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이디오피아 의료봉사 참가기(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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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이디오피아 의료봉사 참가기(中)
  • 승인 2003.04.04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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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즈 천국에 피운 의술 코리아

Global Hotel에 짐을 풀자마자 바로 진료준비를 위해 블랙라이언병원으로 향했다. 진료 준비는 거의 되어 있지 않은 상태였다. 한방진료에 적합한 위치로 침대와 진료대를 배치했다. 병원장은 현지인이 맡고 있었으며, 한국의 유민철 박사님이 25년 전부터 진료하고 있는 곳으로 현지에서는 한국의 슈바이처로 통한다 한다.

진료 준비를 끝내놓고 저녁엔 다시 레인보우 서울식당에서 대사관과 교민회 주관으로 제56주년 광복절 기념식 및 의료봉사단 환영 만찬을 가졌다. 대사관 직원과 교민, 그리고 KOMSTA 단원과 KOICA 봉사단이 모두 한자리에 모여 머나먼 아프리카에서 만세삼창을 하니 한국이라는 나라가 무척 자랑스러워 가슴이 뭉클해진다.

진료 첫째날(8월 15일)
날씨는 궂은데 사람들은 꾸역꾸역 모여들었고, 진료 시작시간이 다가오면서 점점더 장사진을 이루고 있다. 필자가 속한 진료실은 진선두 원장님과 약침시술 진료실로 꾸며졌다. 약침을 미리 주입기에 뽑아놓는 준비를 하느라 진료 시작전부터 전쟁터가 되었다. 모든 인원이 달라붙어야 할 판이다.

첫 환자와 대면을 했는데 약간의 설레임과 긴장은 왜 일까. 통역을 통하는데 이게 장난이 아니다. Amharic어를 영어로 통역을 하고 영어를 다시 한국어로 통역을 하는 이중적이고 소모적인 시스템으로 운영을 해야 한다. 시간이 무한정 걸린다. 할 수 없지만 필자의 짧은 영어 실력으로 부딪쳐 보는 수밖에.

환자들의 상태는 정말 다양했다.

에이즈 환자는 눈으로 보아도 표가 나는 사람이 많았다.

특히 내가 본 천식환자 중에 에이즈 환자는 정말 많았다. 국가 공식통계는 전국민의 40-50% 가 에이즈 환자라고 하지만 이번 봉사 활동 중에 나타난 환자를 보면 60-70%는 되는 것 같았다. 그리고 의외로 결핵 환자도 많다.

이번 봉사활동 중에 약침이 대단한 역할을 할 줄은 몰랐지만 실지로 역할이 상당했다는 점에서 자부심을 느낀다. 한 예로 둘째날 50대 여자인데 몸무게가 거의 30kg 정도로 밖에 보이지 않고, 천식은 40년을 앓았고, 먹지를 못했는지 피골이 상접해 있는 환자였다. 처치할 수 있는 방법은 한계가 있고… 할 수 없이 자하거 약침으로 천식치료혈에 주입을 하고 윤제로 자윤해 주고 그리고 자하거를 먹였다. 증상이 너무 심해 2일 뒤에 다시 오라고 했다.

그런데 이게 왠 일인가. 환자의 얼굴에 화색이 도는게 아닌가. 그리고 그렇게 심한 천식도 거짓말 같이 멈추어 있었다. 옆에 있던 약침학회 손 사무장이 깜짝 놀란다. 자하거 약침이 이렇게 좋을 줄은 미처 몰랐다고….

평생을 두고 이렇게 다양하고 오래된 천식환자는 다시는 보지 못할 정도로 많이 봤다. 공통적인 증상은 중부혈 부근의 통증과 배부동통이 겸해있고, 콧물이 나오고 기침이 주로 야간에 심하다. 한번 천식을 시작하면 연속적으로 한다. 그래서인지 밤에 잠을 자지 못한다고 호소를 한다. 맥은 세약하고, 심한 경우는 중이염도 동반을 많이 하고, 眼痛도 동반한다.

유민철 박사님도 천식 치료에 상당한 관심을 가지셨다. 약침으로 어떻게 천식을 치료하는지 상세하게 질문을 했고, 이디오피아에서는 치료법이 한계가 있다면서, 그리고 천식은 이디오피아에서는 풍토병과 같다고 했다.

진료 둘째날(8월 16일)
전주 우석대 이광규 교수님과 김부환 원장님이 에티오피아의 약품과 식품에 관한 연구 및 질병치료를 위한 임상실험을 하는 Ethiopian Health and Nutrition Research Institute 에서 한방세미나를 개최했다. 에티오피아에도 자생하는 약용식물에 관하여 많은 연구를 하고 있다고 한다. 세미나에 대한 관심은 상당하여 연구소 연구원 40여 명이 강의실을 마칠 때까지 앉아 경청했고, 한의학과 장래 대체의학에 관한 질문도 많이 하였으며, 지속적으로 연구 교류를 원하였다고 하니 협회나 복지부에서 관심을 가질 만 하지 않는가?

이날은 필자에게는 상당히 고통스런 날이었다. 고소증이 나타나서일까. 머리는 깨질 듯이 아프고, 속은 메슥거리기 시작했다. 그런 와중에서도 혼자서 80여명의 환자를 보고 나니 마음이 가벼워 선지 진료가 끝날 때쯤에는 머리 아픈 것도 많이 호전이 되었다.

저녁에는 정부가 운영하는 기욘호텔에서 에티오피아 보건부 차관이 제공하는 식사 초대가 있었다. 우리 봉사단이 도착하는 그 날부터 현지 TV를 비롯한 언론들의 대대적인 홍보로 인해 환자들이 밀려오니 아마 보건부 차관도 기분이 좋았을 것이다. 김창수 한국 대사도 참석했다.

모두들 숙소로 돌아오는 차안에서 내일의 진료에 대해 이야기하다 어린아이에 대해서는 티켓이 없더라도 그냥 진료를 보자는 의견이 나왔다. 모두들 찬성했지만 현지의 사정으로 끝까지 실천이 되지 못한 점이 못내 아쉽다. 대사관 직원이 현지인 중 누구는 해주고 누구는 해주지 않으면, 상황은 겉잡을 수 없게 되니 아쉽지만 포기하자고 종용 했다.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 판단되어 포기는 했지만 아쉬움은 많이 남았다.

<계속>

강대인 (강대인한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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