피터 잭슨 감독을 기다리던 영화팬이라면 누구나 같은 생각일 것이다. 하지만 그가 5년 만에 내놓은 신작 <러블리 본즈>는 다이어트에 성공해 몰라볼 정도로 날씬해진 감독의 모습처럼 예전의 작품과는 확연한 차이를 보여주면서 관객들을 놀라게 하고 있다.

부모님, 동생과 함께 행복한 삶을 살아가던 14살 소녀 수지(시얼샤 로넌)는 첫사랑인 레이와 데이트를 앞둔 어느 날 이웃집 남자에 의해 살해된다. 가족들은 수지를 찾기 위해 백방으로 노력하지만 유품만 발견될 뿐이다. 그러던 중 아버지(마크 월버그)와 동생 린지는 이웃집 남자를 의심하게 된다.

<러블리 본즈>는 여타의 영화와 다르게 이미 죽은 주인공의 내레이션으로 죽은 자의 세상과 산 자의 세상을 연결하면서 이야기를 진행시키고 있다. 하지만 영화는 범인이 누구이며, 어떻게 잡힐 것인가 라는 장르의 공식을 전혀 따르지 않은 채 범인이 누구인지 처음부터 공개하고 있다. 대신 사후(死後)세계를 매우 아름다운 색감과 영상의 CG로 표현하며 감독 특유의 판타지 미학을 보여주고 있다. 어찌 보면 죽음이 끝이 아니라 또 다른 삶의 시작임을 은유하듯이 수지는 이승과 천국 사이의 길에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되고, 남겨진 가족들 또한 각자의 방식으로 슬픔을 견뎌내면서 <러블리 본즈>의 의미인 ‘아픔을 통해 더욱 깊고 단단해지는 사랑’을 느끼게 된다.

동명의 베스트셀러 소설을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이 제작하고 피터 잭슨 감독이 연출하면서 큰 이슈를 낳은 <러블리 본즈>는 <킹콩> <반지의 제왕>을 통해 감독을 알게 된 관객들에게는 매우 생소하게 다가올 것이다. 왜냐하면 밋밋한 이야기 구성과 소녀들의 취향에 가까운 영상들은 영화 보는 재미를 떨어뜨리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의 초기작 중에 하나인 <천상의 피조물>을 본 관객들이라면 그다지 낯설지 않으며 그의 또 다른 연출세계를 경험하게 될 것이다.

영화 개봉 전 감독은 친필 메시지를 통해 “러블리 본즈는 사랑이 어떻게 영원히 지속될 수 있는지 그리고 시간이 상처를 어떻게 치유하는지를 그린 작품이다. 한국 관객들에게 특별한 영화가 되기를 진심으로 바라고, 가족에 대한 소중함을 일깨우는 영화가 되었으면 좋겠다. 조만간 한국을 꼭 방문해 관객들을 직접 만나고 싶다”고 밝히면서 한국 팬들에게 대한 애정을 보여주기도 했다. 하지만 감독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영화는 예고편만 보고 결정해서는 안 된다는 것과 치밀한 이야기 구성이 얼마나 중요한 지를 새삼 깨닫게 해주면서 아쉬움을 남기고 있다. <상영 중>

황보성진/ 영화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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