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CD 도입 그리고 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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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CD 도입 그리고 파장
  • 승인 2010.01.08 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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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연 기자

이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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헷갈리는 상병명 개원가 혼란 속으로…
헷갈리는 상병명 개원가 혼란 속으로…
병행 표기, 의료기사지도권 확보 등 보완책 시급

KCD 도입 그리고 파장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한의) 3차개정안이 임상현장에 도입된 지 열흘 남짓 지났다. 개원가는 혼란 속으로 빠져들었다. 원인 불명 질환 표기가 늘자 혼란은 자조감까지 낳았다. 예측된 부작용이 고스란히 속출하고 있는 셈이다. 게다가 정부와 한의사협회 권고사항은 혼란을 더욱 부채질하는 형국이다. 이는 단순한 과도기 현상이 아니다. 학습비용 지출은 너무 크다. 자칫 게도 잃고 우렁도 잃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여기저기서 터질 만하다.

김효준 한의사는 “일선 한의사들의 불만과 혼란이 가중되고 있지만 새 청구법을 익히기에도 바빠 개선방향을 생각할 틈이 없다”며 “이대로 가다가는 한의학 용어가 사멸되는 것은 아닌가 걱정이다. 한의학 미래가 불투명해 보인다”며 갑갑함을 토로했다.

A한의사는 “주변 한의사들 상당수가 불만스러워 하면서도 국가 시책이니 어쩔 수 없이 따르고 있다”며 “U코드를 주상병명에 사용하지 못하니 변증은 변증대로, 상병진단은 상병진단대로, U코드는 배제진단으로 하기 때문에 이중 삼중의 부담이 된다”고 불편함을 호소했다.

개원가는 또한 R코드(증상-징후 등 코드, 명확하지 않은 병태를 나타냄)를 사용하거나 불완전코드(하위분류가 있는 대분류)로 청구하는 것은 향후 보험급여 삭감대상 등 불이익을 당할지도 모른다는 막연한 걱정에 사로잡혀 쓰면서도 조심스러워하거나, 하부상세병명인 완전코드를 찾느라 애먹고 있다. 때문에 개원가에서는 의료진단의 정확성을 위해 진단기기를 사용할 수 있는 권한을 가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B한의사는 “대분류는 불명확한 진단이니 쓰지 말라고 한다. 그러나 완전코드를 사용하려면 의료기사지도권이 있어야 한다. 손발이 다 묶인 한의사는 추정적 진단을 할 수밖에 없다”며 불만을 털어놨다. 이로 인해 진료현장에는 ‘기타 및 상세불명의…’의 진단이 난무하고 있다. C한의사는 “마치 기타 및 상세불명의 의사가 된 것 같은 느낌”이라고 씁쓸해했다.

정채빈 한의협 보험시사는 이에 대해 “U코드를 주상병명으로 굳이 사용해야겠다고 판단되면 그 판단대로 하면 되고, 이에 따른 불이익은 없다”며 “상세불명이 붙은 진단명을 사용하는 것이 적극 권장되는 사항은 아니지만 정확한 진단이 어려울 경우 추정진단 보다 그러한 병명을 사용하는 것이 옳고, 이 역시 삭감 등 불이익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주류 편입 위한 과도기= 반면 새로운 질병분류가 국민이나 양방과 의사소통이 쉬워지고 질병 치료의 결과를 눈으로 확인할 수 있어 한의사 위상이 더 높아질 수 있으며, 정확한 상병명을 쓸 수 있으니 의료가 보다 명확해진다는 의견도 있다. D한의사는 “새로운 제도에 적응하기 전에는 누구나 힘들다. 한의학이 주류의학으로 편입하기 위한 과정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선우항 심평원 한방심사상근위원은 “과거의 한의질병사인분류도 정확하지 않았고 습관성으로 기재했던 경향이 강했다”며 “보다 명확해진 분류법으로 진단에 대한 의료인으로서 책임감이 높아지고, 새 분류법에 익숙해지면 불편함도 점차 감소될 것”이라고 역설했다. E 한의대 교수도 “이미 자동차보험 등 사보험제에서 연습한 부분”이라며 “당장의 불편함보다 먼 미래를 바라보는 혜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명확한 진단 위한 보완수단 필요= 새 질병사인분류법의 효과 및 이득을 극대화하려면 보완된 체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속출하고 있다. 한의맥 프로그램을 사용하는 한의사들이 사용에 불편함을 겪지 않도록 서버를 증설해야 한다는 의견, 기존 조견표 보완과 한방의료 확대를 위한 상병지침 마련이 그 예다. 정채빈 이사는 그러나 “조견표는 참고용일 뿐”이라며 “진단과 처치의 결과는 오로지 의료인 권한이므로 표준지침을 만든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진단기기 사용과 의료기사지도권 확보, U코드 보완을 요구하는 주장도 힘을 얻고 있다. F 한의사는 “U코드에 한의학에서만 진단할 수 있는 상병명이 부족하다는 느낌이다. 이런 점이 향후 KCD(한의) 개정안에 반영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반면 김기왕 부산대 한의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훌륭한 분류체계는 중복이 없고 환자의 증상을 효과적이며 포괄적으로 나타낼 수 있어야 한다”며 “U코드 추가는 중복을 최대한 없애는 방향에서 보다 깊은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오히려 “한의 진료부에는 한·양방 병명과 증명이 함께 기입되어야 한다. 변증시치를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며 “국가 통계체계에 증명을 입력할 자리 하나를 만들어 주상병명으로 두 가지 진단명을 병행 표기하면 된다”고 제언했다. 김성민 한의사도 “한의질병사인분류를 병기할 수 있는 시스템이 마련되면 한의학 정체성을 잃을 지도 모른다는 우려감을 다소나마 해소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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