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상진료지침 작성 시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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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상진료지침 작성 시급
  • 승인 2010.01.30 0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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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연 기자

이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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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학회 예산타령, 한의협 모르쇠 일관
임상진료지침 작성 시급… 내부 역량 강화에 필수
한의학회 예산타령, 한의협 모르쇠 일관

전문의제가 뜨거운 감자다. TF까지 구성한 보건복지부도, 가정의 전문과목 신설을 의결한 뒤 공을 보건복지부로 넘긴 한의협도 전문의제 확산을 원하지만 각 직역의 이견이 첨예하게 부딪혀 어떤 결과가 도출될는지 누구도 장담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상황이 이처럼 꼬이자 한의학계에서는 기본적인 임상진료지침조차 없는 가운데서 전문의제를 확산해야 무슨 의미가 있느냐며 회의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차라리 이 기회에 전문의 수련지침도 제대로 만들어 수련체계를 보다 강화할 뿐 더러 임상진료지침도 작성해 임상능력을 극대화하자고 내부 역량 강화론이 힘을 얻고 있다. 전문의제를 이왕 강화할 요량이라면 형식을 넘어 내용까지 알차게 꾸미자는 지적인 것이다. 하지만 한의학회는 예산 부족만 탓하고 한의협은 임상진료지침의 필요성을 애써 외면하는 형국이다.

임상진료지침은 대개 질환 별 진료지침으로 작성된다. 한의계는 아직 이렇다 할 임상진료지침이 없는 형편이다. 그나마 2008년 한국보건산업진흥원으로부터 중풍 임상진료지침(한창호), 근골격계 질환 임상진료지침(이건목), 화병 한의임상진료지침(김종우) 등 3개 질환에 대한 한의임상진료지침 개발과제를 받아 진행 중이라 기대를 모으고 있다.

이들 작업이 성과를 거두면 이를 바탕으로 또 다른 질환에 대한 진료지침 작성이 이어질 공산이 크다. 하지만 개인 연구자에 철저히 의존해야 하기 때문에 한계가 뚜렷하다. 하루 빨리 학회가 나서 임상진료지침 만들기를 주도할 필요가 있다. 물론 작업에 들어가기에 앞서 복잡하게 뒤엉킨 직역 간 이해관계와 표준화된 진료내용을 어느 정도 도출해야 한다.

임상의 A 교수는 “임상진료지침 마련이 쉬운 일은 아니다”며 “많은 시간과 고비용이 들고 하나의 질환에 대한 진료내용이 서로 달라 이에 대한 합의를 모으는 것도 난제”라고 분석했다. 임상의 B교수는 “진료지침을 만들기에 앞서 각 과는 해당 질환들의 범위가 중복되지 않도록 긴밀한 협의과정이 선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주먹구구식’ 진료행위 더는 환자 설득 못해
중풍 등 질환 별 진료지침 개발중이니 다행


설령 이런 점을 고려하더라도 학회가 매뉴얼 수준의 진료지침조차 내놓지 못한 건 문제다. A 교수는 “의사들마다 자기만의 진료방침이 있다고 해서 외면할 일만은 아니다. 환자들도 일정 수준의 진료를 받을 권리가 있다”고 주장했다.

임상의 C한의대 교수는 이에 대해 “그동안 학회가 이런 문제에 관심을 기울이지 못했던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인적, 물적 인프라가 너무 부족한 한의학계 현실도 무시할 수 없다”고 현실론을 들어 학회 처지를 두둔했다.

한의학계와 달리 양방의 경우는 1990년대 중반부터 임상진료지침에 대해 관심이 고조됐고, 일부 병원이나 개별 전문학회 차원에서 진료지침 개발이 시도됐다. 대한의학회 조사에 따르면 2007년도께 54개 정도의 진료지침이 개발됐고 현재는 70개 이상으로 알려졌다.

2008년 1월 당시 김건상 대한의학회장은 ‘임상진료지침 개발 및 정보체계 구축’ 과제의 최종 보고서를 바탕으로 임상진료지침 정보센터(guideline.or.kr)를 열었다. 대한의학회 및 140여개 산하 전문학회가 기술 지원을 맡고 보건복지부가 재정을 지원하고 있다. 정보센터 운영위원회는 의협, 개원의협의회, 복지부 보건정책팀장, 심평원 평가기준팀장 등 민관 관계자로 다양하게 구성돼 있다.

임상진료지침 정보센터에 따르면 진료지침의 평균 개발기간은 7~12개월 정도이고, 진료지침 개발인력 구성은 주로 학회 내 전문의가 많다. 개발 방법은 외국의 진료지침의 국내 적용(10.1%), 전문가 합의-의견 수렴(11.2%), 출판된 문헌 검색(8.4%), 전자 데이터베이스 검색(6.5%) 등의 방법을 평균 두 가지 이상 복합적으로 사용한 것이 많다.

자금은 학회 내 자체 예산으로 충당하고, 개발에 드는 비용은 대게 1000만원 이상~3000만원 미만이고, 50% 이상의 학회가 개정 경험이나 개정 계획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대한의학회의 진료지침 개발 단계를 보면 ‘개발계획 수립→개발그룹 구성→핵심 질문 도출 →문헌 검색 →문헌에 대한 비판적 평가 →근거의 종합 →근거 등급 결정 →권고안 도출 →외부 검토 →수정 및 공표’로 이뤄진다.

양방의 경우 진료지침 개발이 활발한 편이지만, 인식도와 보급, 활용 수준은 그리 높지 않고 일부 질병은 중복되는 사례가 적잖다고 알려졌다. 물론 진료지침이 없는 한의학계에 비하면 몇 걸음 앞서 있는 건 확실하다.

고비용 인력난 제 각각 진료내용 합의 난제
양의계 학회 주도 70개 이상 진료지침 개발

한국한의학교육평가원은 2007년 8개 임상과에 대한 전문수련의 진료편람을 제작한 바 있다. 이는 2006년 9월 대한한의학회를 통해 각 학회의 각 1인의 위원을 추천 받아 전문수련의 진료편람 개발위원회를 구성해 각 학회의 자체 집필진을 통해 작업한 것이다.

물론 수련의를 위한 각 과 학습목표 및 개괄적인 내용을 다룬 진료편람과 임상진료지침은 차원이 다르다. 다만 진료지침서 개발에 토대는 될 수 있다. D 교수는 “진료편람의 내용들이 표준화된 임상지침이라고 볼 수는 없지만 이를 참고해 수정 보완된 진료지침 개발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주장했다.

임상의 E 교수는 “임상진료지침의 필요성이 몇년 전부터 한의학계 내부에서 제기됐지만 실질적으로 진행된 바는 없다”며 “학회의 예산비가 턱없이 부족한 상황에서 표준화된 가이드라인을 만들기에는 난관이 많은 만큼 협회의 지원과 관심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최근 3개 과제가 국가의 지원 아래 진행되는 것을 보면 한의학계도 이제 진료지침 개발에 관심을 갖는 것 같다”며 “각 학회가 공통 교과서를 만든 것처럼 우선 임상 8개과에서 내부 합의를 통해 기초적인 임상 매뉴얼을 만들고 지속적인 수정, 보완을 통해 수준을 높여가면 될 것”이라고 제언했다.

임상진료지침은 장기적인 계획을 갖고 접근해야 한다는 신중론도 있다. 임상의 F 교수는 “임상의 자율성이 침해되거나 심평원 등 정부의 진료 제한 등이 가해질 수 있기 때문에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며 “외부의 것을 무조건 좇기보다 우리 방식에 따라 순차적이고 전략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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