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림닥터가 보는 아토피와 시대질환(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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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림닥터가 보는 아토피와 시대질환(5)
  • 승인 2010.02.05 0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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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진

김효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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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려움으로 변증하기 그리고 피부 이해하기
살림닥터가 보는 아토피와 시대질환(5)
가려움으로 변증하기 그리고 피부 이해하기 

일반적으로 볼 때 모든 사람이 다 가려움을 느끼고 삽니다. 벌레 물렸을 때도, 갑자기 온도가 심하게 변할 때도, 무언가가 닿아서 자극을 할 때도 가려움을 느낍니다. 그러면 우리는 긁죠. 긁으면 시원해집니다. 시원하면 저절로 긁지 않게 됩니다.

그러나 아토피의 가려움은 특별한 자극이 확인되지 않는데도 시도 때도 없이 무작정 가렵습니다. 그리고 그 가려움의 정도가 극심합니다. 긁기 시작하면 시원해지고 저절로 멈추어지는 것이 아니라 한 군데를 긁기 시작하면 점점 더 넓은 부위가 가려움을 느끼게 되고 긁어도 긁어도 시원해지지가 않아서 끝내는 피가 나도록 긁고야 맙니다. 아토피를 오래 앓아온 20대 후반의 제 환자 중 한 사람이 이런 말을 하더군요.

“제가 확실히 많이 나았어요. 외형상으로도 나았지만 저는 더 디테일하게 느낄 수 있어요. 예전에는 긁으면 상처가 났는데 요즘은 상처가 생기지 않고요. 예전에는 긁으면 점점 더 가려웠는데 요즘은 조금 긁다 보면 저절로 손이 멈춰져요. 그리고 상처가 나도 빨리 낫고요.”

정답입니다. 짝짝짝~!!!

아토피의 가려움은 이 환자가 말한 것과 같은 특징을 갖지만 나을 때는 적당히 긁어도 시원하고 상처가 잘 나지 않으며 혹 상처가 있는 자리도 빨리 아무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좋은 가려움도 있습니다. 좋은 가려움은 잘 낫고 있다는 신호로써 가려움인데요, 이 환자가 말한 것과 같은 변화를 보이는 것이 그것입니다. 새 세포가 올라올 때 스물스물대는 가려움이 느껴집니다. 상처 난 자리에 딱지가 앉았을 때 우리가 딱지를 떼고 싶은 유혹을 느끼는 바로 그 가려움. 그것이 제대로 세포 교환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표시로써 가려움이죠. 적당히 긁고 나면 저절로 시원함을 느끼고 멈추게 되는 가려움의 정체입니다.

“찌꺼기가 하수구가 아닌 환기구로 나가려 한다면 어떤 일이 발생할까요? 아토피 환자의 몸이 이와 같습니다. 배설 경로를 바로 잡아야 가려움이 진정됩니다

아토피의 가려움은 피부가 무슨 말을 하는 것인지 한 번 해석해 볼까요? 피가 나도록 긁는다는 말은 정말로 피가 나야 멈출 수 있는 정도의 강한 자극을 원한다는 것입니다. 그토록 강한 자극으로 피부는 어떤 변화를 일으키는 것일까요? 많은 양의 피와 임파액을 부르고 껍질(각질)을 벗게 됩니다. 피는 에너지이고, 임파액은 수호기능을 가진 것이고, 껍질을 벗는다는 것은 발산하고 싶다, 벗어버리고 싶다, 밖으로 던지고 싶은 것이 있다는 의미입니다.

피부는 원래 땀과 피부호흡이라는 과정을 통해 외부로 노폐물을 발산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왜 새삼 껍질을 벗겨내어 달라고 비명을 지르는 것일까요? 그것은 피부를 통해서 발산되지 않고는 길이 없는 노폐물들이 모공과 한공에까지 와있지만 그 입자의 크기나 화학적 특성이 땀이나 가스 교환으로는 배출되어질 수 없는 것이라는 의미입니다.

그래서 환부에 사혈을 하면 곧 시원해지면서 소양증이 소실되는 경우도 볼 수 있는 것입니다. 물론 그렇다고 전신을 다 사혈로 대응할 수는 없는 것이죠. 우리 몸은 여러 가지 노폐물 배출 경로를 가졌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대소변이죠. 마치 직경이 큰 하수구 배관처럼 웬만한 찌꺼기는 다 빠져나가게 되어있습니다.

그런데 하수구로 나가야 할 찌꺼기가 경로를 잘못 잡아서 환기구로 나가려 한다면 어떤 일이 발생할까요? 환기구가 고장 나고 온 실내가 엄청난 찌꺼기로 가득해질 것입니다. 아토피 환자의 몸이 이와 같습니다. 그래서 가려움의 진정을 위한 첫째 방법이 배설 경로를 바로 잡는다는데 있는 것입니다.

피부가 가려울 때 적절히 긁으면 대부분의 소양증은 저절로 소실되면서 나아집니다. 그런데 아토피는 가려워서 긁다 보면 점차 더 악화되고 가려움을 느끼는 강도가 심해지며 피부조직 자체가 손상되어 점차 더 나쁜 피부병으로 발전합니다. 결국 악성 피부병이라는 오명을 얻는 것이죠.

다시 한 번 정리하자면 피부는 더 많은 에너지를 필요로 할 때 가렵습니다. 더 많은 조력자가 필요한 적을 만났을 때 가렵습니다. 모공이나 한공만으로 배출하기에는 불충분한 무언가가 있을 때 가렵습니다.

김효진/ 살림한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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