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고민하는 힘
상태바
서평-고민하는 힘
  • 승인 2009.10.07 11:0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webmaster@http://


고뇌하는 삶의 모습은 아름답다
나쓰메 소세키․막스 베버 축으로 시대정신 묘파

고민하는 힘
강상중 저. 사계절 출판사.

고민하는 것이 사는 것이고, 고민의 힘이 살아가는 힘이다. 진지한 성찰보다는 속도전에 휩쓸리고 있는 우리사회에 고민하는 삶의 가치를 되묻는다. 재일 한국인인 강상중 동경대 교수의 에세이집 <고민하는 힘>이 지닌 미덕이다. 일본에서 출간된 지 수개월 만에 백여만 부가 팔린 베스트셀러다. 중장년층과 대학생, 각종 언론으로부터도 열광적인 반응을 얻고 있다.

이 책은 나쓰메 소세키와 막스 베버를 실마리 삼아 고민하는 삶의 방법을 말한다. 100년 전에 활동한 나쓰메 소세키와 막스 베버가 살았던 제국주의 시대와 오늘날의 세계화 시대를 비교하면서 급격한 외부적 변화가 개인의 삶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쳐 개인은 점점 소외되고 고립되어 간다는 관점에서 두 시대가 유사하다고 주장한다.

또한 세계화라는 변화의 흐름에서 정작 개인들은 과거보다 행복한 삶을 누리기보다는 소외와 고립, 경제적 사회적 격차를 겪고 있다. 이러한 현실의 고민에서 어떻게 벗어나고 살아가야 하는지 아홉 가지 질문을 던진다. 몇 가지를 살펴보자.

‣나는 누구인가?= 근대 이후 비대해진 자아는 사회의 해체를 초래하기도 했다. 저자는 재일 한국인으로서 정체성 혼란을 느끼다가 자신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야 마침내 타자와 진지하게 마주함으로써 진정한 자아를 찾을 수 있다고 말한다. 자아는 타자와의 ‘상호 인정’에 의한 산물이다. 인정을 받기 위해서는 자기를 타자에 대해 던질 필요가 있다는 점이다. 또한 타자를 배제한 자아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나란 존재는 타인과의 관계에서 존재하므로 타인을 소중히 여겨야 한다는 것이다.

‣제대로 안다는 것은 무엇일까?= 정보의 바다 속에 살다 보니 현대인들은 스스로 많이 알고 있다고 생각한다. 정보를 지성으로 착각하지 말라고 한다. 현대사회에 정보와 지식은 엄청난 속도와 양으로 생산되고 유통되고 있지만 그 정보의 질은 인간 중심적이고 단편적인 것에 불과하다. 왜 제대로 아는 것이 중요한가? 잘못된 지식은 사회를 엄청난 위기로 몰아간다. 정보에만 밝은 젊은이는 통찰력이 부족해 세상을 제대로 바라보지 못하기 때문이다.

‣무엇을 위해 일을 하는가? = 일을 하는 이유 가운데 가장 큰 이유는 먹고 살기 위해서라고 한다. 그런데 먹고 살 수 있는 여유가 있다면 일을 하지 않게 될까? 저자는 먹고 사는 문제가 해결되더라도 일을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왜냐하면 노동은 사회 속에서 자신의 존재를 인정 받는 수단이며 자기 답게 살아가고 사회 속에서 살고 있다는 것을 느끼기 위해 필요하기 때문이다. 저자는 “사람은 왜 일을 해야 하는가”라는 물음에“타자에 대한 배려”라고 말한다. 여기에는 자신만의 답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왜 죽어서는 안되는 것일까?= 최근 들어 일본과 우리나라에서도 무차별적인 살인과 자살이 늘어나는 이유는 살아갈 의미를 제대로 찾지 못하기 때문이다. ‘자유와 자아로 가득 찬 현대’를 살아가는 대가로 고립감과 단절감을 느끼게 된다. 저자는 살기 위해서 타인과의 관계에 대해 고민할 것을 권한다. 타자를 인정하고 타자에게 인정 받음으로써 갇혀있는 자아가 아니라 독립적이면서도 타자와 연결된 자아를 찾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

‣늙어서 최강이 되라= 저자는 노인의 힘은 사회를 ‘교란하는 힘’이라고 규정하며 이 힘을 통해 효율성과 유용성만을 중시하는 사회 전체를 바꿀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노인이 되는 것에는 선택의 여지가 없으므로 늙지 않는 것을 꿈꾸지 말고 늙으면서 얻는 가치를 이용하라. 죽음을 받아들일 수 있는 힘이 노인의 힘이다. 고로 노인의 힘으로 제2의 인생에 도전하라고 주장한다. 제2의 인생은 좀 더 뻔뻔하게 살 수 있는 기회이므로 요즘 노인들에겐 오히려 행복이라고 주장한다. 조금만 힘들면 잘 참지 못하는 세상이다. 하지만 진정한 문제는 밑바닥을 치는 고민을 통해 해결된다. 어쩌면 삶은 고민의 연속이다. 고민이 골치 아프지만 큰 고민은 위대한 역사를 만든다. 자신이 정말로 하고 싶은 일을 하는 최강의 노년을 살라는 것이 저자의 충고다. 요즘 경기가 힘들지만 젊은 한의사들도 더 크게 고민했으면 한다. 이런 새로운 파괴력이 없으면 우리의 미래도 밝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김진돈/ 운제당한의원장, 송파문인협회장

091007-문화-서평-강상중-고민하는힘-김진돈.txt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