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일원화 논쟁 의미 상실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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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일원화 논쟁 의미 상실됐다”
  • 승인 2003.04.11 1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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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 부재 속 양의계 ‘약․침’ 사용 무방비

최근 한의사통신망 등을 통해 의료일원화에 대한 논의가 또다시 재연되고 있는 가운데 한의계의 의도와는 관계없이 양방의 한방의료가 이미 합법화 돼 가고 있어 의료일원화 논쟁은 의미가 없어졌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법률적으로 의료이원화가 완성된 우리나라에서 한방의료행위는 한의학을 전문적으로 교육받은 한의사의 진료영역이라고 주장하고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학문적․정치적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나 양의계의 침탈이 본격화되고 있고, 제도적 보완은 뒤로 미룬 채 산업발전을 이유로 규정의 완화만으로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 관계자는 “최근 양의계가 심평원에 심사 의뢰한 근육내 자극치료(IMS)와 침전기신경자극치료(Needle Tense)의 신의료기술 신청결정이 유보됐지만 이미 많은 양방의료기관에서 사실상 시행되고 있다”며 “이는 복지부가 한의계의 반발을 우려해 심의를 늦추고 있는 것일 뿐이고, 행위의 근본원리를 문제삼은 것이 아니기 때문에 양방에서의 침술행위가 더욱 보편화되면 언제든지 결정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했다.

또 미국의 국가기관인 NIH의 대체의학연구소(OAM)를 중심으로 활발히 연구되고 있는 침이 국내로 역수입될 경우 양의사의 침시술 행위는 더욱 막기 어려울 것이라는 게 일반적 견해여서 한방의료의 독자적 영역이었던 침을 더 이상 지키기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이다.

이와 함께 한약 역시 한약제제와 천연물신약의 개발에 따라 한방치료의 전유물로만 남아 있기는 힘들 것이라는 전망이다.

한의학적 원리에 의해 만들어진 이들 한약제제를 별도로 관리할 수 있는 관련법이 마련되지 않는 한 이들 한약은 일반의약품으로 약국에서 그냥 판매될 수 있게 되고, 양의사도 얼마든지 처방을 내릴 수 있게 된다.

이렇게 될 경우 한방의료기관이 양방과 구별될 수 있는 것은 전문인의 한의학적인 진료에 의한 탕제 처방 수준으로 추락할 수밖에 없어 이에 대한 대응책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한약제제 생산업체 설립을 추진하고 있는 서울 강남의 한 한의사는 “대증요법을 중심으로 한 중의약에 의한 제제나 국내에서 개발된 한약제제나 모두 환자의 병증에 따라 처방을 달리해야 한다는 한의학의 원칙에서 벗어나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지만 현재 개발돼 나오는 양약과는 비교할 수 없는 우수한 효능을 가져 한의학을 알리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이라면서 제도적 뒷받침을 촉구했다.

즉, 한의사의 진료행위를 보장해주고 육성시킬 수 있는 법․제도적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한의협의 한 관계자는 “국내의 유수한 인재들이 대거 한의대에 몰려 한의학은 그 어느 때보다 발전할 수 있는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으나 국내 법이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며 “한의약산업을 국가기간산업으로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산업을 활성화시키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근간인 한의학이 유지․발전될 수 있는 틀을 먼저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즉, 근본이 되는 한의학의 유지․발전 없는 한의약산업의 발전은 사상누각에 불가할 뿐이라는 것이다.

또 현대 과학적 분석이나 양방적 해석을 통해 침을 어느 정도 이해했다고 이름을 바꿔 이를 양의사가 사용하는 것을 방치하는 것도 침의 수준을 추락․왜곡시켜 한의학의 발전에 손상을 줄 것이라는 지적이다. 따라서 침에 대한 세계인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상태에서 침을 세계에 진출시키기 위해서는 국가차원의 연구와 함께 한의사의 침 시술에 대한 제도적 보장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라는 게 한의계의 중론이다.

이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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