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담/ 이상택 전 대한한의사협회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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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담/ 이상택 전 대한한의사협회 부회장
  • 승인 2009.12.11 1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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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선 회원들이 원하는 바를 직접 분출한 것이다”

이상택 전 대한한의사협회 부회장. 제중한의원장
무면허 불법 의료행위 규탄 신문광고 파장

대담= 강근주 편집국장

무면허 불법 의료행위를 규탄하는 광고가 최근 모 일간지에 실렸다. 주체는 참의료실천연합회이다. 이 단체는 김남수 등 뜸사랑의 내부 비리도 추적 중이다. 선의의 피해자를 막고, 한의계를 보호하기 위한 자구책인 셈이다. 이 단체에는 자료가 축적됐다. 한의협이 있는데, 굳이 이 단체가 난제에 매달리는 배경은 무엇일까. 이상택 원장을 만나 그 속내를 허심탄회하게 들어봤다. 이 원장은 대담 내내 울분을 터뜨렸고, 그 울분에서는 진정성이 묻어났다.

-참의료실천연합회가 최근 모 일간지에 김남수 등 무면허 불법의료행위를 규탄하는 광고를 냈다. 그 배경은 무엇인가.
“한의사협회는 회원들을 위해 존재하며 그 기본 책무에 최선의 노력을 쏟아야 하는데 나름 협회가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결국 일선 회원들이 자신의 원하는 바를 직접 분출시킨 것이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협회는 회원들의 요구가 단순히 말로 그치지 않는다는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고 본다. 임원진은 정신 바짝 차려야 한다.”

-정치성을 띤 한의사들의 집단 광고는 더러 있었다. 한의학만을 위한 광고는 드물었다. 한의계 안팎의 반응은 어떤가.
“일선 한의사들은 절대적으로 공감했다. 그런데 협회 관계자들로부터는 그 어떤 논평도 받지 못했고 심지어 꼭 알아야 될 위치에 있는 분들조차 광고가 나온 사실을 모른다. 이런 분들이 과연 일선 회원들의 정서를 알 수 있겠는가? 회원들의 정서를 뼈저리게 느끼셔야 한다. 말만 갖고는 이제 안된다. 밖으로도 많은 성원을 받았다.”

-소기의 목적을 달성한 것인가.
“아니다. 목적 달성은 아직 멀었다. 이제 겨우 시작이다. 참실련 회원들의 마음이 뭉쳐 한 걸음 한 걸음 묵묵히 나아갈 것이다. 혹시라도 광고를 보신 한의협 임원 분들의 느낌이 어떠하신지 묻고 싶다. 한의사 권익을 책임지신 분들은 책임을 통감하셔야 한다.”

“협회로부터 그 어떤 논평도 받지 못했고 심지어 임원지조차 광고가 나온 사실을 모른다. 이런 분들이 과연 일선 회원들의 정서를 알 수 있겠는가?”

-무면허 불법 의료행위를 저지른 쪽에서 현 의료법에 대해 위헌제청을 내자 헌법재판소는 이례적으로 공개변론을 열었다. 판결이 어떻게 나올 것 같은가.
“판결에 결정적 요인으로 작용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협회는 공개변론을 좀 더 확실히 준비했어야 했다. 적극적 대응을 하지 못해 옆에서 지켜본 회원들로서는 아쉬움이 크다.”

-방송이 무면허 불법 의료행위에 대해 동정적 여론을 조성한 감이 없지 않다. 어떻게 그런 일이 일어났다고 보나.
“한의협의 원칙 없는 무대응이 이런 일을 키웠다고 본다.”

-사회 일각에서는 김남수를 핍박 받는 의료인, 의료봉사에 헌신하는 인물로 추앙하는 분위기마저 형성돼 있다. 한의계는 그동안 무엇을 했나.
“한의계가 무엇을 했나? 그 물음에는 한의사로서 또한 한의협에서 부회장으로 일했던 사람으로서 회원 분들에게 엎드려 사죄를 올린다.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다. 김남수는 의료인도 아니고 사이비 교주보다 더 불량스러운 사람이다. 실체가 하나 둘 벗겨질 것이다. 일선 회원 여러분께도 부탁드리고 싶은 것은 불의에 적극 맞서 행동하는 지성이 되어 주십사 하는 것이다.”

“한의협 전 부회장으로서 엎드려 사죄를 올린다. 김남수는 의료인도 아니고
사이비 교주보다 더 불량스러운 사람이다. 실체가 하나 둘 벗겨질 것이다.”

-한의협의 대응태도 역시 문제가 있다. 전략적 사고와 치밀한 논리 개발이 부족한 것 아닌가.
“이사 분들 개개인을 보면 열정이 넘치나 협회의 체계적 시스템의 완비가 덜 갖추어져 있다고 생각한다.”

-SBS 뉴스추적 보도 이후에도 대응태도를 보면 아마추어적인 면이 드러난다. 앞으로 홍보기능 강화를 위해선 무엇이 마련되어야 하나.
“깊이 반성할 대목이라고 본다. 그러나 한의협 이사의 경우 대부분 진료가 본업이고, 그 와중에 시간을 쪼개 협회를 위해 봉사를 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부족한 부분은 시스템 구축으로 보완해야 한다. 또한 진료가 본업인 한의사일지라도 협회 일에 열정을 쏟아주실 분들을 키우는 일 역시 협회의 몫이다. 헌데 그런 시스템 구축을 찾아보기 어렵다.”

-한의협이 대국민 홍보지를 만들어 배포했다. 혹시라도 참실련이 낸 신문광고를 의식한 행동이라고 보지는 않나?
“처음 듣는 소리였고 질문 자체가 진실인지 의심스러워서 확인해 보니 10만부를 찍어서 무가지로 배포했다더라. 저의 개인 사견으로는 한의신문 광고 내용을 확인해 보니 외부 홍보용이 아닌 한의사를 다독거리는 내부를 위한 홍보용으로 밖에는 안보인다. 협회에서 불법의료 근절 대책반을 꾸릴 정도로 민감한 이 시기에 다른 방법으로 적극적으로 할 수 있는데 큰 자금을 들여 이런 광고와 무가지 배포 방법이 꼭 필요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이는 신문 방송 등 언론과 스킨십이 부족하다고 자인하는 방증으로 보인다.
“실제 발생했다. 이는 홍보력 부재라는 말 이외에 달리 생각할 것도 없다.”

“현재 협회의 회무 시스템으로는 각 분야 전문가를 만들고 키우는 작업이 어려워
보인다. 人事가 心事가 아니고 萬事라는 말이 생각난다.”

-신문 광고비는 어떻게 조달됐나.
“경비는 액수보다 회원들의 마음이고 정성이다. 시냇물이 흘러 강물을 이루고 바다가 되듯이 작은 정성이 모이면 화산 만큼 강력한 폭발력을 지닌다. 이런 회원들의 마음을 한의협 이사 분들이 헤아려 주셨으면 한다.”

-참실련 회원 수는 얼마나 되나. 회원들 연차는 다양한가.
“가입 숫자가 많다. 구체적 언급은 피하고 싶다.”

-지도자 부재론이 거론된다. 한의계를 이끌 지도자의 덕목과 역량은 무엇이라 보나.
“일반 회원들의 바람을 잘 살피고, 이를 실천해 주면 된다. 현재 한의협에서는 지도자의 덕목이자 능력이다.”

-협회 능력을 점수로 환산한다면 몇 점을 주겠나.
“저도 일했던 곳이라 후한 점수를 매기고 싶지만…….”

-개선책은 멀리 있지 않다. 문제점부터 먼저 고쳐나가면 된다. 협회의 가장 큰 문제점을 꼽는다면 무엇인가.
“역대 협회가 다 그러했듯이 부서 별 전문가를 찾아보기 어렵다. 현재 협회의 회무 시스템으로는 각 분야 전문가를 만들고 키우는 작업이 어려워 보인다. 人事가 心事가 아니고 萬事라는 말이 생각난다.”

-참실련의 생각을 현실화하려면 협회 운영에 적극 참여해야 하지 않나. 그렇다면 차기 협회장 선거에 관심이 높을 것 같다.
“그건 참실련 내부에서 결정될 사안이지만 전체 분위기로 미뤄볼 때 협회장 선출 등 정치적 사안에는 절대 관여하지 않을 것으로 판단된다.”

-자천타천 후보로 거론되는 분들에 대해 평을 듣고 싶다.
“다들 훌륭하다. 그러나 중요한 건 어느 분이 일선 한의사 분들의 입지를 좀 더 넓혀주고 대변해 줄 수 있느냐가 아닌가 싶다.”

-마지막으로 한의계에 하고 싶은 말은 무엇인가.
“지금까지 한의사 분들은 심성이 고와서 마음이 있어도 실무에 뛰어들기보다는 후원자로 머무는 경우가 많았다고 본다. 헌데 급격한 의료계의 환경 변화는 적극적인 참여와 활동을 요구한다. 한의협 주변의 문제점들을 제거하고 좀 더 나은 환경을 가꿔가는데 일선 회원들의 적극성을 기대한다.”

정리= 정태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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