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대담/민족의학신문 20주년 회고와 나아갈 방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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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대담/민족의학신문 20주년 회고와 나아갈 방향
  • 승인 2009.09.12 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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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의 비판적 기능은 투수의 견제구와 같다”
“치열하게 토론하고 논쟁하는 장을 제공하겠다”

특별대담/ 민족의학신문 20주년 회고와 나아갈 방향
일시: 2009년 9월 8일
장소: 민족의학신문 회의실

임 회장 “당위성 확보 후 나은 방향 위해 비판” 다짐
천 회장 “날마다 혁신 매일 거듭나는 매체 되길” 당부

발행인은 신문의 조타수다. 전통을 바탕으로 자기 색깔을 입힌다. 발행인에게는 냉철한 이성과 따스한 가슴이 요구된다. 불가능한 꿈을 가슴에 간직한 채 철저히 현실을 추종하기 때문이다. 든든한 배짱과 감각은 필수도구다. 바람 잘날 없는 게 언론의 속성이고, 언론은 항상 순발력과 예민한 촉수를 원한다.
임철홍 회장이 9월1일자로 민족의학신문 발행인에 취임했다. 올해 성년식을 치룬 본지의 지난 20년을 돌아보고 앞으로 나아갈 방향에 대해 임철홍 회장과 천병태 전 회장이 대담을 나눴다. 사회는 강근주 편집국장이 맡았다.

사회: 우선 민족의학신문의 20년 공과를 짚어보자.

천병태(이하 천): 한의계 내부 개혁을 통해 외연을 확장하고, 이를 바탕으로 공공의료 확대 등 제도를 개선해 한의학을 국민에게 돌려주자는 변화를 일으킨 것이 민족의학신문의 가장 큰 성과다.

임철홍(이하 임): 동감이다. 다소 부족함 면이 없지 않겠지만 지적할 만큼 큰 과오는 없었다.

사회: 어느 신문이나 외부 비판은 쏟아지게 마련이다. 외부 비판 가운데 뼈아픈 대목은 없나.

천: 나름대로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려 열심히 노력했지만 독자의 평가는 냉정하더라. 지나가는 말이었지만 “그것도 신문이냐”는 얘기를 들었을 때 가슴에 피눈물이 흘렀다. 그런 질책 덕분에 오기를 품고 신문을 잘 만들려고 발버둥 치게 되니 역시 좋은 약은 쓴 모양이다. 더러 특정집단만 대변한다는 지적이 있는데, 이는 분명 오해다. 발행인으로 있던 6년 간 다양한 의견을 신문에 반영해 왔다.

임: 다양함은 목적을 이루기 위한 수단에 불과하지, 그 자체가 목적이 될 수 없다. 한의계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다양한 구성원들의 말도 경청해야 하지만 기본 창간취지는 계속 가져가야 한다. 그 취지에 부합하느냐 안 하느냐에 따라 그들의 의견에 대한 우리의 수용 여부도 달라질 수 있다. 다양성만을 위해 어떤 기준 없이 수용하기는 어렵다.

사회: 한의계 중심축은 한의협에서 학교와 학회로 이동 중이다. 왜 이런 변화가 있다고 보는가?

천: 제도투쟁에 비해 학문투쟁이 더 어렵다. 한의계는 정부의 제도적 지원에도 불구하고 이렇다 할 학문적 성과나 국민보건과 관련한 결과물인 치료이론, 근거 등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그러니 학회의 중요성이 커졌고 권력이동이 발생했다.

임: 한의계가 위기를 맞았다는 인식이 한의사들 사이에 널리 퍼져있다. 이는 외부적 요인 이외에도 한의협이나 학회, 대학 등이 제 역할을 충분히 못했거나 열심히 했을지라도 일선 한의사들과 충분히 교감하지 못해서다. 한의협이든 학회든 학교든 총체적 난국을 극복해 나갈 동력이 주도권을 잡아야 한다. 대신 중심세력은 자신들에게 주어진 임무와 역할에 충실해야만 한다.

사회: 한의쉼터 등 한의사 커뮤니티가 활기를 띠고 있다. 이들 한의사들의 정서와 주장을 신문 지면에 흡수할 복안이 있나.

천: 커뮤니티의 활성화 배경으로는 실명과 익명성에 대한 장단점, N세대 확대 등을 꼽을 수 있다. 이들과의 원만한 소통을 위해서는 먼저 민족의학지에 대한 신뢰를 구축한 뒤 어떤 비판도 겸허히 수용하는 자세를 보이는 게 중요하다. 아직까진 한의쉼터 중심의 N세대와 민족의학지 간의 큰 벽은 없다고 생각한다. 다만 지금보다 좀 더 많이 그들의 얘기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임: 일단 신뢰를 얻어야 한다. 언젠가 직접 겪은 일인데, 한의쉼터 이용자들이 “민족의학신문이 한의쉼터를 모니터링하고 있다”며 경계하는 모습을 본 적이 있다. 우리 신문을 한의계 식구로 생각하지 않고, 오히려 경계하고 신뢰하지 않는 모습이었다. 민족의학신문의 진정성을 그들이 느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사회: 한의사 관련 커뮤니티들은 폐쇄적이다. 기성세대가 너무 권위적이어서 그런 것 아닌가.

천: 분명히 문화의 차이는 존재하고 세대 간의 정서 차이가 있다. 기존세대가 조직문화 중심의 정서라면 N세대는 개인의 권리와 복지가 우선이다. 신문은 이런 흐름을 따라잡아야 한다. 민족의학지도 창간 당시엔 상당히 개혁적이고 혁신적이었는데, 지금도 개혁정신이 살아있는지 검토할 필요가 있다.

임: 맞는 말이다. 물은 고이면 썩게마련이다. 끊임없는 자기 성찰이 필요한 이유다. 4~5년 전쯤 한의계에 여러 문제가 생겼을 때 한의협과 대화해 보고자 많은 한의사가 에이콤을 찾았지만 어느 누구도 적극 대화에 나서지 않았다. 기성세대와 한의협에 대한 실망감과 절망감이 쌓일 수밖에 없다. 한의쉼터도 여러 분란을 겪었지만 이를 수습해 나가는 과정을 젊은 한의사들이 역시 한의계 희망이지 않을까 싶다.

사회: 모든 분야에서 강력한 민주적 리더십이 요구된다. 한의계의 강력한 민주적 리더십은 무엇이라 보나?

천: 권위적 리더십은 채찍을 중시한다. 선후배 위계질서를 굉장히 중시하고 단선적이다. 이런 점을 의학과 관련시킬 경우 기존 의학계는 누가 먼저 얼마나 많이 경험을 해봤느냐가 핵심적인 요소였다. 이제는 후배들이 창조성을 발휘할 수 있는 문화풍토를 만들어 주는 게 강력한 민주적 리더쉽의 요체라 본다.

임: 십인십색 아닌가. 더구나 한의학은 학문 자체가 권위적이지 않아 한의계엔 귄위적 리더십이 존재하기 어려운 풍토다. 그렇다 보니 자기 영역에만 매몰되는 경향이 있었다. 지금은 공공의료 확대 등 타인에 대해 역동적이고 다양한 젊은 생각이 많은데, 신문은 이런 의견에 힘을 실어주면 좋을 것이다.

사회: 한약분쟁(93, 95~97) 이후 한의계에는 비전이 담긴 아젠다가 없다. 달리 말해 리더십이 부재한 상황이다. 민족의학신문이 내걸 아젠다는 무엇인가.

천: 창조적 개혁이다. 창조적 개혁의 실체는 코페르니쿠스적 인식의 전환에 있다. 한·양방이 서로 대화하고 공존할 수 있는 터전을 마련하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그때 비로소 한국의학은 정말 한·양방을 아우르는 세계 최첨단의 통합의학으로 발돋음할 수 있다. 고유성은 일반성을 담보할 때 더욱 빛나기 마련이다.

임: 아젠다 설정보다 더욱 중요한 게 아젠다를 이끌어 나갈 동력이다. 동력은 소통과 화합에서 나온다. 양방파, 한방파, 동의보감파, 사상파 등 한의계 내 모든 사람을 아우를 수 있는 최대 공약수를 찾아내면 현실에 대한 불만을 개선하고자 목소리가 하나로 모일 수 있다. 한의계는 외곽조직이 없고 정치적 후원조직도 없다. 대신 똑똑하고 에너지 넘치는 젊은 한의사들이 많으니, 민족의학신문은 그들에게 힘을 실어주고 격렬한 토론과 논쟁의 장을 제공할 필요가 있다.

사회: 언론의 속성은 홍보, 비판, 대안 제시다. 특히 언론에는 금기와 성역이 없어야 한다. 헌데 한의계는 비판을 비난으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강하다.

임: 비판할 게 있으면 비판해야 한다. 그것을 비난으로 받아들이는 건 개인의 문제다. 비판은 우리 한의계가 좀 더 바람직한 방향으로 나아가도록 이끌어 주는 자극제다. 언론의 비판기능은 투수의 견제구와 같은 것 아닌가.

천: 사실에 근거한 비판은 마땅하다. 매체의 권위를 유지하려면 문제제기에 앞서 철저하게 사실 확인에 나서야 한다.

사회: 정론을 펼치다 보면 간혹 이해 집단의 반발에 직면할 수도 있는데, 발행인으로서 20년 된 소나무처럼 버틸 자신이 있나?

천: 민족의학신문 답다는 얘기를 독자들에게 들을 수 있도록 노력해야한다. 신문의 자존심도 여기서 나온다. 부당한 외풍에 대해선 단호히 대처할 생각이다. 동시에 반론 정정보도에도 인색하지 않겠다. 신문의 진짜 주인은 독자들이기 때문이다.

사회: 상업적 마인드를 가진 개원의들이 속출하고 있다. 여기엔 분명 빛과 그늘이 있다. 이런 현상을 언론이 어디까지 수용해야 해나?

천: 수익 창출은 개원의에게 무척 중요하다. 다만 개인의 경제적 이익에만 집착하다 한의학의 공공의료 기능을 놓칠 경우는 경계할 필요는 있다.

임: 병원 운영의 상업성을 문제 삼을 수는 없다. 너무 상업성에 경도된 나머지 동료 한의사들의 명목을 깎아먹는 돌출행동을 한다면, 그런 대목엔 문제를 제기해야 한다. 쉬쉬 하는 게 능사는 아니다. 한의협이 제대로 제재하지 못할 경우 우리 신문이라도 지적해야 하지 않겠나.

사회: 한의계 전문지들은 일반 시민과 소통이 단절돼 있다. 이는 한의학에 대한 오해와 편견을 키우는 자양분이다. 이를 극복할 방안은 무엇이라 보는지.

임: 온라인을 활성화에 있다. 우리 신문도 홈페이지 개편을 준비하고 있지 않나. 바로 거기에 그런 소망이 담겨있다. 홈피를 개편할 때 일반인과 소통할 아이템, 예컨데 한의계 세계에 흥미를 유도할 아이템을 준비할 생각이다. 기자 개인의 블로그 활성화도 도모하겠다.

천: 우리는 전문지인 만큼 일반인과 소통할 신문은 아니라고 본다. 일반인과 소통은 다른 매체가 하면 된다. 차라리 한의협이 홍보기능을 강화하거나 한의사들이 좀 더 왕성하게 사회 참여활동을 벌이는 편이 낫다.

사회: 민족의학신문 정체성(한의학의 세계화, 인류 복지의 증진, 문화시대의 창조)은 사시에 담겨있다. 이는 여전히 유효하다고 보나. 아니면 변화가 있어야 할까?

천: 제호와 사시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지 않나 싶다. 특히 사시 내용이 다소 막연하다. 제호도 세계화 시대에 과연 부합하는지 토론해 볼 만하다.

임: 민족의학신문은 이미 브랜드 가치를 지니고 있다. 신자유주의 물결 때문에 민족이란 단어가 졸지에 촌스럽고 폐쇄적 느낌을 준다고 여기는 분들이 간혹 있는데, 이는 해석하기 나름이다. 한의학이 세계 보편성을 획득하더라도 민족의학 전통의학은 아닌가. 오히려 21세기 민족의학신문의 정체성을 세련되게 다듬는 게 더 필요한 작업이라 여긴다.

사회: 전임 발행인으로서 후임 회장과 신문사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무엇인가.

천: 의료보험확대추진본부가 구성되면서 허종회, 윤석용, 유기덕, 이범용, 황재옥, 권용주, 김영창 등의 동지들과 같이 활동을 시작해, 그것이 모태가 돼서 1989년 7월15일 민족의학신문이 창간이 됐다.
초창기에 나는 기자로 뛰었다. 기사 쓰고 편집하고 인쇄소 가서 교정 보고 발송까지… 모든 걸 한의사들이 다했다. 그 세월이 벌써 20년이다. 항상 하는 생각은 ‘혁신이 없으면 전통은 없다’ 였다.
특히 언론이 혁신을 하지 않으면 무자비한 도끼에 불과하다. 민족의학신문을 보고 정치권이든, 행정 당국이든, 대학 교수든, 연구원이든 자극 받지 않는다면 신문의 존재가치는 없다. 그래서 독자들에게 좋은 정보, 좋은 자극을 주기 위해 밤낮을 가리지 않았다.
임 회장도 끊임없이 창조적 파괴를 시도해 주기 바란다. 미국과 한국이 다른 점 하나는 미국에서는 매일매일 혁명이 일어나고 한국은 몰아서 몇 년에 한 번씩 혁명이 일어난다는 구절을 책에서 본 적이 있다. 민족의학신문도 날마다 혁신을 거듭하는 매체가 되기를 당부 드린다.

정리=최진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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