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학 바다에서 살아남기(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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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학 바다에서 살아남기(13)
  • 승인 2010.01.08 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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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우

이정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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人氣 태양경→소양경→양명경→음경 순환

人氣 태양경→소양경→양명경→음경 순환
시각에 맞는 경에 행침해야 효과 

시간을 알아내는 것은 고대부터 가장 중요한 일 중의 하나다. <서경>1편 요전(堯傳)에도 전설상의 임금인 제요(帝堯)가 천문학자인 희(羲)와 화(和)에게 “호천(昊天)을 흠약(欽若)하고 일월성신(日月星辰)을 력상(曆象)해서 천하의 모든 백성들에게 나누어줄 시간표 작성을 위해 최선을 다하라”고 분부한 기록이 있다(乃命羲、和: 欽若昊天、曆象日月星辰、敬授民時。分命羲仲).

시간을 백성에게 알려주는 일은 제왕의 정치에서 첫 번째 중요한 일이었으며 그 시간에 따라서 백성들은 파종하고 수확하는 농경을 비롯한 목축, 수산 등의 생산활동 뿐만 아니라 모든 일상생활의 기준으로 삼았다.

시간을 알기 위해 가장 처음 사용된 천문기기는 바로 막대기다. 막대의 그림자 방향으로 하루의 시간을 알 수 있으며 일정 거리만큼 떨어진 곳에서 하지(동지) 때 그림자 길이의 변화로 위도도 알 수 있다. 1년 동안 태양이 남중했을 때의 그림자 길이 변화로 하지와 동지를 비롯한 24절기도 파악할 수 있다. 해가 지하(地下)로 내려가 밤이 되면 북두칠성과 28수의 위치로 시간을 알 수 있다. 세종 때 장영실이 만든 것으로 유명한 앙부일구(仰釜日晷)도 막대기와 그림자의 원리를 간편하고 정밀하게 발전시킨 해시계이다.

물시계는 언제부터 사용되기 시작했는지 알 수 없지만 <황제내경>에 물시계로 시간을 측정한 내용이 나온 것을 보면 <내경>이 책으로 성립되었다고 알려진 진한(秦漢)대 이전부터 사용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물시계는 일월성신(日月星辰)을 관측할 수 없는 날씨에도 시간을 정확하게 측정할 수 있게 하기에 실생활에서 꼭 필요한 기구였을 것이다. 조선시대에는 자동시보장치를 갖춘 물시계인 자격루를 기준으로 인정(人定 통금시작)과 파루(罷漏 통금해제)의 시간을 알리기도 했다.
지금은 하루를 24시간으로 나누고 1각을 15분이라고 하지만 이렇게 시간을 나눈 것은 의외로 그리 오래 되지 않았다. 우리나라에서는 1653년 서양의 역법체계를 따른 시헌력(時憲曆)이 채택될 즈음부터이니 대략 350년 남짓 된 셈이다. 그 이전의 수십 세기는 하루 12시간(또는 24시간)을 100각으로 나눈 백각법(百刻法)이 통용되었다.

96각법에 따르면 1각은 15분이지만 100각법의 1각은 하루 1440분을 100으로 나눈 시간, 즉 14.4분이 1각이며 요즘 시간으로는 14분 24초가 1각이 된다. 12(24)시간의 하루를 100으로 나누면 각 시간 단위가 딱 떨어지지 않기 때문에 균등하게 나누기가 무척 불편하다는 것을 금방 알 수 있다.

하루를 100각으로 나눈 이유를 직접 물어서 답을 들을 수 없는 시대가 되었지만 고대의 지혜를 총 동원한 연구의 결과 그렇게 정해야 할 필연적인 이유가 있었을 것이라는 추정이 가능하다. 경맥을 1회 운행하는 총 길이가 16장2척이며 1회의 호흡에 영․위기가 6촌을 흐르고 하루 100각 동안 영위기가 50회 운행한다는 것까지 상세하게 밝혀 놓은 당시의 연구결과가 이 추정에 무게를 더한다.

<황제내경>을 보면 의사의 진료실에 반드시 물시계가 필요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위기행〉편에서 물시계로 1각에는 인기(人氣)가 태양경에 있으며 2각에는 소양경, 3각에는 양명경, 4각에는 음경에 있고 다시 5각에는 태양경, 6각에는 소양경의 순으로 순환한다고 한다. 이 시간에 맞춰서 태양경에 침을 놓을 때는 인기가 태양경에 있을 때 행침하고 양명경에 침을 놓을 때는 인기가 양명경에 있을 때 행침(行針)해야만 효과가 있다는 것이 〈위기행〉의 지침이다.

“깨어난 시간에 1각의 눈금을 맞춰서 현재 시간과 비교하면 위기가 어디에 소재하고 있는지 쉽게 알 수 있다.”

그러나 해가 뜰 때부터 시작해서 1각 2각 흐르는 것은 누구나 해당되는 대동(大同)의 시간이다. 사람 개개인은 잠에서 깨어나 눈을 통해 위기가 밖으로 나와 운행하기 시작하는 각립(各立)의 시간으로 누구나 다르게 흘러간다고 하는 것 또한 알 수 있다. 개개인의 시간은 눈에서 위기가 나오기 시작한 순간부터 1각 2각 흐르며 이 시간에 맞춰서 침을 놓아야 효과가 있다는 말이다.

하루 24시간을 100각으로 등분한 100각시계가 이 각립의 시간을 계산하기 편하게 한다. 깨어난 시간에 1각의 눈금을 맞춰서 현재 시간과 비교하면 위기가 어디에 소재하고 있는지 쉽게 알 수 있다. 임상에서 환자에게 설명할 때도 이 시계를 눈앞에 보여주면서 “**님께서는 잠에서 깬 시간이 몇 시라서 현재 위기의 소재가 어디에 있으니 몇 시 몇 분에 합곡이라는 혈에 침을 놓도록 하겠습니다” 하고 말하면 환자도 쉽게 수긍한다.

이렇게 시간에 맞춰서 침을 놓으면 그렇지 않은 경우와 비교해 볼 때 효과가 크게 차이 나는 것을 쉽게 경험할 수 있다. 최근 70대 남자분이 오른쪽 엄지손가락의 탄발지 증상의 치료를 위해 내원했다. 첫 날은 일어난 시간을 잘 모르는 상태에서 왼쪽 속골에 행침했는데 효과가 없었고, 둘째 날 역시 시간을 모르는 상태에서 왼쪽 합곡에 행침했는데 역시 효과가 없었다. 셋째 날에는 새벽에 나와 일해서 피곤했는지 환자가 침대에 눕자 말자 잠이 들었다. 잠이 깬 뒤에 양명시를 기다리기 위해 핫팩을 하면서 30분 정도 시간을 보내고 왼쪽 합곡에 침을 놓았다. 침을 놓은 지 약 10분이 지나서 오른쪽 엄지를 움직여 보라고 하니 딸깍 하는 증상이 없이 부드럽게 움직였다. 그리고 며칠 동안 내원하지 않아 전화로 확인하니 계속 괜찮았다고 한다.

이처럼 시간을 고려한 행침은 난치에 속하는 증상 뿐 아니라 허리나 발목의 염좌 같은 가벼운 증상의 치료에도 마찬가지로 효과가 있다.

대표집필= 이정우 동의형상의학회 반룡수진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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