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해리슨 내과학 원론(16판 국역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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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해리슨 내과학 원론(16판 국역본)
  • 승인 2009.11.11 1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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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세영

안세영

mjmedi@http://


양의사들 ‘지식권력’의 원천
서양의학 보편적 지식의 寶庫

‘해리슨 내과학 원론(16판 국역본)’

제3차 KCD(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의 임상 적용이 당장 내년으로 다가왔습니다. 이번 개정안에 우리의 병증명(病證名)에 해당하는 U코드가 없는 건 아니지만, 국가 통계에 한의학 내용을 적극 편입시키려면 앞으로의 코드 활용은 아무래도 질병명(疾病名) 위주로 차츰 바뀌리라 여겨집니다. 이제 한의사들은 자의든 타의든 서양의학에 대한 공부 또한 게을리할 수 없게 된 것입니다.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겠죠? 요즘 들어 신문 지면과 인터넷 팦업창에 유명한 양방 내과의학 서적-해리슨 내과학 원론(16판 국역본)-에 대한 소개가 몇 차례 계속 이루어지는 까닭 말이에요.

<해리슨 내과학 원론(Harrison's Principles of Internal Medicine)>에 대한 소개는 따로 하지 않겠습니다. 내과 분야에서 <세실 의학 교과서(CECIL Textbook of Medicine)>와 함께 전세계 의료인들의 필독서로 꼽히는 책에 대해 새삼 주저리주저리 설명을 늘어놓는 게 불필요할 뿐 더러, 이번 국역본의 경우는 46배판 3,000여 페이지의 분량인지라 기실 다 읽어 보지도 못했으니까요. 하지만 서양의학에 대한 보편적 지식을 취할 요량이면 가히 최고의 책임에 분명할 것입니다. 서양의학의 거의 전분야를 망라하되 해당 분야의 전문가들이 공통으로 도출된 의견을 토대로 집필한 편집 방식을 취한다는 점에서, 3~4년을 주기로 거듭 개정판을 발간하며 나날이 변화하는 최신의 경향을 그대로 반영한다는 점(올해 3월 발간된 17판에는 서양의학의 획기적인 발전상의 대표적 예인 줄기세포요법(Stem Cell Therapy)에 대해서도 수록되었고, 컴퓨터 시대에 발맞추어 각종 사진이 포함된 학습용 DVD까지 추가되었다고 합니다)에서, 문자 그대로 ‘교과서’에 해당되는 책임에 틀림없으니까요.

대한내과학회의 이름을 달고 나온 <해리슨 내과학 원론 16판 국역본>을 바라보는 심정은 착잡합니다. 우리가 학부에서 6년 동안 피땀 흘려 공부한 침․뜸․약에 대한 내용이 이 책에서는 보완대체의학(CAM) 분야에서, 그것도 고작 몇 줄만의 소개로 끝나 버리니까요. 그러나 솔직히 말하자면, 한마디로 많이 부러웠습니다. 영문판이 나온 지 1년 여만에 우리말 번역본이 출간됨으로써 후학들의 학습을 용이하게 만들어 주고, 그 과정에서 국내 수많은 의대 교수들이 참여함과 동시에 그네들 공통의 ‘의학용어집’을 바탕으로 일치된 용어를 사용하며, 그럼으로써 양의사들 사이에 보편타당한 의학에 대한 소위 ‘컨센서스(consensus)’가 자연스레 형성되고 또 이를 근거로 자신들의 힘-미셀 푸코의 표현을 빌면 이른바 ‘지식권력’을 집단적으로 발휘하고 있지 않습니까?

한의계에도 10여 년 전부터 교실 별로 공통교재 편찬작업이 한창입니다. 그저 볼륨만 두꺼운 백과사전식 묶음 형태의 구태를 이제는 벗는 셈인데, 기왕이면 교과서라는 이름값에 걸맞은 멋진 교재가 속속들이 나왔으면 좋겠습니다. 꼭 필요한 서양의학적 내용까지도 적절히 녹아들어 있음으로써 온고지신(溫故知新)이라는 최상의 학문 방법에 딱 맞는 교과서! 그런 통합 교과서의 출간을 위해 우선 당장 저부터 반성하고 노력해야겠습니다(ㅠ.ㅠ).

안세영/ 경희대학교 한의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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