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C 명칭 등 투표시 외교력 총동원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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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C 명칭 등 투표시 외교력 총동원 필요
  • 승인 2009.11.11 1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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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연 기자

이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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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계도 인맥 활용해 사전 정지작업 나서야

TC 명칭 등 투표시 외교력 총동원 필요
한의계도 인맥 활용해 사전 정지작업 나서야

임시변통 대응 벗어나 표준화 논의통로 하나로 묶어
한의학연구원• 협회 역할 분담 위해 표준원으로 격상
한의학표준연구원- 정부 기관들 협조체계 구축 필수 

대내적으로 한의학의 표준화에 대한 요구가 계속된데다 대외적으로도 중국이 중의학을 ISO(국제표준화기구)를 통해 국제표준으로 삼고자 하는 활동이 거세지고 있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 국내 한의계 관련 단체들의 역량을 한 곳에 모을 수 있는 범한의계 표준화 연구기관인 한국한의학표준연구원(초대 원장 최승훈, 이하 표준연구원)이 최근 설립돼 기대를 모으고 있다.

표준연구원 설립에 대해 김현수 회장은 “그간 한의학 표준화에 대한 한의계의 열망이 컸다. 여기에 표준화 분야에 대한 중국의 움직임이 거세지고 있어 국내에서도 대응 방안을 마련할 수 있는 조직이 필요하다는 중지가 모아져 (이번 연구원) 설립으로 이어지게 됐다”고 설명했다. 최승훈 학장도 “그간 산발적이고 임시변통적으로 대응해 왔던 표준화 논의를 표준연구원 한 곳으로 모으게 된 데 큰 의의가 있다”고 평가했다.

표준연구원은 김기옥 한국한의학연구원장, 김현수 대한한의사협회장, 김장현 대한한의학회장 등이 자문위원으로 참여한다. 표준연구원은 11월 말까지 분과위원회 별 간사 중심으로 위원을 구성하며 향후 국제활동 추진 전략을 마련하고 한의학의 표준화를 위한 제반 노력들을 추진키로 했다.

원래 한국한의학표준위원회로 만들려던 것을 연구원으로 격상시키게 된 데는 최승훈 경희대 학장의 제안이 시발점으로 협회에서도 이에 적극 동의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즉 중국에서는 국가 차원에서 총력을 기울이고 있어 대항마라기 보다 체계적인 기구의 필요성이 대두됐기 때문이다. 김현수 회장은 “한국한의학연구원은 국책기관으로서 표준화 연구에 대한 부분을 맡고, 협회는 범한의계의 요구에 따라 정치적으로 접근하게 되므로 서로의 역할이 조금씩 다르다. 앞으로 표준연구원이 대표기관으로 이를 조율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한의학 국제표준은 WHO 국제경혈위치 표준만이 마련돼 있으며 치료행위인 침, 부항, 뜸 등 의료기기 뿐만 아니라 용어, 진단, 임상지침 등 다양한 분야에서 국제표준은 아직 이뤄지지 않았다. 동양의학을 활발하게 사용하고 있는 한·중·일의 경우만 침에 대한 각국의 표준이 정해져 있는 정도다.

이에 우리나라는 2007년부터 일본, 베트남, 호주 등의 국가들과 함께 침, 의료기기 국제표준 개발을 위해 침 규격 국제표준 개발을 위한 포럼을 만들어 아시아 전통의학 의료기기의 기술심사위원회를 만들고 국제표준을 개발하고자 했다. 작년 ISO 회의 때 국내 한의계는 국제표준을 만들기 위한 위원을 파견했는데 중국도 이를 간파하고 중국 측 위원을 파견하기 시작하면서 경쟁이 심화된데다 일본도 합세하면서 문제가 심각해졌다. 중국은 올 2월 TC(Technical Committe)-249를 신설해 명칭을 TCM( Traditional Chinese Medicine)으로 만들자고 제안했으며, 한국과 일본은 이에 반대하면서 TEAC(Traditional East Asinan Medicine)를 제안했다.

한의학 표준화 범한의계 역량 모아야
중국 정부 차원서 중의학표준화 나서

최승훈 학장은 “TC는 보통 특정국가의 명칭 등으로 한정하지 않는다”며 중국 측의 제안이 다소 억지스러운 부분이 있는 것으로 해석했다. 그러나 중국 측의 입김이 워낙 센데다 다른 나라의 ISO 위원들의 경우는 중의학 명칭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였기 때문에 올 9월 제46차 TMB(Technical management Board) 회의에서는 ISO/TC 249 TCM이라는 중국 측의 주장대로 새로운 기술분과 신설이 승인됐다. 다만 이 명칭은 잠정 결정된 것으로 한국, 일본, 인도가 TCM 명칭을 거부한 만큼 명칭은 이후 ISO 총회에서 최종 결정키로 했다.

이러한 복잡한 역학관계로 얽힌 과정을 거쳐 왔기 때문에 앞으로가 더욱 중요하다는데 한의계 인사들은 공감한다. 이번 표준연구원 설립이 갖는 의미도 그래서 더욱 크다. 최선미 한국한의학연구원 표준화연구본부장은 지난 3일 개원 15주년 기념 ‘전통의학의 표준화와 미래 연구방향’ 심포지움에서 “동아시아 전통의학 국가들의 적극적인 활동을 위해서는 TCM의 명칭이 TEAM으로 변경되어야 하며 이를 위한 설득과 꾸준한 노력이 필요하다. 국제표준은 다양함을 인정하면서 그 가운데 공통분모이면서 모두들 위해서 유익한 방향으로 결정되어야 하고 품격 있는 수준을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앞으로 ISO TMB 회의에서 결정돼야 할 문제는 명칭 문제와 범위 문제로 크게 갈려진다. 중국의 주장은 TCM 명칭 유지를 주장하고, 또 범위도 중의학 전체를 포괄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과 일본의 경우는 명칭을 동아시아 전통의학으로 할 것과, 범위도 침 등 의료기기와 안전, 품질관리 등에 한정하고 있다. 최승훈 학장은 “WHO WPRO에서 이미 용어, 교육, 훈련 등의 학술과 관련한 표준화를 진행하고 있고, ISO에서는 산업화와 관련된 분야들을 맡는 것으로 담당 분야가 갈려있다”고 말하고 최선미 본부장도 “WHO의 표준화 노력과 중복되지 않아야 하며, 각 국가 별 의료제도의 특징과 현실을 고려치 않고 진단, 치료기술, 교육, 서비스 분야에서의 국제표준을 무리하게 이끌어 가는 것은 지양해야 하며, 한,중,일이 모두 동일하게 주장하고 있는 Device 분야에 대한 국제표준 제정을 먼저 수행하며 앞으로 그 영역을 확대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전통의학 한 분야로 TC를 신설하는 것이 스스로 범위를 한정시키는 것이라는 의견도 지적된다. 송주영 한국기술표준원 바이오환경표준과 연구관은 “의학의 경우는 TC만도 10개 분야에 걸쳐 있다. 전통의학이 하나의 TC를 만드는 것은 향후 전통의학의 세계화를 위해서도 바람직한 방향은 아니다. 좀 더 시각을 넓혀 기기, 한약(성분), 안전·서비스 등 여러 분야에 걸쳐 다양한 TC를 신설하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한의학 국제표준화를 위해서는 한국한의학표준연구원 등 한의계 단체들과 복지부 한의약정책관실, 한국기술표준원, 한국표준협회, 식약청 등 정부 기관의 공동 노력이 요구된다. 김현수 회장은 “각 관련 기관의 유기적인 협조 하에 각각의 워킹그룹을 두고 전통의학 표준화를 위해 공동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부 차원에서는 지식경제부 산하 한국기술표준원에서 ISO의 전통의학 TC 신설과 관련해 전문가위원회를 구성할 예정이다. 표면적으로는 기표원과 한의계와의 의사 소통은 전문가위원회에 위촉되는 위원들을 통해 이뤄지는 만큼 여기에도 한의계의 목소리가 전해질 수 있도록 관심이 요구된다.

ISO TC-249에 참여하는 각국 위원들에게 미치는 중국의 영향력은 결국 중국의 외교력과 국력과 일치돼 앞으로 힘든 싸움이 예고된다. 송주영 연구관은 “중국의 입장이 불변하고 사전 협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결국 위원들 투표로 TC의 명칭과 범위 등이 결정되는데 이렇게 되면 중국의 의도대로 갈 수밖에 없다”며 “기표원에서도 외교력을 발휘하겠지만 한의계에서도 인맥 등을 통한 비공식적인 외교력을 동원해 각국의 위원들을 포섭하는 등 사전 노력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오는 16일에는 한국기술표준원과 중국 SAC(중국기술표준원)가 만나 사흘간 전통의학 표준화 관련 회의를 갖는다. 지난 10일에는 중국 중의약관리국에서 김기옥 한국한의학연구원장, 최승훈 학장 등을 초청해 비공식 만찬을 갖고 표준화와 관련해 대화를 통한 협의를 모아가자고 당부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중국 측은 표준연구원 초대원장으로 최 학장이 추대된 것에도 비상한 관심을 기울였다는 후문이다. 중국과 한국으로 대표되는 전통의학 표준화를 둘러싼 외교 다툼이 전방위에서 펼쳐지고 있는 셈이다. 표준화의 주도권을 둘러싼 양국의 치열한 공방에 귀추가 주목된다.

이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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