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의서산책434] 東醫聞見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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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의서산책434] 東醫聞見方
  • 승인 2009.10.21 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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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우

안상우

answer@kiom.re.kr


사라진 東醫들 足跡을 찾아서

우리는 대개 조선 중기 <東醫寶鑑>이 나온 이후 조선의학사에서 보감을 뛰어넘는 걸작을 찾아보기 어려웠다고 알고 있다. 물론 수 많은 명저가 속출하였지만 이상하게도 서명에 ‘東醫’를 표방한 책은 정작 많지 않다. 필자가 기억하기론 東武 李濟馬의 <東醫壽世保元> <東醫四象新編> 그리고 이 책 외에는 떠올리기가 쉽지 않다. 또 <동의수세보원>에서 세종대에 나온 <의방유취>를 ‘東醫醫方類聚’라 적시한 경우가 있지만 실제 서명을 이렇게 쓴 경우는 없었다. 그런 의미에서는 오늘 소개할 이 책 <東醫聞見方>은 상당히 한국적인 특색을 갖춘 책이라 말할 수 있다.
겉표지의 題簽에는 <東醫聞見方>이라는 원제목 아래 ‘兼醫鑑入門抄略’이라고 쓴 부제가 달려 있다. 또 속표지에는 <東醫聞見方>이라는 서명의 우측 상단에 ‘李碩幹 蔡得已 朴濂 許任 本草’라고 적혀 있어 원작자로 4분의 명의와 함께 ‘본초’ 책을 참고하였음을 밝히고 있다. 이것은 기존에 알려진 <四醫經驗方>에서 보았던 것과 거의 유사한 형태로 우리가 흔히 마주할 수 있는 <四醫經驗方> 혹은 <經驗方>에서는 위에서 열거된 이름 가운데 ‘蔡得已’가 ‘蔡得沂’로 표기된 것과 본초 다음에 ‘東醫聞見方’이 하나 더 추록되어 있는 것이 서로 차이가 있다. 그렇다면 <東醫聞見方>이란 책은 어떤 책인가?
아쉽게도 아직 우리에게 이 책에 대해 알려진 사실은 극히 제한적이다. <동의문견방> 혹은 그냥 <문견방>이란 이름으로 전해지고 있지만 별권의 실물이 남아 있는 경우는 아직 보지 못했다. 따라서 이 책은 아직 撰者未詳의 실전된 책으로 기록되어 있다. 다만 숙종대 편찬된 <산림경제>에 일부 유문이 인용되어 있다는 사실이 조사 보고되어 있는 정도인데, 攝生, 治圃, 牧養 편에 각 1회, 種樹에 2회, 治藥에 3회, 治膳에 4회, 救急에 12회 인용되어 있다고 한다. 그렇다면 주로 단방 위주의 구급요법이나 식치방, 약재 지식 등을 다룬 경험방서일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한편 이 책의 저술 시기에 대해서도 대략 이 책을 인용하고 있는 <四醫經驗方> 성립 시기로 추정되는 효종∼현종 년간 아래로 내려오진 않을 것이다. 여하튼 이 책은 당대 <四醫經驗方>이나 <三醫一驗方>, <醫方合編>처럼 주로 민간의 의원들이 실제 임상경험에 기반하여 경험한 치방들을 수록하여 실용에 적합하게 만든 간이방서라고 정의할 수 있겠다.
목차가 따로 구성되어 있지 않지만 전체적인 체제는 <四醫經驗方>의 그것과 유사하다. 우선 頭部, 面部, 耳部, 目部, 口部, 鼻部로 이어지는 부위 별 병증 분류가 그렇고 병증 항목 별로 간단하게 적은 간이치법과 침구치료법을 기재한 방식도 또한 매우 유사하다. 다만 이 책에는 <四醫經驗方>에서 각 치료 처방 아래 붙어있던 出典注記가 기재되어 있지 않다.
다른 무엇보다도 눈에 띄는 특징은 각 부류 별로 통치방에 해당하는 침구치법을 먼저 제시하고 있다는 점이다. 예컨대 頭部에서는 ‘頭中諸病, 皆灸風府’, ‘頭諸病, 曲池合谷主之’라고 적어 놓았고 心部 같은 곳에서는 제법 기다란 병증 설명과 함께 치료혈의 소개가 이어지기도 한다. “心胸, 手三陰經. 資(生經)云, 心

명의 4명 공저로 참여 한국적 특색 강해
식치방 약재지식 등 다룬 경험방서 추정
각 부류별 통치방인 침구치법 먼저 제시
특징 고려할 때 <四醫經驗方> 祖本 방증

邪實則心中暴痛, 虛則心煩惕然失智, 心惕惕失智, 內關百會神門, …….”
하지만 아쉽게도 이 필사본을 통해서 잃어버린 <東醫聞見方>의 원모를 온전하게 복원하기란 다소 어려워 보인다. 왜냐하면 이 사본에는 <東醫聞見方> 이외에도 <동의보감>과 <의학입문>에서 필요한 내용과 치료 처방들을 다수 채록하여 덧붙여 놓았기 때문이다. 또 이들 내용을 원문과 별개로 구분하거나 출전을 표기해 두지 않은 관계로 일일이 대조해 보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또한 오랜 세월을 지내오면서 일부가 落張되거나 缺文도 있을 뿐만 아니라 많은 분량의 본문을 정리하는 것만 해도 방대한 작업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다행이도 본 책의 권미에는 약물 명칭을 적은 ‘藥物目錄’이 3면에 걸쳐 실려있다. <(四醫)經驗方>에서는 ‘藥物名’이라 하여 ‘草, 木, 禽, 獸, 果, 菜……’ 등으로 나뉘어 권두에 실려 있는 부분인데, 이 책에서는 별도의 약재 분류 없이 권미에 일괄하여 약물 명칭에 한글 약명을 병기하여 나열하듯이 수록되어 있는 것이 다소 차이가 있다. 이런 몇 가지 특점을 고려해 볼 때 이 책이 우리에게 익숙한 <四醫經驗方>의 典範이 된 祖本이라는 것을 방증해 준다고 할 수 있다.
또한 여기에 실린 약재의 가지 수는 대략 200여 종 남짓한데 이것도 <四醫經驗方>에 실린 약물명이 300여 종으로 늘어난 것을 감안해 보면 두 책이 선후 관계로 이어진 동일 계통의 문헌임을 짐작할 수 있다. 아마도 <사의경험방>이나 <삼의일험방>, <산림경제> 의약 편과의 비교 연구를 통하여 훨씬 자세한 편찬 내력을 파악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이름 모를 초야의 의원이 손수 베껴 쓴 한 권의 경험방서, 그 안에서 우리는 희미하게나마 지난 세월을 흘러온 겨레의학의 위대한 발자취를 더듬어 볼 수 있다.

안상우answer@kiom.re.kr
한국한의학연구원 동의보감기념사업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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