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성의 진료의 기술(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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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성의 진료의 기술(33)
  • 승인 2009.10.07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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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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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성의 진료의 기술(33)

진료는 원장이 연출하는 드라마

공감 표출은 환자 마음 획득에 효과 만점
안타까운 ‘척’ 하는 건 위선 아니라 성의
환자 호소 정리하면 자연스레 경청 증명

듣는 기술(4)
양방 진료에 비해 한의원 진료에서 대화가 차지하는 비중은 사뭇 큽니다. 그러므로 대화의 기술이 즉 진료의 기술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상대에게 좋은 느낌을 주는 대화를 하려면 말을 잘하는 것보다 잘 듣는 것이 더욱 중요합니다. 상대와 공감해야 하며, 자신이 상대의 말을 경청하고 있음을 적극적으로 표현하는, 적극적 경청을 해야 합니다. “한 번 말하고, 두 번 듣고, 세 번 맞장구를 쳐라”는 말을 꼭 기억하십시오.

공감의 표현은 환자의 마음을 얻는 데에 강력한 효과를 발휘합니다. “아, 많이 힘드셨겠네요. 다른 사람은 알아주지도 않지요. 아, 얼마나 고통스러우셨어요.” 이런 말 몇 마디에 환자는 눈물을 글썽거리기도 합니다. 특히 여성환자들에게는 성급히 해결책을 제시하려 들지 말고, 우선 그 환자의 감정에 공감하며 고개를 끄덕여 주는 것이 그 환자의 마음을 여는데 큰 역할을 합니다.

원장님들은 매일 접하는 환자들의 호소에 이미 마음이 둔감해져 환자의 고통에 시큰둥할 수도 있습니다. 설령 속마음이 그렇다 할지라도, 겉으로는 환자의 고통을 안타까워하는 ‘척’이라도 해야 합니다. 이는 위선이나 가식이 아니라 최소한의 성의입니다. 무표정하게, 마치 경찰관이 피의자 조서 작성하듯이 진료하지 않도록 마음의 고삐를 쥐어야 합니다.

환자가 원장님에게 애매한 표현을 쓰거나, 의미가 명확치 않은 설명을 할 때는 정확한 의미를 되묻는 것이 좋습니다. 그저 침묵하고 지레짐작하지는 마십시오. 예를 들어, 환자가 소화가 안 된다고 할 때, 환자의 말을 그대로 받아 그저 소화불량이라고 차팅하지 마시고, 정확하게 어떤 느낌의 증상인지를 환자에게 묻자는 것입니다.

저는 이런 식으로 묻습니다. “OOO님, 소화가 안 되는 느낌을 어떻게 느끼시나요? 환자 분들마다 소화가 안 된다는 느낌을 다 다르게 말씀하셔서요.” 따듯한 말투로 미소를 지으면서 이런 질문을 하면 환자들은 의외의 답을 내놓을 때가 많습니다. 그저 방귀가 많이 나오는 것, 설사가 나는 것, 또는 속이 쓰린 것도 다 소화가 안 된다는 말로 표현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의미를 확실히 하기 위해 환자에게 되묻는 것은 정확한 증상 파악에 도움이 되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원장님이 환자의 말을 주의 깊게 듣고 있다는 느낌을 전달하게 됩니다. 물론 이런 질문은 날카롭고 짜증스럽게 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합니다.

환자의 말이 마무리 될 즈음에는 환자의 말을 요약 정리해 주십시오. 이것은 원장님이 환자의 말을 진지하고 주의 깊게 들었음을 증명해 주는 강력한 기술입니다. “자, 제가 OOO님의 증상을 정확하게 이해했는지 확인해 주십시오. 그러니까 지금 제일 불편하신 것이 OOO이고, 이 증상이 OO부터 나타나기 시작한 것이군요. 그래서 그동안 이런저런 치료를 받으셨는데, 치료 받을 때 뿐이고 완전히 낫지는 못한 거구요….” 대략 이런 식으로 환자의 말을 요약해 주면 환자의 얼굴에는 ‘네, 맞습니다. 바로 그렇다고요!’ 라는 표정이 만들어 집니다.

원장님은 그간의 환자의 호소를 요약하는 이 말을 하면서, 표정과 말투를 통해서는 바로 다음과 같은 메시지를 전달해 주셔야 합니다. “그렇습니다. 제대로 잘 찾아오셨습니다. 그 문제를 해결해줄 사람이 바로 저입니다.” 진료는 한 편의 드라마라는 것을 기억하십시오.

이재성/
한의사, LK연구소 소장(lkmri.org)
전 MBC 라디오동의보감 진행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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