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청춘의 독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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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청춘의 독서’
  • 승인 2010.01.29 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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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세영

안세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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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땅 젊은이들과 나누고픈 사상 기술
저자 청춘기 지배한 고전 해설서

이 땅 젊은이들과 나누고픈 사상 기술

‘청춘의 독서’
웅진하우스 출간. 유시민 지음


60년만에 찾아오는 흰 호랑이띠의 신년이 시작된 게 엊그제 같건만, 벌써 한 달 가까이가 훌쩍 지났습니다. 누구는 금연을, 누구는 금주를, 또 누구는 아이의 출산을 계획했다고들 하던데, 모두들 결심대로 또 소망대로 이루어지길 바랍니다.

저요? 저는 지난해 말부터 담배 끊기를 작정하고 무척 힘들게 실천 중입니다. 아직 속단하긴 이르지만, 작년 노무현 전 대통령의 자살만큼 슬픈 사건만 일어나지 않는다면 성공 가능성은 꽤 높다고 생각합니다.

<청춘의 독서>는 노 대통령 영정 앞에서 눈물 머금은 붉은 눈시울로 담배를 아주 맛들어지게 피던 유시민의 작품입니다. ‘지식 소매상’을 자처하는 그는 그동안 많은 책 -세기의 역사적 사건에 관한 <거꾸로 읽는 세계사>, 경제학 원론 격의 <경제학 카페>, 헌법 에세이에 해당하는 <후불제 민주주의> 등등- 을 내왔는데, 최근작인 이 책은 자신의 청춘기 사고를 지배했던 몇몇 고전에 대한 해설서라 할 수 있습니다. 물론 지은이의 정체성을 정치인이라 규정한다면, 위대한 옛 작가들의 저작을 소개하는 우회적 방법을 빌어 사실은 이 땅의 젊은이들에게 불어넣고 싶은 사상을 다뤘다고 봐야겠지요.

유시민이 나이 50을 넘어 쓴 독서 후 감상문은 모두 14편입니다. 도스토예프스키의 <죄와 벌>, 리영희의 <전환시대의 논리>, 마르크스의 <공산당 선언> 등으로부터 시작하여 하인리히 뵐의 <카타리나 블룸의 잃어버린 명예>, E. H. 카의 <역사란 무엇인가> 등까지 소위 ‘사회과학’의 범주에 속하는 서적들에 대한 독법(讀法)을 제시한 것인데, 저자가 워낙 명쾌하게 풀이해준 덕택에 생전 듣도 보도 못했던 소스타인 베블런의 <유한계급론>이나 헨리 조지의 <진보와 빈곤> 등도 함께 수록된 <맹자>나 <사기>처럼 아주 재미있고 익숙하게 다가왔습니다. 굳이 원전을 따로 읽을 필요성은 전혀 느끼지 못할 정도로 인용된 원문 몇 구절과 친절하게 해석된 내용만으로도 충분했으니까요.

하기야 그가 1985년 이른바 ‘서울대 학원프락치 사건’으로 투옥될 때 제출한 ‘항소 이유서’는 지금 다시 읽어봐도 아주 명문이지 않습니까? 피 끓는 시절부터 변혁을 꿈꾸고 실천해 왔던 사회과학도의 글솜씨가 어디 갈 리 만무하지요.

요즘 들어 소통의 필요성과 중요성을 더욱 절감합니다. 한의학이 우리들 사이에선 아무리 참 지식 -‘에피스테메(episteme)’로 간주될지라도, 일반 대중에게 적절히 어필되지 않는다면 그저 적절한 근거가 없는 억견(臆見)- ‘독사(doxa)’로 평가절하될 게 뻔하지 않겠어요? 내부에서의 소통도 소홀히 할 수 없지만, 올해 3월 말 새로 선출되는 협회장은 외부와의 소통에 진력을 다해주시길 거듭 기대하고 당부드립니다.

안세영/ 경희대 한의과대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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