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I LOVE '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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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I LOVE 'U'
  • 승인 2010.01.08 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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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성현

위성현

mjmedi@http://


U코드, 한방상명명 애용합시다!
I LOVE 'U'
U코드, 한방상명명 애용합시다! 

새해 벽두부터 새로운 KCD 상병명을 사용하여 진료를 하다보니 불과 며칠 전까지 사용하던 KCDO의 한방상병명을 버리는 일이 발생하고 있다. 그리고 되도록이면 새로운 상병명을 사용하고 특수 목적 코드인 U코드의 사용은 자제하라는 이야기도 나돌고 있다. 작년 상병명 체계를 바꿀 때 걱정되던 일들이 실제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특수 목적 코드인 U코드를 사용하면 의료보험 청구할 때 불이익을 받을 수도 있다는 이야기도 들려 한의사들이 한방상병명을 사용하지 않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한의사가 한방상병명을 사용하지 않는다면 한의사, 한의학의 정체성은 어떻게 되는 것인가?

이왕 들어가기로 했다면 독립된 코드를 부여 받았어야 했는데 기존 KCD코드에서 중증 급성호흡증후군(SARS) 같은 병인이 불확실한 신종질환의 잠정적인 지정을 위해 남겨놓은 U코드에다 한방상병명 코드를 집어넣었으니, 이 또한 한방상병명은 본래부터 불확실한 것이라는 멍에를 처음부터 지고 들어가는 것이 아닌가 싶다.

그동안 우리 한의사가 환자들을 치료한 것은 모두 불확실한 병인의 신종질환이 아니었다. 상세 불명의 어깨병터가 아니라 한성견비통, 담음견비통, 풍인성견비통, 기혈응체견비통이고, 상세 불명의 허리통증이 아니라 담음요통, 습요통, 식적요통, 좌섬요통, 한요통, 신허요통, 어혈요통, 습열요통, 풍요통, 기요통이다. 한의사들은 병인이 담음이면 담음, 식적이면 식적, 어혈이면 어혈, 확실한 병인을 보고 치료해 왔는데, 이것이 혼란에 빠지게 되었다.

한방상병의 병인을 알고 치료하던 한의사들이 자조의 목소리로 이제부터는 '기타 및 상세 불명' 전문 한의사가 되는 것 아니냐는 소리가 현장에서 들리는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니다. 양의사들이 하는 것처럼 KCD 상병명만을 사용하는 것은 우리의 정체성을 버리는 것이 되리라는 예견은 틀린 것이 아니었다고 본다.

“'U코드를 잘 사용하는 것이 한의학 정체성을 살리는 길이고, 국가 통계에도 한방상병명이 잡히는 방법이고, 차후에 U코드 독립의 기초가 된다.”


그리고 KCD 상병명의 이름을 사용하면서 뭔 병명 이름이 그렇게 긴 것이 많고 한글로 이상하게 풀어놓은 것이 많은 지 진료부에 쓰기도 힘들고 솔직히 그 이름이 우습기도 했다. 예전에 한글만 전용해야 한다 하여 모 여대를 '배꽃 계집 큰 배움집'과 같은 표기로 코미디 소재가 된 적이 있는데 현재의 KCD 상병명은 그것을 충실히 따르고 있는 것 같아 해당 상명명을 고르면서 괴로우면서도 웃는 이상한 내 자신을 발견하곤 한다. 예전의 한방 상병명이 한문투였지만 훨씬 간결하면서도 함축성이 있고 우리가 임상을 하기에 편리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미 새로운 KCD 상병명 체계를 받아들였으니 잘 적응해야 할 것이다. 다시 예전으로 돌아가기는 힘든 일이 되어버렸다. 이미 주사위는 던져졌고 루비콘강을 건넜다. 새로운 KCD 상병명을 받아들인 우리 한의사에게 올 한해는 아주 중요한 한해가 되리라고 생각한다. 없던 새 길을 내고 이정표를 세우는 일을 임상 한의사 모두가 하고 있기에 올해는 너무 중요한 한해가 될 것이다.

우리 임상 한의사들이 일상적으로 행하는 모든 진료행위를 새로운 KCD 상병명을 이용하여 현명하게 표기해야 하기 때문이다. 단추를 처음부터 잘못 꿰면 낭패이기에 더욱 그러하다. 알맞은 단추구멍을 찾아 단추를 잘 꿰어야 할 것이다. 또한 U코드에 속해 있는 한방상병명을 많이 사용해야 할 것이다. '기타 및 상세 불명' 병명도 많이 사용하겠지만 우선 한방병명코드를 주상병으로 정하고 부상병은 KCD의 다른 코드를 정한다든가 아니면 이와는 반대로 주, 부상병 코드를 정하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한다.

어찌됐든 임상현장의 한의사들은 한방상병 코드가 들어있는 'U코드'를 잘 사용해야 한다고 본다. 이것이 우리 한의학의 정체성을 살리는 길이기도 할 뿐더러 국가 통계에도 한방상병명이 잡히는 것이고, 한방상병명을 계속 사용해야 차후에 U코드가 독립할 수 있는 기초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연세대 사회학과 조혜정 교수가 이런 얘기를 했다고 한다. 자신의 문제를 풀어갈 언어를 가지지 못한 사회, 자신의 사회를 보는 이론을 자생적으로 만들어 가지 못하는 사회, '겉도는 글, 헛도는 삶'이라고 말이다. 바로 우리의 현실이 아닌가 싶다.

그래서 난 주장한다. I LOVE 'U'! 한방상병을 애용하자고. 우리는 한방상병이 들어있는 코드인 ‘U코드’를 더욱 열심히 사랑하고 애용해야 한다. 그래야 우리의 특징적인 색깔을 유지하면서 우리의 언어, 우리의 정신, 우리의 의학을 지킬 수 있기 때문이다.

踏雪野中去 답설야중거/不須胡亂行 불수호난행/今日我行跡 금일아행적/遂作後人程 수작후인정(눈 덮인 들판을 걸어갈 때 모름지기 발걸음 하나라도 어지럽게 가지 말라. 오늘 내가 걸어가는 발자취는 뒷사람의 이정표가 될 것이다) -서산대사께서 읊은 詩 중에서

눈 쌓인 새해 벽두 서산대사께서 우리 한의사에게 주는 조언이라는 생각이 든다.

위성현/ 한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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