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학 바다에서 살아남기(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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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학 바다에서 살아남기(15)
  • 승인 2010.01.21 1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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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우

이정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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營氣 衛氣 편차로 사상인 16형 분화
營氣 衛氣 편차로 사상인 16형 분화
하나의 침혈로 다양한 증상 치료… 치법의 혁명

한의학의 바다에서 살아남기(15) 

어떤 증상으로 환자가 오든지 척척 고쳐줄 수 있으면 얼마나 임상이 재미나겠는가? 필자는 시간에 맞춰 침을 놓는 100각침법이 발표된 이후 날마다 환자 보는 일이 즐겁다. 전에는 깜짝 놀랄 치료효과가 있기도 하다가 어떤 날은 전혀 효과가 없거나 다음날 와서 증상이 똑같아 졌다는 환자의 말을 많이 들었지만 이제는 그런 경우가 확연하게 줄었기 때문이다.

환자가 일어난 시간에 맞춰 침을 놓았는데 효과가 나지 않으면 좌우 형이나 상하 형 판단을 잘못했기 때문이니 좌우를 수정하거나 상하를 수정하면 3번 안에 효과가 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전에는 그렇게 듣기 싫던 환자가 침을 3번 맞으면 효과가 나야 한다는 말에 수긍이 간다.

공부를 시작할 때 흔히 문리(文理)가 트여야 한다는 말을 한다. 그 말은 문장의 조리나 문맥을 파악할 줄 아는 것, 사물을 깨달아 아는 힘이 생겨야 한다는 의미인 듯하다. 문리의 사전적인 의미는 결, 무늬라는 뜻이다. 일반적으로 ‘글월 문’이라고 하는 ‘文’ 자에는 ①무늬, ②채색, ③얼룩, ④결, ⑤조리, ⑥아름다운 외관, ⑦법도, ⑧예악 제도, ⑨나타남, ⑩글자 등의 다양한 뜻이 있다.

김연아 선수가 움직이는 선과 회전, 농구경기에서 선수들이 보여주는 빠른 동작 하나하나에 결이 살아있을 때 우리는 아름다움을 느끼고 감동적인 장면으로 기억하게 된다. 취미로 수영을 하는 사람도 물살의 결을 탈 줄 알 정도로 익숙해지면 오랜 시간 수영해도 지치지 않는 신기한 경험을 한다.

“동의수세보원은 針 치료법에 대해 가능성만 제시하면서 후세의 謹厚하면서 환자 치료에 힘쓰는 의사에게 맡긴다고 했다

무늬는 다양한 색과 모양이 모여서 만들어 진다. 오색(五色)의 조화가 아름답게 드러나고 선(線)과 형(形)이 어우러져 나타나는 모양을 보면서 옛 사람들은 그 속의 이치를 궁리하고 법과 제도를 정비했다. 해와 달, 밤하늘에 빛나는 수많은 별들, 구름과 비, 일식과 월식을 관찰하고 하늘의 소리를 들으면서 천문학을 발전시켰으며 땅 위의 모든 자연현상과 사람까지 유기적인 관계를 가진 존재로 이해하는 세계관으로 고대문명을 꽃피웠다. 그 결과 눈에 보이는 수많은 별들을 결에 따라 무늬와 형태로 구역을 나누고 서로를 연결하고 이름을 붙여 지상의 모든 사물과 사회의 질서를 하늘에 반영하게 되었다.

땅 위의 만물이 하늘의 무늬, 하늘의 결에 상응해서 만들어진 것으로 이해하고 인간도 하늘과 땅의 압축되어 성형되었다는 사상은 의학에도 그대로 반영되었으며 이런 사상관 속에서 한의학이 확립되었다. 이렇게 형성된 한의학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현대의 과학적 분석방법이 어울리지 않을 것은 당연하며 한의학의 문리, 문법을 추구하는 방향으로 접근해야 할 필요가 있다.

진한(秦漢) 대에 책으로 완성된 <상한론> <황제내경>은 한의학 최고(最古)의 서적이다. 고대의 의학지식과 경험이 그 속에 집약되어 있기에 이후의 수많은 의사들이 의학의 정수를 밝히기 위해 깊이 연구했으며 그 노력의 결실로 약물학, 생리, 병리, 치료 방면의 다양한 의서(醫書)와 의설(醫說)이 등장하게 되었다.

줄기차게 발전해온 한의학은 조선의 의성 허준에 의해 <동의보감>으로 집대성되는 쾌거를 이루어 중국의학과 차별되는 동의(東醫)라는 기틀을 마련하게 되었고 마침내 조선 말기 이제마 동무(東武)공에 의해 인류 역사상 초유의 체질의학인 사상의학이 탄생했다.

<동의수세보원>에서 처음 제창된 사상의학은 역(易)의 사상(四象)에서 유래한 사상철학에 바탕을 둔 것으로 사람마다 타고난 체질이 달라서 내부의 장부(臟腑) 대소(大小)가 다르고 외부의 생김새가 달라짐은 물론 성격과 습관도 다르며 병이 들었을 때의 치료도 체질에 따라서 다르게 해야 한다는 것이 요지다. 그러나 <동의수세보원>에서는 사상인의 침(針) 치료법에 대해 가능성만 제시하면서 후세의 근후(謹厚)하면서 환자 치료하는데 힘쓰는 의사에게 맡긴다고 했다.

“질병 부위와 종류가 아니라 16형과 사상인에 따라서 침혈을 결정하고 질병과 정기의 상태에 따라 보사를 해서 치료한다”

그 후 100년이 지난 오늘날 <황제내경>의 비의(秘意)을 풀어서 인체 경맥(經脈)의 상하좌우 발달에 따른 좌형, 우형, 상형, 하형의 구별이 있으며 경맥의 내외(內外)를 흐르는 영기(營氣)와 위기(衛氣)의 편차에 의해 사상인이 좌하, 좌상, 우상, 우하의 4형 즉 16형으로 나뉜다는 것을 골자로 하는 16형의학론이 발표되었다.

그와 함께 선천적인 경맥의 발달 차이에 따른 영기와 위기의 편차를 조절하는 침법(針法)도 발표되어 질병의 부위와 종류에 따라서 혈(穴)을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16형과 사상인에 따라서 침혈을 결정하고 질병과 정기의 상태에 따라 보사를 해서 치료하는 획기적인 침법으로 환자를 치료하는 의학의 새로운 세계가 열렸다. 하나의 혈자리에 행침하는 것으로 환자의 다양한 증상을 치료한다면 가히 치법의 혁명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와 관련된 케이스를 소개한다.

작년 가을 요통으로 내원한 환자가 있었다. 40대 초반의 남자다. 왼쪽 다리로 당기는 증상을 동반한 요통을 오래 앓았으며 디스크라는 진단을 받은 적이 있는데 몸 컨디션에 따라서 증상이 더하다 덜하다 한다고 한다. 위기(衛氣)의 하강지력(下降之力)이 강한 하형으로 진단하고 왼쪽 통곡혈에 문절추탄조의 보법 전 단계의 수기법과 함께 침을 놓고 나니 바로 허리통증이 사라지고 편안하다고 한다. 그리고 두 달 정도 지나서 그동안 괜찮다가 무리를 하고 나서 다시 허리가 아프다고 내원했다. 이번에도 같은 치료법을 쓰고 나서 전과 같은 효과가 즉석에서 나타났다.

같은 환자가 해가 바뀌고 1월8일에 왼쪽 손목이 2~3주 전부터 아프다고 하면서 내원했다. 손을 짚으면서 살짝 삐끗했는데 통증이 계속 남아있다고 한다. 증상의 부위와 무관하게 왼쪽 통곡혈에 전과 같은 방법으로 침을 놓자마자 통증이 없어지고 움직이는데 아무런 불편함이 없다고 한다.

마침 필자의 한의원이 이번 추위에 하수구가 막혀서 그 환자에게 해결법을 물어보는 전화를 하면서 손목이 어떤지 물어보니 괜찮다고 고마워 하며 몇 가지 방법을 일러주었다. 그 분이 가르쳐준 방법이 효과가 있어 필자의 곤란한 상황도 시원하게 해결되었다.

대표집필= 이정우 동의형상의학회 반룡수진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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