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료실 밖의 한의사-조월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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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료실 밖의 한의사-조월태
  • 승인 2009.10.07 1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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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료실 밖의 한의사, 그들의 삶⑧

코리아남성합창단 테너 조월태 원장

“음악은 감동 전하는 가장 숭고한 행위라 믿는다”
설움 병마 등 사연 많은 사람들과 진솔한 소통 가능

공연 중 관객 때문에 눈물을 흘리는 바보 같은 합창단이 있다. 이 합창단은 화려한 무대가 아니라 해외동포들, 시골 작은 교회의 성도, 병마와 사투하는 환자들 앞에서 주로 노래하곤 한다.

이 합창단이 지난 1999년 3월에 창단한 ‘코리아남성합창단’이다. 코리아남성합창단 중에서도 유독 눈에 띠는 인물이 있다. 바로 단한의원 조월태 원장(45)이다. 조 원장은 코리아남성합창단에서 퍼스트테너와 시인으로 활동하고 있다. 조 원장을 만나 음악에 대한 애정과 그가 바라보는 세상과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본다.

조 원장을 만난 9월12일은 우연찮게도 KBS FM <배창복의 정다운 가곡 프로그램>에서 조 원장이 지은 ‘도둑고양이’가 가곡으로 만들어져 방송되는 날이었다. 자신이 창작한 시가 음악으로 돼 불러지는 기분은 어떨까? 조 원장은 “지난 2005년 코리아남성합창단에 의해 ‘노인과 바다(조월태 시/이순교 곡)’가 처음으로 관중들 앞에 선보였을 때 쑥스럽고 민망하기만 했지만 시가 노래가 됐을 때 그 감동은 몇 배가 되는 것을 느꼈다”며 “이제는 음악은 감동을 전하는 가장 숭고한 행위라고 믿게 됐다”고 소감을 밝혔다.

조 원장이 음악과 본격적인 인연을 맺은 것은 방황했던 재수시절 음악을 통해 희망의 메시지를 느꼈기 때문이다. 재수기간 동안 그는 서울 종로의 르네상스 뮤직홀을 현실 도피처로 삼고 음악만 들었다고 한다. 어느 순간 조 원장은 음악이 전하는 희망의 메시지를 통해 마음을 다시 잡고 원광대 한의대에 입학했다.
그 후 조 원장은 절망감에 빠진 사람들이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일을 해야겠다고 결심했다고 한다. 그가 제일 먼저 한 일은 합창단을 만드는 일이었다. 한의대생 가운데 클래식 애호가를 만나면 다짜고짜 합창단을 만들자고 끈질기게 권유했다.

원광대 한의대 남성4부합창단 창단
‘단아모’ 공식단장에 창립자 후원자
시창작 노래는 처방창안에 도움 커

조 원장의 이러한 노력 끝에 원광대 한의대 최초로 남성4부 합창단이 탄생했다. 처음엔 시행착오도 겪고 발성도 엉망이었다고 한다. 인력이 부족해 조 원장이 직접 지휘를 한 적도 많았다고 한다. 힘들었지만 조 원장에게 있어 한의대 재학시절 가장 즐거웠던 일 중에 하나다. 훗날 조 원장이 코리아남성합창단 창단에 함께 한 것도 음악에 대한 열정과 꿈을 저버릴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의 음악에 대한 열정은 훗날 ‘단아모’ 탄생으로까지 이어졌다. 단아모는 우주를 상징하는 단(丹)과 사랑을 의미하는 불어 ‘아모르’를 합친 말로 조 원장이 단아모 공식 단장이자 창립자이자 후원자다. 조 원장이 단아모를 후원하게 된 배경에는 우리나라 클래식 음악에 대한 척박한 현실에서 찾을 수 있다.
“요즘 젊고 유능한 음악가들이 공연을 할 수 있는 기회가 많지 않습니다. 그러다 보니 자연히 수입도 없고 경제적으로 어려워져 그들 스스로 음악을 포기하는 일까지 있습니다. 최소한 이들에게 공연만이라도 할 수 있는 기회를 줘야겠다고 생각에 단아모를 만들게 됐습니다.”
조 원장은 이 때문에 지금도 단아모 공연 때면 직접 지휘까지 하는 애정을 보이고 있다. 그의 이러한 애정과 헌신 때문인지 바리토너 이재형, 테너 민정기, 소프라노 박상영 등 국내정상급 성악가들이 지금도 단아모 회원으로 활동 중이다.

조 원장은 시를 쓰고 합창단 활동에 참여하는 것이 진료에 도움이 된다고 주장한다. “평소에 생각할 수 없던 생각들이 시를 쓰거나 노래를 하는 순간 생각나곤 합니다. 이러한 번뜩이는 생각이 병인(病因)에 대한 다양한 경우의 수를 생각하게 만들어 처방을 창안할 때 많은 도움이 됩니다. 개인적으로 한의사에게 이러한 부분은 진료에 필요한 기술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는 이러한 이유로 앞으로 성악가로서 은퇴시기인 75세까지는 무대에서 계속 노래를 하고 싶다고 한다. 그 이후에는 시집 출간과 한의학 이론을 양의학과 비교한 서적을 출판할 계획이다.
끝으로 조 원장은 “한의사는 세상과 함께 호흡하고 그 이치를 깨달아야 환자를 치료할 수 있다고 믿는다”며 “동료 한의사들도 좁은 진료실을 벗어나 자신이 좋아하는 일에 몰두하는 열정을 진료로 승화시키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취재후기>
조 원장 노래방 18번은 존 덴버와 플라시도 도밍고가 함께 부른 ‘Perhaps Love’다. 조 원장이 존 덴버 파트를 맡곤 한다. 그가 이 노래를 유독 좋아하는 이유는 자신의 꿈과 밀접한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조 원장은 “돈은 쓰면 없어지고 아무리 위대한 사람도 언젠가는 죽지만 시와 음악은 사람들이 계속 낭독하고 부르는 한 영원한 생명력을 가진다”며 “언젠가는 ‘Perhaps Love’나 시인정지용의 ‘향수’처럼 나의 시가 아름다운 노래로 남아 사람들에게 영원히 기억됐으면 하는 것이 꿈”이라고 말한다.
한의사이자 시인, 그리고 성악가로 누구보다 열정적인 삶을 살고 있는 조 원장. 언젠가 조 원장이 작사한 시가 국민가요로 실현되길 기대해 본다.

최진성 기자

캡션 1: 조월태 원장은 현재 한의사, 성악가, 시인으로 다양한 삶을 살고 있다.
캡션 2: 조 원장이 지난 4월 경기도 성남아트센터에서 열린 정기연주회에서 합창단원들과 함께 공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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