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의료 강화(3)- 한의학의 위기, 그 원인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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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의료 강화(3)- 한의학의 위기, 그 원인은 무엇인가?
  • 승인 2009.09.18 1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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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경

이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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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글에서는 한의계 위기의 원인에 대한 현상적 접근이 아닌 수요와 공급, 의료환경의 변화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해 보고 본질적 원인이 무엇인지 규명해 보고자 한다.

1. 한의약 환경변화의 동인

1) 수요 측면의 변화

⊙ 인구 구조
저출산·인구 고령화가 의료환경에 미친 영향을 보면 노인은 비 노인에 비해 진료비 지출이 2.4배 이상 높아 국민 의료비 상승이 불가피하다. 급성병상에서 요양병상 수요가, 건강 증진·예방·재활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는 등 의료수요의 변화가 나타난다. 또한 불임, 노인성질환, 정신질환, 간병 등 수요도 증가한다.

⊙ 질병양상
암, 당뇨, 혀혈성 심장질환, 호흡기계 질환, 만성통증 관련 질환 : 지속적 증가 추세
뇌혈관계 질환 : 발병 증가세이나 사망률은 감소세, 장기 치료 및 요양환자 증가
감염성 질환 : 지속적 감소 추세

⊙ 의학적 요구
자가 건강관리와 질병관리의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건강한 생활습관에 대한 요구가 높아지고 스스로 질병을 관리할 수 있는 지식 습득 추구와 관련 건강관리산업이 확대되는 결과를 초래한다.

⊙ 국민의 기대 수준 상승
경제 발전과 소득 증가에 따라 건강에 대한 관심이 늘고 의료 요구가 다양화된다. 교육 수준과 의학지식에 대한 접근성의 향상으로 의료지식이 풍부해 진다. 그 결과 의료에 대한 알 권리, 의료행위에 대한 참여의식 증대와 수동적 환자에서 능동적 소비자로 변하고 있다. 이는 한의약의 유효성 안전성에 대한 문제제기로 구체화된다.

⊙ 한의약을 접해보지 못한 연령층 증가
2008년 한방의료 이용실태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젊은 층으로 갈수록 한방치료 경험비율이 떨어진다. 한방의료 기피층은 20대 사무관리층에서 많이 나타나고 주 환자층은 노인층이다. 이는 신세대에 대한 지속적인 수요 창출이 없으면 한의약의 미래가 어둡다는 것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2) 공급측면의 변화

⊙ 의학기술의 발달
의학지식 발전 속도는 매우 빠르다. 이는 의료 현실에 다양한 영향을 미친다. 의료계 전반에 증거중심주의 의학에 대한 요구를 높이고 최신 검사기기에 대한 막연한 믿음과 더불어 소위 과학적 증거라고 불리는 evidence에 취약한 한의약의 최대 약점으로 작용하고 있다.

⊙ 의사인력의 양적 변화
한의사 수는 2020년에 2만4천명, 2030년에는 3만명에 도달할 예정이고 의사 수는 2020년에 13만4천명에 도달할 예정이다. 이는 의료기관 및 의사 간 경쟁으로 이어져 상호 대립적 관계 형성의 원인이 되고 있다.

⊙ 다양한 직종의 등장
의료제도와 의학기술 발전에 따라 다양한 전문분야와 직종이 등장하고 있다. 관리 및 행정분야의 중요성이 커지고 네트워크 병원이나 전문 병원관리 회사가 증가한다. 건강 관련 시장이 확대되고 의료와 비의료의 경계가 무너지면서 유사 의료인들이 대거 등장하고 있다. 이는 의료인들의 전문주의를 약화시켜 의료인이 전문 경영인에게 고용되거나 유사 의료인 양산을 부추길 수 있다. 이번 의료법 개정은 이런 추세를 가속화할 것이다.

3) 사회적 변화

⊙ 재정압력
고령화가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의료비 지출에 대한 통제기전이 약해 의료비 지출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현재 국민의료비가 GDP의 6.8%로 OECD 평균보다 낮으나 곧 높아질 전망이다. 재정 압력은 바로 의료비 통제로 이어진다. 현재는 개별 의료기관에 대한 수가규제이나 곧 수가제 개편, 공급자 규제 등 적극적 의료비 통제방안이 마련될 가능성이 높다. 또한 필수적 의료를 제외한 보안대체적 의료에 대한 지출을 줄일 가능성이 높다. 물론 의료가 양극화되면서 고가의 비급여 영역은 확대될 가능성이 높으나 한의약이 주로 담당해 왔던 통증 감소, 불편감 해소, 일상적 건강관리 영역 등은 축소될 가능성이 높다.

⊙ 보건의료시스템의 영리화
보건의료시스템은 전반적으로 영리화의 길을 걷고 있다. 의료 공급자에게는 학문적 진료보다 지속적인 자본 투자와 틈새시장 개척 등 자영업자의 모습이 강요된다. 이는 의료 전문주의 약화와 맞물려 의료시스템에서의 역할 축소 및 수익 양극화로 나타난다. 한의계의 경우 기존 시스템 해체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 외국 보완대체의료의 개방화 압력
중의약 등 외국의 보안대체의료 성장 또한 한의약을 둘러싼 시련 중 하나다. 우리의 경우 한의약이 서양의학의 보안대체적 역할을 해왔으나 한의약을 보안대체할 기술들이 외국에서 역수입되고 있다. 현재는 직접적 개방보다 기술과 약물 위주이나 일단 시장이 열리면 의료인의 개방도 가능하다.

2. 한의계 위기론의 본질

1) 영리적 경쟁 심화 및 대형병원
위주 재편

대형 병원 위주의 재편, 1차의료기관 간 경쟁 심화, 의료기관 간 출혈경쟁으로 한의약을 둘러싼 경영환경이 악화되는 게 위기의 근본 원인이다. 빅4 병원의 지방환자 비율이 2008년 48.5%로 절반에 달하고, 암 진료 역시 빅4 병원이 독점하고 있다.

대형 병원들은 1차의료기관인 의원급들과 경쟁하며 외래 수입비중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반면 한방은 오히려 감소하고 있다. 빅4 병원에서 많이 보는 질환 두 번째와 세 번째가 각각 당뇨와 고혈압 다섯 번째는 감기로 나타나 1차의료기관의 외래환자들까지 대형 병원이 싹쓸이 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의료기관들은 무한경쟁을 강요받고 있다. 수도권 대형 병원은 1000베드 수준의 병상 확보 계획을 밝히고 시설투자에 돌입했다. 이는 의원급에도 영향을 미쳐 작년 의협 조사에 따르면 의원 개원비용이 5억8천만원 수준이다. 한방의료기관 역시 대규모 시설 투자나 기기 도입, 고가의 인테리어 없이 개원하기 어려운 추세인 것이다.

대형 병원은 빅4 병원을 중심으로 고급화 등 규모 경쟁을 선도하고 있다. 중소 병원은 심각한 경영난과 의료의 질 저하로 인력난 및 자금난에 시달리고 영리적 경영 및 전문병원 등 특화에 대한 압박을 받고 있다. 의원급들은 대형 병원, 중소 병원과 같은 환자를 두고 경쟁하면서 경영난의 직격탄을 맡고 있으며 네트워크화/대형화의 압박을 받고 있다.

2) 보완대체 시장의 성장

국민의 지식 수준이 향상되면서 의학적 요구의 내용이 바뀌는 등 한방 친화적 인구 구조가 변화하고 있다. 이러한 요구에 부응하여 한의약 보완대체 시장의 성장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건기식, 한방화장품 등 한약 관련 시장의 성장과 각종 유사의료행위 확대가 그것으로 의료와 건강 관리 영역의 중복, 의료인의 전문주의 약화, 의사의 주도권 상실 등을 낳고 있다.

3) 공적체계 내 진입 못한 상황

한의약의 공적 체계 진입은 미미한 수준이다. 재정적 측면에서는 치료의 핵심인 한약이 급여되지 못하고 건강보험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낮고 공급 측면에서는 공공의료기관으로 진입이 거의 없이 95% 이상의 한의사가 민간의료기관을 개원하고 있다.

한의약 신뢰도 부족 또한 공적영역의 미비로 야기된 바가 크다. 의료에서는 공적 영역이 가장 안정적 토대가 되고 토대가 굳건해야 비급여시장도 활성화될 수 있다. 비급여 위주의 진료를 하는 것으로 보이는 대형병원/영리병원 모두 공적 체계를 120% 활용하고 있다.

그 외에도 새로운 기술 개발, 표준화, 체계화 부족도 있으나 이 역시 공공영역의 활성화와 공적 자본이 필요한 것으로 중의약의 사례가 증명한다. 또한 공적 투자, 공공영역 확대는 개인적 노력, 한의계만의 노력에 비해 훨씬 효과적이고 파급력도 크다. 한방이 공공영역에서 이룬 것은 건강보험 포함과 공중보건한의사 제도에 불과하다. 이 정도 변화가 실제 한의약에 미친 영향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개별적, 내부적 노력을 통해 달성할 과제도 있으나 집단적 노력을 통한 공적 영역의 확대야말로 한의계가 우선순위 1위로 노력해야 할 분야이다.

이은경 참의료 실현을 위한 청년한의사회 정책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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