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성의 진료의 기술(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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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성의 진료의 기술(42)
  • 승인 2009.12.11 1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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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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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료실에서의 기술(2)- 안심

진료의 기술(42)-치료실에서의 기술(2)- 안심 

원장 30초 배려가 환자느낌 180도 바꿔
긴장 속 침 맞으면 기가 막혀 효과 반감
경혈점 침효과 편안하게 설명해 주십시오 

침을 얼마나 잘 놓는가가 일선 한의원의 성패를 좌우한다고 말씀 드리면 너무 식상하실까요? 그런데 뛰어난 침술을 구사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어떠한 매너를 가지고 침을 놓는가 역시 치료 효과 및 매출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다는 점을 생각해 보고 싶습니다.

환자의 느낌은 치료 효과를 만들어 내는데 절반 이상의 역할을 하는 요인입니다. 느낌은 영혼의 언어이며, 기분(氣分)이 좋을 때 결국 몸이 살아나고 회복되지 않습니까. 침을 놓을 때 처음 30초의 배려가 환자의 느낌을 180도 바꿉니다. 지난 호에 말씀 드렸듯이 커튼을 확 열어젖히며 불쑥 들어가지 마시고, 베드 바깥에서 이름을 살짝 부르고 들어가는 에티켓을 보여주십시오.

만약 환자가 침을 처음 맞거나, 침 맞는 것을 무서워 하는 사람이라면 최대한 안심시켜 드리십시오. 원장님이야 매일 놓는 침이니깐 ‘그까이꺼’ 하시겠지만, 처음인 환자들은 공포스러워 합니다. 공포감 속에서 침을 맞으면 기가 막혀서 침의 효과도 잘 발휘되지 않습니다. 짧은 유머 한마디가 환자의 긴장감을 확 풀어 놓을 수 있습니다. 저는 다음과 같은 멘트를 자주 사용했습니다.

"자, 침 놔드리겠습니다. 안 아프게 놓아 드릴께요. 그냥 편안하게 누워만 계세요. 제가 말이죠, 대한민국에서 침을 제일 안 아프게 놓는 사람입니다. 믿거나 말거나….”

물론 믿을 수 없는 말이지요. 그러나 이 말 한마디로 환자와 저는 함께 키득키득 웃습니다. 그러는 사이 환자의 긴장이 풀어지고 좀 더 편안한 마음으로 침을 맞게 됩니다. 침 놓을 자리는 반드시 알코올 솜으로 닦습니다. 혹시 요즘에도 옷 위에다가 침을 놓는 분들이 계신가요? 그동안 그렇게 침을 맞아 왔던 환자분이, 혈 자리마다 알코올 솜으로 미리 닦아 가며 침 놓으시는 원장님을 만나면, 원장님을 못 잊습니다. ‘아, 이 원장님은 침 놓는 게 확실히 다르시네’ 이렇게 생각합니다.

침을 놓은 경혈점 이름과 침 놓는 의미가 무엇인지, 친근하고 편안하게 설명해 보십시오. “(침을 놓기 전에) 자, 여기는 족삼리라는 경혈점이에요. 이 경혈점은요, 우리 몸에 흐르는 기를 고르게 해줍니다. 차렷! 하고 기운을 정렬해 주는 효과가 있어요. (살짝 침을 놓고) 어떠세요, 별로 안 아프시죠? 자, 이 정도 느낌이니까요. 이제부터 한 번 잘 맞아 보자구요. 절대 위험하지 않으니까 안심 푹 놓으시구요.”

물론 모든 환자에게, 또 모든 혈자리마다 다 설명을 할 수 없지요. 원장님께 처음 치료 받는 환자에게, 또 첫 혈자리만 이렇게 해보십시오. 첫 느낌이 중요하지 않습니까? 그 다음부터는 혈명 정도만 간단히 언급해 가면서 침을 놓습니다. 침을 놓기 전에 혈 자리를 한 번 손으로 꾹 눌러준 뒤 침을 꽂으면 침의 느낌이 조금 더 신비스러워 집니다.

그리고는 예를 들어 다음과 같이 마무리합니다. "자, 이 침은 기의 흐름이 좋아지도록 하는 효과가 있어요. 장부 간에 서로 신호 전달이 잘 되도록 해주고요, O장을 튼튼하게 해주는 효과도 있어요. 자, 눈을 한 번 감아보세요. 지금 침 맞은 곳을 느껴 보세요. 거기서부터 기가 뻗어 나와 온 몸을 돕니다. 손끝에서 가슴으로 갔다가 다리로 갔다 다시 올라 옵니다… 느껴보세요.”

이재성/ 한의사. LK연구소 소장(lkmri.org)

091211-기획-기고-진료의기술-안심-이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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