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담- “의학의 역사를 눈으로 확인하는 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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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담- “의학의 역사를 눈으로 확인하는 과정”
  • 승인 2010.02.06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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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우 기자

박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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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학유적 탐방기 출간한 윤창열 김용진 교수
“의학의 역사를 눈으로 확인하는 과정”
의학유적 탐방기 출간한 윤창열 김용진 대전대 한의대 교수 

대담= 강근주 편집국장

독서백편의자현. 글을 읽고 또 읽으면 문리해석이 트인다. 백번 옳은 말이다. 헌데 백문불여일견 앞에 서면 얘기가 달라진다. 이를 깊이 들어가면 인식론과 경험론이 거론되고 감각론까지 얘기된다. 너무 복잡하다. 간단 명료하게 말하면, 사제가 문리해석과 경험을 하나로 묶어 책을 펴냈다. <중국 역사유적 의학유적 탐방기>가 그것이다. 8년간 실과 바늘처럼 한몸이 되어 중국 대륙을 누볐으니 아름다운 동행이 아닐 수 없다. 저자 김용진 교수는 윤창열 교수의 대전대 한의대 원전학교실 박사 1호다.

-<중국 역사유적 의학유적 탐방기>를 출간했다. 의미가 각별할 것 같다.
윤창열 교수가 책을 통해 대국민 한의학 홍보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윤창열 교수: 한의학은 중국의학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그 상관성을 더듬고, 뿌리에 대해 음미해 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김용진 교수: 의학의 역사를 눈으로 확인하는 과정이었다.

-의학유적 탐방기는 찾아보기 어렵다. 출간을 염두에 두고 답사에 나섰나.
윤: 아니다. 3차까지는 일로 떠났다. 그러다 한의계와 공유하고 싶은 마음에 4차, 5차는 민족의학신문 연재를 전제로 답사여행에 나섰다.

-연재물에 보완한 내용이 많은가?
윤: 사진이 대폭 보강됐다. 형식은 관광서, 내용은 의학역사서라 보면 무리가 없을 것이다. 전문성에 대중성을 가미한 건 한의학을 홍보하기 위해서다. 전국의 한의원들이 이 책을 구입해 진료대기실에 비치할 경우 한의학의 유구한 역사와 우수성이 꽤 많이 알려질 것이다. <칼의 노래> <남한산성> 등 김훈의 소설이 우리 역사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켰듯이 말이다.

-1999년부터 2007년까지 8차에 걸쳐 매해 답사여행을 떠났는데, 그 배경은 무엇인가.
윤: 전공이 원전학이다 보니 현장에 관심이 많았다. 특히 복희, 신농 황제 등의 유적을 둘러본 뒤 다른 의학유적에도 관심이 쏠렸다.

“한의학 홍보를 위해 대중성을 가미했다. 한의원들이 책을 구입해 진료대기실에 비치하면 한의학 대국민 홍보가 절로 될 것이다

-오랫동안 답사했으니 이런저런 사연도 많지 않나.
윤: 티벳 가는 열차를 타는데, 답사단 3/1만 타고 나머지는 승차를 못하는 일이 벌어졌다. 여행사만 믿고 있다 낭패를 당한 것이다. 그때 얼마나 긴장했는지, 티벳 하면 그 생각만 떠오른다.
김: 나만 열차에 타고 아이는 차창 밖에 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고 움직이기 시작한 열차에서 얼른 뛰어내렸다. 졸지에 이산가족이 될 뻔한 순간이었다. 비닐봉지에 든 떡과 빵 하나를 먹으며 무당산을 넘던 기억도 새롭다.

-답사여행에 나선 대학원생들 반응은 어땠나.
윤: 지도교수와 원생 사이는 불가근불가원인 경우가 많은데, 우리 교실은 탐방 덕분에 유대감이 무척 끈끈하고 공고해졌다. 학생들이 그러더라. 우리는 단순히 교실을 졸업한 게 아니라 답사여행으로 뭉쳐진 동지라고(웃음).

-장중경 손사막 주단계 등 중국에는 의학유적이 적지 않다. 우리나라도 명의가 많은데 왜 그런 유적이 없다고 보나.
윤: 허준 선생의 구암공원 정도밖에 없어 학생들과 답사여행을 떠나기 어렵다. 참 아쉬운 대목이다. 이규준 선생을 기리는 석곡 도서관이 포항에 건립되는 등 의학문화유산을 만들어 가는 중이니 기대해 보자. 선대에 대한 존경심이 전통을 낳는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복희, 신농, 황제의 의학유적이 내외국인에게 주는 문화적인 의미는 무엇이라 보나.
김용진 교수가 답사여행의 중요성에 대해 역설하고 있다. 

윤: 중화사상에 압도되고 감화될 것이다. 중국 측 입장에서는 민족적 자긍심의 표출 아니겠나.
김: 전통의학을 알리는 수단이자 자국 문화를 홍보하는 방법으로 보인다. 자꾸 보고 듣게 되니 중화사상에 세뇌되고 친밀감을 갖게 된다. 그런 면은 우리도 참고할 만하다.

-한의학도가 꼭 들러볼만한 곳과 일반인에게 추천하고 싶은 곳은 어디인가.
윤: 1번은 장중경 사당이고, 2번은 손사막이 진료하고 의서를 저술했던 산, 3번은 주단계 묘원. 4번은 이시진 고향이다. 현장에 가보면 그들의 학설이 나온 배경, 즉 토양 기후 등을 헤아릴 수 있다.

-타교 교수나 한의사들도 답사에 참여한 것으로 안다. 다른 한의대에서는 의학유적 답사여행이 없나.
김: 들어본 적이 없다. 단체로 더구나 매해 진행된 것은 우리가 유일하지 않을까 싶다. 우선 중국에 대해 잘 몰라 답사여행 계획이 쉽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윤 교수님이 워낙 방대한 자료를 소지해 미리 책을 만들고 답사를 떠날 수 있었다.

-임상에 관심이 많을지라도, 기본적인 얼은 역사이다. 그 뿌리를 재학 중에 훑어보는 건 큰 의미가 있을 텐데.
윤: 교수의 의지가 중요하다. 역사인식이 강한 대학원생도 많아야 답사는 가능하다. 김 교수가 열심히 뛰어줘 8차 여행이 이뤄졌다.

-이번에 나온 책은 5차까지만 싣고, 6, 7, 8차 답사내용은 빠졌다. 나머지 탐방기는 언제 출간되나.
윤: 원고가 완성되지 않아 미정이다. 이번 답사기가 많이 팔리면 출간작업이 탄력을 받지 않을까 싶다(웃음). 대중과 하나 되는 한의학 관련서가 필요하다. 한의학 대국민 홍보는 가랑비에 옷 젖는다는 식으로 직간접 전략이 요구된다.

“CEO 마인드로 대세를 읽고 전체를 보면서 공동의 이익, 최선의 이익을 추출할 수 있는 소통능력이 한의계 지도자의 미덕이다

-교환교수로 중국에 간다. 연구 테마는 무엇으로 잡았나.
윤: 황제내경 등 고전 번역을 비롯해 계획이 많다. 재충전의 시간을 가질 요량도 있다.

-고려의학을 다룬 책도 펴낸 바 있다. 한의학보다 나은 점과 뒤떨어지는 대목은 무엇이든가.
윤: 93년 이전까지는 동의학, 그 이후 고려의학이라 부른다. 한약자원 활용이 두드러지고 자연요법 치료에 대한 연구가 많다. 특히 김일성 관련 장수의학이 심화돼 고령화 사회로 진입한 우리 입장에서는 응용할 부분이 많다.

-한의계 위기다. 학회 또는 교수들 책임이 크다는 지적이 많다.
윤: 수재들이 입학했는데 졸업할 때 보면 얼굴이 밝지 못하다. 가슴이 아프다. 교수들이 새로운 병을 연구하고 신 치료기술을 더 많이 찾아내 임상에 도움을 줘야 한다. 서양의학도 빈틈이 많다. 똑똑한 인재 많아 한의계 미래를 비관적으로 보지 않는다.
김: 의학은 치료다. 침과 달리 약물치료는 아직 효율성이 높지 않은 편이다. 교육기관은 약물 관련 연구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그 어느 때보다 한의협 역할이 중요하다. 한의계 지도자에게는 어떤 미덕이 필요한가.
윤: CEO 마인드로 대세를 읽을 줄 아는 협회장이 나와야 한다. 전체를 보면서 공동선, 최선의 이익을 추출할 줄 알고, 그 방향으로 나갈 수 있도록 소통하는 능력을 지닌 인물이 나와야 한다.

-앞으로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윤: 동양학은 결국 마음공부다. 선지후각 해서 자기 얘기를 할 줄 알아야 한다. 나는 이제 그런 길이 보이는 것 같다. 임상경험이 없어 간혹 단점을 느끼지만 내가 깨달은 한의학을 나누고 싶다.”
김: 질병사를 연구하고 싶다. 이 부분은 동양의학과 서양의학의 관점이 서로 큰 차이를 보인다.

-사제지간이지만 서로에게 닮고 싶은 장점을 하나씩 꼽아 달라.
김; 학문에 대한 열정은 따라가기 어렵지만 꼭 배우고 싶다. 천상 학자다. 언제 어디서건 책을 보고 즐기는 모습이 존경스럽다.
윤: 김 교수는 원전‧진단학교실 1호 박사다. 애제자다.

정리= 박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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