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의서산책431-石澗集①
상태바
고의서산책431-石澗集①
  • 승인 2009.09.25 13:0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webmaster@http://


고의서산책 431 石澗集①

탕액편의 源流가 된 鄕藥單方

편차 수록내용 기존 경험방과 달라
식치방 향약 이용한 단방 위주 기술
<동의보감> 편찬에 일정 부분 영향

<이석간 경험방>의 존재에 대해 필자는 본고(286회 세월의 돌 틈을 흘러온 경험의술, 이석간경험방)와 산청한의학박물관 도록(2007)의 고전적 상세해제에서 소개한 바 있다. 그런데 정작 우리는 이석간이라는 인물에 대해선 잘 알고 있지 못하였다. 그간 <四醫經驗方>이나 <三意一驗方>의 공동 저자로서만 등장할 뿐 행적이 자세히 밝혀진 바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조선 중기의 명의 4분의 존함이 등장하는 여러 이종 사본 류에 대한 갖가지 소개 글마다 추정에 따라 서로 다른 이야기가 실리게 되었다.

오늘 소개할 <石澗集>도 <이석간경험방>의 異寫本이라 할 수 있다. 표지 서명은 ‘이석간경험방’, 목록에는 ‘석간집’이라는 서제가 붙어있고 본문 마지막에는 ‘李石澗集 終’이라 쓰여 있다. 그런데 이 사본은 기존에 알려진 경험방과는 편차와 수록내용이 사뭇 다르다. 전체 115개 항목의 병증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飮食類, 修養方, 食忌方으로부터 시작하여 治久瘡成蟲及肌膚腐壞法, 治肉腫及瘀血槐花酒에 이르기까지 많은 병증치법이 망라되어 있다. 또 권미에 붙어있는 부록에는 麻黑散, 槐子方, 千金地仙方 등 50조의 방문이 채록되어 있는데, 거의가 장복하여 건강을 도모하거나 일상에서 쉽게 구하여 써볼 수 있는 것들로 이뤄졌다.

기존에 알려진 책들이 頭面眼耳로 시작하는 부위 별 병증 항목으로 시작하거나 胞衣不下, 胎死腹中 등 부인과 질환으로부터 시작한데 비하여, 이 책은 우선 飮食과 食忌, 婦人養胎方으로부터 시작하여 구성도 다르거니와 내용에 있어서도 주로 食治方과 鄕藥을 이용한 단방, 간이방 위주로 기술되어 있고, 침구치법은 상대적으로 많지 않다. 따라서 이러한 사실은 그동안 이석간이 침구명의로만 알려진 것과 다소 다른 면모로, <四醫經驗方>의 수록내용이나 鍼醫 許任과 함께 거명되는데 따른 피상적인 인상이 짙었던 때문으로 보인다.

본문 중 많은 부분에 걸쳐 약명 아래 한글로 적은 향약명이 기재되어 있어, 이 책이 의업에 종사하는 전문의원이나 문자지식을 갖춘 사대부층만을 위한 것이기보다는 좀 더 대중적인 수요를 고려하여 민초들을 위하여 작성된 것임을 짐작할 수 있다. 예컨대, 한글로 된 향약명 가운데 夜鳴鳥(옷밤이), 冬麻子(돌삼ㅄㅣ), 雄黃(셕유황), (나화), 蕪菁汁(쉰무우나박딤 ), (굼벙이) 등과 같은 것들이다. 특히 이중 (나화)의 경우, <훈몽자회>의 표기법과 유사한데, 나화는 수제비의 고어 표기로 알려져 왔다. 그런데 다른 한 곳에서는 이라 적고 ‘슈쥬비’란 한글명이 달려 있어 서로 다른 음식이었음을 분명히 알 수 있다.

간혹 세부적인 기술을 한글로 쓴 경우도 보이는데, 원작인지 후대 필사자가 가필한 부분인지 확언하기 어려우나 표기법만큼은 상당히 오래 전 것으로 보인다. 본문은 병증항목 별로 모아져 있으나 그 아래 여러 가지 치료법과 상세 병증에 대한 치방이 중간중간 白圈點으로 나뉘어 열거되어 있는데 대개 간단하고 평이하게 기술되어 있다. 때에 따라 자세한 설명이 필요한 부분은 2줄로 쓴 작은 글씨의 주석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또 다른 치방을 기록하거나 비슷한 증상에 사용하는 다른 문헌의 치법을 채록해 놓은 경우이다. 위의 경우 ‘聞見方’이나 ‘成方’이라 기재한 약서명이 보이는데, ‘동의문견방’이나 ‘향약집성방’에서 채록하여 기재한 것이 아닌가 싶다.

이 책은 <동의보감>이 나오기 이전 향약 전승 경험이 다수 수록되어 있어 <의림촬요>와 함께 조선 중기의 향약의약 전통을 살펴볼 수 있는 좋은 자료가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저자의 활동연대 규명에 따라 이 책에 적힌 내용은 <동의보감>의 편찬에도 일정 부분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도 있어 향후 심도 깊은 연구가 필요하리라 보인다. 다음 호에서 저자 이석간에 대해 좀 더 살펴보기로 하자.

안 상 우answer@kiom.re.kr
한국한의학연구원 동의보감기념사업단

090921-기획-고의서산책-이석간-석간집-안상우.txt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