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병수 교수님을 추모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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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병수 교수님을 추모하며
  • 승인 2009.11.11 1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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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철

박종철

mjmedi@http://


사진으로 만나는 강병수 교수님

백목향 언제나 강 교수님과 추억 자극
연로한 당신 답사여행 일행 야식 챙겨
학문 열정 넘쳐 도서관 할아버지 애칭
체험 통한 내용 정확해 글 인용 편해

#1. 중국 광시좡족자치구의 광시약용식물원. 억수같이 비가 쏟아지는데, 강병수 교수님께서 필자의 팔을 당기며 따라오라고 하신다. 일전에 이곳을 찾았던 강 교수님께서 백목향이 있는 곳을 기억해 두셨다가 안내해 주기 위해 불렀던 것이다. 그 날 강 교수님의 세심한 배려덕분으로 필자는 귀한 백목향 열매를 촬영할 수 있었다. 식물원의 한 구석에 자라고 있던 백목향은 강 교수님이 아니었으면 필자 혼자서는 발견하기가 어려웠을 것이다. 필자는 강 교수님 덕분에 눈부시게 순결하고 아름다운 백목향의 아기 열매를 수십 장 촬영해 두어 지금도 소중한 자료로 활용하고 있다. 필자는 백목향 하면 언제나 강 교수님이 떠오르는 추억을을 간직하게 되었다.

#2. 중국 윈난성 쿤밍공항에서 장맛비 때문에 비행기가 연착했다. 밤 10시 출발 예정이었지만 결국 새벽 4시30분이 되어서야 출발했다. 그사이 출발 여부가 감감무소식이라 다들 출구 근처에서 불편한 잠을 청해 본다. 한약답사 일행들도 의자에 기대어 얕은 잠이 들었는데 강 병수 교수님만 주무시지 않고 기다리다 항공사 측이 야식을 가져오자 일행들을 깨운다. 피곤한 일행들을 위해 가장 연로하신 당신 혼자 의자에서 꼿꼿하게 앉아 자리를 지키시는 모습이 두고두고 인상적이었다. 

#3. 집에서 중국의 한약답사 사진을 정리하는데 지켜보던 집사람이 강 교수님을 가리키며 이 분은 누구냐고 묻는다. 어떻게 아느냐고 되물어 보니 집사람이 가끔씩 들리는 도서관에서 자주 뵙는 할아버지라고 한다. 정년 이후에 연구생애를 망라하는 방대한 저술활동을 기획하고 거기에 투신하신 기간이던 것으로 사료된다. 학문을 벗과 같이 여기던 강 교수님의 열정은, 배우고 익히는 것이 삶의 즐거움이라고 가르친 성현의 말씀을 몸소 실천하시는 귀감으로 항상 마음에 품고 있다.

그런데 민족의학신문을 통해 갑작스러운 소식을 접했다. 너무 놀라서 이른 아침이지만 강 교수님 제자인 한의대 교수님께 전화하여 갑자기 타계하시게 된 사유를 전해들었다. 이렇게 가시기에는 아까우신 분이고 우리 한약 연구분야에 크나 큰 손실이다.

강병수 교수님은 사진에도 조예가 높으시다. 본초학자로서 당연한 일이지만 특히 카메라 작업에 젊은 누구보다 관심이 많으셨다. 중국과 베트남으로 교수님과 한약답사를 몇 번 갔는데 버스 안에서 카메라 종류와 촬영기법에 대해 열강하시는 모습이 곁에서 모시는 듯이 눈에 선하다. 젊은 사람에게 크고 작은 지혜를 주시려고 자상하던 모습이다.

중국 한약답사 때 점심시간에는 언제나 빨리 식사를 마치고서 식당 근처를 둘러보시다 사진 촬영을 서두르셨다. 열성적으로 카메라에 담으시는 노 교수님의 모습은 후학이 배울 수 있던 뜨거운 현장수업이었다. 답사 후 몇 장의 스냅사진을 자택으로 우송해 드리면 당신은 잘 받았다는 전화를 꼭 주신다. 필자가 한약 관련 원고를 준비할 때 가장 많이 인용하는 자료도 강 교수님의 것이다. 정확하고 실제 체험을 통한 내용이 많기 때문에 교수님의 글을 인용하면 편하다.

이제 교수님을 책에서만 만나볼 수 있게 되어 너무 안타깝다. 뜻밖의 비보를 접하니 놀랍고 떨려온다. 교수님 부디 평안하십시오.

글, 사진 / 박종철 교수(국립순천대학교 한약자원학과)

사진 설명 (좌로부터)
1. 한약답사때 숙소에서 활짝 웃으신다.(베트남)
2. 현지안내원으로부터 화환을 받고 환하게 웃으신다.(중국 쿤밍공항)
3. 침향 재배농장에서 기념촬영(베트남)
4. 계피 재배지에서 계피 촬영에 열중하고 계신다.(베트남)
5. 쏟아지는 빗속에서 필자를 백목향있는 곳으로 안내해 주신다.(중국 광시약용식물원)
6. 계피 잎 가공공장에서 엄청난 양의 계피 잎을 관찰하고 계신다. (중국 광시좡족자치구)
7. 항공기가 연착되어 새벽 4시30분 출발하게 되었다. 그 사이 다들 잠을 청하지만 강 교수님 혼자 꼿꼿하게 앉아 일행들을 지키고 계신다.(중국 쿤밍공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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