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VD] 핸드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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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VD] 핸드폰
  • 승인 2009.09.18 1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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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 김한민
출연 : 박용우, 엄태웅, 박솔미

생활필수품이 폭력의 무기로 돌변한다면?
스릴러 장르에 충실한 연출력 높이 살만

1994년에 상영된 영화 <게임의 법칙>의 마지막 부분에 박중훈이 무전기 같은 핸드폰을 들고 “이거 핸드폰이야. 걸으면서 전화하고 있어. 하하하”라는 대사가 나온다. 핸드폰이라는 말 자체도 꽤나 낯설던 그 시대에 핸드폰이 갖는 포스가 어느 정도였는지 알 수 있는 명대사였는데 지금 나오는 영화 속에서 이런 대사를 한다면 아마 원시인 취급 받기 십상일 것이다. 이 정도로 현재 우리 사회에서 핸드폰은 권위보다는 필수품으로 인식되면서 예전의 수첩을 대신하는 멀티미디어 수첩으로써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하지만 문명의 이기는 인간의 기억력을 퇴보시키면서 어느 순간 엄청난 일을 초래하는 결과를 낳기도 한다. 그로 인해 핸드폰을 잃어버리는 순간 개인적 네트워크는 무너지고 만다. 전화번호는 저장해 놓는 것이지, 기억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만약 지금 핸드폰을 잃어버렸다면 당신에게는 어떤 상황이 발생할까? 영화 <핸드폰>은 바로 이러한 상황에서 시작한다.
여배우 진아의 매니저인 승민(엄태웅)은 억대 CF계약을 목전에 두고 진아의 섹스 동영상을 갖고 있다는 남자친구 윤호(김남길)의 협박을 받는다. 윤호는 승민의 핸드폰에 문제의 동영상을 전송하고, 돈을 요구한다. 하지만 승민은 동영상이 저장된 핸드폰을 실수로 잃어버리고 패닉 상태에 빠진다. 대형마트에서 일하는 이규(박용우)는 승민의 핸드폰을 습득하지만 쉽게 되돌려 주지 않고, 오히려 승민에게 세 가지 조건을 내건다.
<극락도 살인사건>으로 독특한 스릴러 영화를 선보였던 김한민 감독의 두 번째 작품인 <핸드폰>은 아주 사소한 일이 일파만파로 커져 엄청난 결과를 낳게 된다는 다소 과장된 듯하지만 요즘 같은 세상에서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소름 끼치는 현실을 반영하고 있다. 또한 익명의 사람으로부터 무차별적으로 당하는 공격이 주는 공포감이 어떠한가를 보여주면서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했던 생활의 일부를 반성하도록 한다.

<핸드폰>은 평소 우리에게 없어서는 안 될 만큼 편리한 핸드폰이 어느 순간 보이지 않는 폭력의 무기가 되어 돌아올 수 있다는 발상이 돋보이지만 너무나 극단적으로 치닫는 결말은 관객들에게 불친절하면서 억지스러운 면이 있다. 하지만 박용우와 엄태웅의 명연기와 서서히 긴장감을 부여하면서 스릴러 장르에 충실한 연출력은 높이 살만하다. 김한민 감독 등 유명인들의 까메오 출연은 영화에 양념 역할을 하면서 재미를 더한다. 자신의 핸드폰에 저장되어 있는 중요한 자료는 꼭 백업을 해놓고, 쓸데없는 자료는 꼭 삭제하고, 잃어버리지 않게 잘 간수하는 것이 좋다는 교훈을 <핸드폰>은 관객들에게 각인시키고 있다.

황보성진(영화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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