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보성진의 영화 읽기- 전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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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보성진의 영화 읽기- 전우치
  • 승인 2010.01.08 1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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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보성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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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여운 악동 내세워 웃음 액션 버무려
귀여운 악동 내세워 웃음 액션 버무려

이야기 솜씨 화려한 CG에 묻혀 아쉬움

<전우치>
감독 : 최동훈
출연 : 강동원, 김윤석, 임수정, 유해진

영화를 보기 전에 감독을 한 번 알아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감독은 작품 전체의 성향을 좌우한다. 필자는 그래서 좋아하는 감독의 신작이 나오면 만사 제쳐 두고 극장을 찾기도 한다. <전우치>는 개봉을 애타게 기다렸던 작품이다. <타짜>로 영화의 재미를 듬뿍 안겨주고 <범죄의 재구성>으로 이야기를 다루는 솜씨를 증명했으니 세 번째 연출작 <전우치>에 기대감이 큰 건 단지 필자만이 아니었을 터이다. 물론 100억 이상의 예산과 강동원 등 화려한 캐스팅도 기대치를 높인 요인이다.

500년 전 조선시대 신선들은 당대 최고의 도인 천관대사(백윤식)와 화담(김윤석)에게 도움을 요청해 요괴를 봉인하고 '만파식적’을 둘로 나눠 각각 두 사람에게 맡긴다. 한편, 천관대사의 망나니 제자 전우치(강동원)가 둔갑술로 임금을 속여 한바탕 소동을 일으키자 신선들은 화담과 함께 천관대사를 찾아간다. 그러나 천관대사는 누군가에게 살해당하고 피리 반쪽이 사라지자 그들은 전우치를 범인으로 몰아 초랭이(유해진)와 함께 그림족자에 봉인한다. 2009년 서울, 요괴들이 다시 나타나 세상을 어지럽히자 신선들은 마지못해 박물관에 전시된 그림족자를 찾아 전우치와 초랭이를 불러낸다.

고전소설 <전우치전>에서 모티브를 가져온 <전우치>는 도술을 부리는 캐릭터들을 잘 살려내기 위해 화려한 CG를 동원했다. 눈이 무척 즐겁다. 또한 한국형 히어로 무비의 독특한 컨셉으로 기존 히어로 영화의 주인공들과 달리 천방지축 악동 히어로를 등장시켜 웃음과 액션을 적절히 조화시키고 있다. 그리고 과거와 현재의 시공간을 오가는 다양한 구성방법은 이 영화만의 특징이다.

하지만 <전우치>는 3년 전 <타짜>를 본 후 1주일간 행복했던 그 느낌을 주지 못한 채 지루함만 안겨줬다. 감독이 얘기하고자 하는 의도 역시 전혀 알 수 없어 아쉬웠다. 최동훈 감독 특유의 치밀한 이야기는 와이어 액션과 CG에 파묻혀 버리고, 훌륭한 배우들의 연기조차 제 빛을 발하지 못한 채 두루뭉술하게 어울리다가 끝난다.

또한 히어로 무비의 장르 비틀기는 웬만큼 성공했는지 모르지만 히어로가 해야 하는 일이 고작 요괴를 퇴치하는 것이라는 설정은 뭔가 입맛만 다시다가 만듯한 헐거운 생각을 주기도 한다. 한국 상업영화의 다양한 형식적 실험이라고 치부할 수도 있겠지만, 많은 관객이 탄탄한 이야기 구조를 원하고 있다는 사실을 감독은 잊지 말았으면 좋겠다. 큰 기대 없이 희희낙락하며 볼만한 영화를 찾는 관객들이라면 재미있게 볼 수 있을 것이다. <상영 중>

황보성진/ 영화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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