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성의 진료의 기술(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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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성의 진료의 기술(30)
  • 승인 2009.09.12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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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성

이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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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청은 그저 듣는 것이 아니다

표정 등 비언어적 표현이 말보다 강력한 메시지 전달
흰 가운은 환자보다 상위에 있는 벼슬의 상징 아니다
환자가 주요 내용 말할 때 주먹 쥐는 등 제스처 필요


듣는 기술(1)
진료실에서 환자의 마음을 얻기 위해선 환자의 욕구를 채워주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환자분들 중에는 원장님에게서 설명을 많이 듣고 싶어 하는 분들이 있는가 하면, 원장님이 자신의 말을 잘 들어주기를 원하는 분들도 있습니다. 그런데 진료시간이 짧다고 불평하는 환자들 가운데 대부분은 자신의 증상이나 상태에 대해 원장님이 충분히 주의를 기울이지 않았다고 믿습니다. 그러므로 잘 듣는 것이 환자의 마음을 얻을 수 있는 지름길일지도 모릅니다.

물론 그저 묵묵히 듣기만 하는 것이 능사는 아닙니다. 듣되 잘 들어야 합니다. “한 번 말하고, 두 번 듣고, 세 번 맞장구치라”는 말이 있습니다. 상대방에게 호감을 주는 커뮤니케이션을 하려면 반드시 마음 속에 꼭꼭 담아둘 경구입니다. 그저 듣는 것과 경청하는 것은 분명히 다릅니다.

커뮤니케이션 과정 속에서는 들을 때에도 말하게 됩니다. 다시 말하면 꼭 입을 통해 언어로 말하지 않아도, 듣는 중에 계속해서 비언어적 표현을 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대표적인 것이 표정, 자세, 시선과 같은 것입니다. 이것은 입으로 하는 말보다 더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해 줍니다. 비언어적인 표현이 적절치 않으면 상대의 말을 전혀 듣고 있지 않다는 메시지가 전달됩니다.

우선 자세에 대해 생각해 보죠. 원장님들은 대개 빙글빙글 돌아가고, 쿠션이 좋은, 검고 큰 의자에 앉습니다. 그 의자는 뒤로 쉽게 젖혀져 거만한 자세를 취하기에 딱 좋은 의자입니다.
반면 환자용 의자는 어떻습니까? 등받이도 없는 작은 의자를 준비해 두셨다면 시대착오적인 개념에 사로잡혀 있는 것입니다. 세상에 어떤 업계에서 손님을 이런 식으로 맞이합니까. 과거에는 가방끈이 짧은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그래서 어렵게 의과대학 공부를 한 의사에게 ‘의사 선생님’이라 부르며 깎듯이 받들었습니다. 이제는 상황이 달라지지 않았습니까. 흰 가운은 결코 환자보다 상위에 있는 벼슬의 상징이 될 수 없습니다. 환자는 우리 한의원에 의료서비스를 받으러 온 고객입니다.

만약 환자가 열심히 자신의 증상에 대해 말하고 있는데 몸을 뒤로 젖힌 채 볼펜을 까딱거린다거나, 팔짱을 끼고 있거나, 심지어 다리까지 꼰 채로 듣는다면, 원장님이 아무리 입을 다물고 환자의 말을 듣고 있더라도 환자는 안심이 되지 않습니다. 환자는 마음 속으로 (저 인간이 내 얘기를 듣고 있는 건가?) 하는 의구심이 끊임없이 솟아나기 마련입니다.

환자의 말을 들을 때, 결코 뒤집어지듯이 의자에 앉은 채 환자를 향해 고개를 삐딱하게 돌리지 마십시오. 대신 환자를 향해 몸을 살짝 기울이되, 환자의 정면을 향해 몸을 돌리십시오. 팔은 책상 위에 자연스럽게 팔(八)자 모양으로 올려 놓으십시오. 컴퓨터를 이용해 차팅하는 경우 환자의 얼굴과 정반대되는 위치에 모니터를 놓는 실수도 범하지 마십시오.

환자가 중요한 내용을 말할 때는 두 손을 힘 있게 맞잡거나 주먹을 쥐는 등 적절한 제스처를 쓰십시오. 환자가 괴로운 표정을 지을 때는 살짝 환자의 팔에 손을 대며 위로의 표정을 짓는 것도 좋습니다.


이 재 성
한의사, LK연구소 소장

前 MBC 라디오동의보감 진행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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