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시 관련 교수협 등 극렬 반발
상태바
국시 관련 교수협 등 극렬 반발
  • 승인 2010.01.29 13:3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박진우 기자

박진우 기자

dalgigi@http://


국시 침구학 비중 대폭 축소
교수협 침구학회 즉각 반발

특위 위원장 “학문적 접근 결과” 주장
침구학회 “침구의료행위권 소멸” 성명
 

한의사국가시험에서 침구학 비중이 대폭 줄어들 전망이다. 1월 20일 열린 한의사국가시험개선특별위원회(위원장 안규석, 특위) 5차회의 결과 국시 개선안은 현행 11개인 국시 과목을 총론(기초과목), 각론(증상 및 질병, 임상과목), 보건관계법류 등 3개의 틀로 통합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최종 개선안은 2월 17일 6차회의에서 확정될 예정이다.

전국 한의대 침구학교실 교수협의회와 대한침구학회는 이에 대해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특히 대한침구학회장은 1월 23일 열린 한의협 시도지부장 회의 장소를 찾아가 성명서를 배포했다. 성명서 골자는 침구학 과목명이 국시에서 빠지면 한의사의 침구의료행위권도 소멸될 것이므로 과목명을 반드시 존치시켜 달라는 것이다.

한의협 시도지부장 회의는 이 성명서를 정식 안건으로 전격 채택했다. 김현수 협회장도 ‘개선안이 지금 알려진 것처럼 최종 결정된다면 협회는 개선안 수용을 유보하겠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최종적인 정책적 결의는 도출하지 못했다. 개선안을 이해하는데 온도 차이가 있었다. 결국 제출된 다양한 의견을 안규석 특위 위원장에게 전달하는 선으로 일단락됐다.

반면 안규석 특위 위원장은 기자와 전화 통화를 통해 “기초과목을 총론으로 집약하면서 각 과목의 형태를 유지했다”고 강조했다. 또한 이번 개선안은 학문적 접근의 결과라며 정치적인 해석을 일축했다. ‘별도의 침구학 과목 개설’ 주장은 위원들에게 호응 받지 못한 상황이었기 때문에 진전시킬 수 없는 논의였다는 것이다.

침구학 과목명 빠지면 IMS 대응논리 빈약
국시령 근거 보건복지부 유권해석도 흔들
전체 한의계 옹호 위한 정책적 판단 절실

그럼 국시에서 침구학은 과연 어떻게 존재해야 하는가. 현행 의료법 2조2항은 ‘한의사는 한방의료와 한방보건지도에 종사함을 임무로 한다’고만 돼있다. 한방의료행위를 명확하게 밝히지 않고 있는 것이다.

침구사협회는 1988년 복지부와 법무부에 한의사가 침구시술을 하는 법적 근거가 무엇인지 질의했다. 복지부는 이에 대해 ‘의료법에는 한의사의 침구시술을 허용하는 규정이 없으나, 의료법 시행규칙인 한의사국가시험령에 ‘침구학’이 명시돼 있기 때문에 한의사는 침구시술을 할 수 있다’는 유권해석을 제시해 침구의료행위권은 한의사 손에 남게 됐다.

2009년 초 재야의 침구사 김모가 이 유권해석의 부당함을 주장하며 헌법소원을 냈다. 김씨는 의료법 제27조 ‘의료인이 아니면 누구든지 의료행위를 할 수 없으며, 의료인도 면허된 것 이외의 의료행위를 할 수 없다’는 조항을 들어 ‘한의사가 침구사 면허 없이 침구시술행위를 하는 것은 불법이고 이를 옹호한 복지부의 유권해석은 위헌이라고 주장했다. 이 청구는 현재 2009헌마269로 본안 사건번호로 변경돼 진행 중이다.

이와 유사한 주장은 구당 김남수와 뜸사랑 회원들도 숱하게 제기했다. 그때마다 국가시험에 명시된 침구학이란 교과명이 한의사들의 손을 들어주는 근거로 작용한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이와 관련, 특위는 총론에 침구학이란 과목명이 존재하므로 기존과 다를 것이 없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현실은 냉혹하다. 기존 국시의 경우 침구학은 총 420개 문항 중 60문항이 출제되고 있다. 14.3%를 차지하는 것이다. 이 점도 침구사들의 공략 대상이 돼왔다. 그들은 실질적인 교육시간이나 실습시간이 한의사보다 많다고 주장했다.

침구학회는 이에 대해 한의대 교과과정에서 대학 별 침구학, 경혈학 과목의 수업시간 총합을 근거로 제시하며 물리쳐왔다. 침구는 단순한 도구나 기술이 아니라 경락경혈이론을 중심으로 한 학문이라는 주장이 받아들여진 것이다.

그러나 박종형 교수의 연구를 근거로 특위의 개선안을 추론해 보면 이마저도 3%대 이하로 떨어지게 된다. 국시에서 문제 수가 줄고 배점이 줄면 학교에서의 비중도 줄게 된다. 이는 당연한 수순이다. 증상이나 질병 분류체계에 녹아 임상기술로만 작용하는 것이 이번 개선안에서 얘기하는 각론 시험이다. 학문으로서 존재감이 소실되는 것이다.

이는 대법원에 계류 중인 일련의 IMS 사태에서도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양방은 침술이 뚜렷함에도 WHO의 회신 내용을 근거로 IMS는 침술(한방)이 아닌 현대의학의 범주에 속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는 침구를 학문이 아닌 도구로 보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국시에서 침구학의 비중을 대폭 줄인다는 것은 한의계 스스로 침구를 도구로 전락시키는 것과 같다. 이는 현재 ‘약침’과 관련해 ‘치료 도구인 일회용 주사기를 침구학 이론에 따라 경혈에 주입하기 위해 한의사가 사용하는 것은 가능하다’는 복지부의 유권해석을 양의계가 역으로 이용할 논리가 된다. ‘치료도구인 침을 서양의학 이론에 따라 양의가 사용하는 것은 가능하다’는 논리는 설득력이 높기 때문이다.

안규석 특위 위원장은 ‘별도의 침구학 과목 개설’ 주장에 대해 “침구학을 한의권 수호와 연계한 주장은 초점이 다른 접근이기 때문에 특위 내에서 별다른 지지를 받지 못했다”며 “위원들에게 호응을 받지 못하는 상황에서 별도의 침구학 과목 개설을 진전시킬 수는 없었다”고 밝혔다.

개원가는 한의학에서 침구학이 차지하는 비중을 고려해볼 때 정치적인 판단을 배제하는 것이 옳기만 한 것인지는 의문이라고 이의를 제기했다. 한의학의 독창성과 그에 기반한 세계 의학시장에서의 경쟁력이란 측면에서도 마찬가지다. 한의사국가시험은 한의학 교육의 방향을 제시하고 미래 한의학을 이끌어갈 한의사를 배출하는 매우 중요한 역할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박진우 기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