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과학, 한의사도 공부하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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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과학, 한의사도 공부하자-상
  • 승인 2009.09.25 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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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과학, 한의사도 공부하자<상>

인터뷰/ 한창호 동국대 한의대 내과 교수

“한의학 원리 창의적인 발전 위해라도 양방지식 필요하다”
한양방 상호보완적 관계…한의계의 열린자세 절실

3차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가 도입되면서 한의학계는 기대보다 두려움이 앞서는 분위기다. 올해 7월 고시가 이뤄졌고 임상 적용은 내년부터다. 시간은 아직 남아있지만 한의학 변증이 아닌 현대 질병분류로 진단에 나서야 하기 때문에 준비가 덜된 한의사들은 곤혹스러울 수도 있다.
물론 한의학 병증에 해당하는 U코드가 있다. 하지만 국가 통계에 한의학적 진단·치료 내용을 편입시키기 위한 KCD 도입의 목적을 감안한다면, 한의사들은 U코드 이외 코드를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 이제 한의사들은 원하든 원치 않든 서양의학을 배워야 하는 상황에 놓인 것이다.
KCD 개정안 작업에 주도적 역할을 해왔던 한창호 동국대 한의대 교수(내과)는 서양의학을 공부해야 하는 이유를 “사회적 언어로서도 필요하고 보편적인 의학의 지식체계를 이해하는 것도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게다가 한의학 자체적인 원리를 창의적으로 발전시키거나 한 차원 더 높게 이해하려 할 때도 서양의학적 지식은 상당 부분 알고 있어야 도움이 된다”고 강조했다.

양방적 지식이 한의학 이해 방해한다는 지적 동의 못해
한양방 한쪽만 옳을 수 없으니 서로 배타적이어선 안돼
<해리슨 내과학> <세실> 등이 개원의에게 좋은 참고서

신체의 생리적 매커니즘을 잘 이해하기 위해서는 한의사로서 한의학에 대한 지식과 이해를 바탕에 깔고, 거기에 유익한 도구로서 사용할 수 있는 양방적 지식이 덧붙여져야 한다는 한 교수는 양방적 지식이 한의학에 대한 이해를 방해한다는 지적에는 동의할 수 없다는 의견이다. 그는 예를 하나 들었다.
“한글이라는 프로그램과 MS워드라는 두 문서프로그램이 있는데, 한 프로그램을 무조건 배우지 말아야 다른 쪽 프로그램을 더 잘 알 수 있게 되는 건 아닙니다. 한쪽 프로그램의 구조와 기능키의 특성 등을 알고 이해할 때, 다른 프로그램을 더 보완할 수 있게 되겠지요.”
현대의학의 주류 개념들을 이해하지 않고 몰라야 한의학을 더 잘 안다는 것은 논리적인 비약이 있다며 “폭 넓게 사회적인 시각에서 봤을 때도 의료가 하나의 제도이자 문화, 또 사회의 한 형태인데 한의학은 독립적으로 존재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의료의 존립 기반을 잘못 이해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예를 들어 한의학의 기본원리 중 하나인 음양에 대해서도 “스스로 눈과 귀를 닫고 음양이 가지고 있는 본래의 의미만 추구해서 한순간 깨달음을 얻겠다는 방식은 본인은 그 경지에 이를 수 있겠지만 다른 시각에서 그것을 보는 많은 사람을 이해시키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역설했다.
현대의학과 한의학이 서로 보완적인 관계에 있다고 보는 그는 “한의학이 현대에 와선 마치 왜곡된 것처럼 보이는데 왜곡되게 보인다는 것이 양방의사들이 말하는 것처럼 틀렸다거나 무의미한 것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어떤 화살이 늘 과녁 정중앙에서 옆으로 1cm 빗맞힌다면, 그러한 특성을 이용해 오히려 항상 10점을 맞는 게 가능해 지듯, 한의학의 특성을 잘 고려한다면 훨씬 더 이용가치가 많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서로 상호보완적인 측면이 있어 어느 한 쪽의 공부도 소홀할 수 없다고 당부하는 그는 두 영역이 서로 배타적이어선 안 된다고 주장한다. 어느 한쪽도 옳다고 말할 수 없는 이유로 “불면증 환자의 경우, 어떤 환자는 양방 수면유도제를 먹으면 잠이 든다. 또 다른 사람은 수면제보다 산조인을 달여주면 불면증이 개선된다. 한방 처방이 듣는 사람이 있는 반면 양방 처방이 잘 듣는 사람이 있다. 사람의 신체란 그만큼 이상하고 신비롭다”고 설명했다. 즉, 사람에게 일어나는 현상들이 지금 현대의학적인 설명으로 다 들어맞지 않고, 또 어떨 땐 한의학적으로 들어맞지 않을 때가 있기 때문에 두 학문을 모두 알고 또 이해하는 것이 실제 ‘인간’을 이해하고 ‘질병’을 치료하는데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다만 양쪽 학문을 공부하다 보면 상호보완적인 관계가 아닌 한쪽이 다른 한쪽을 압도하게 되는 경우가 생길 우려도 있다. 한 교수는 초기에는 그런 혼란이 있을 수 있다며 “어떤 연구에서 보면 아이들이 여러 가지 언어를 동시에 접하면 처음에는 어순과 낱말을 여러 언어와 섞어 사용하는 등 혼란을 보이지만, 시간이 지나면 서로를 분리해서 알게 되더라”며 “내 경우도 초기에만 혼란을 겪었다. 혼란스러움은 양쪽을 덜 이해했을 때 생기는 것 같다”고 털어놨다.
그렇다면 교육은 어떻게 해야 하는가? 대학에서 양방교육을 강화할 필요가 있느냐는 질문에 한 교수는 양방교육의 비율은 현재로도 충분하다고 답했다. 문제는 질인데, 의대 교수가 한의대생들과 맞지 않는 수준의 교육내용으로 수업을 진행하면 학생들이 따라가기 힘들 수 있으니 학교 측의 배려도 필요하겠지만, 무엇보다 학생들 스스로 공부하려는 의지를 기를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한 교수는 또한 개원의의 경우 개요와 핵심 포인트가 명확한 서양의학 관련 자습서를 본 뒤 서양 내과학의 교과서로 불리는 <해리슨 내과학> <세실> 등을 공부하라며 “임상에서 자주 접하는 주요 증상들과 그 증상을 일으킬 수 있는 질병들, 그리고 심각한 중병을 중심으로 시작해 하나씩 이해해 나가면 내과학 정복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역설했다.

이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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