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비평] 懸吐國譯黃帝內經素問注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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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비평] 懸吐國譯黃帝內經素問注釋
  • 승인 2009.09.12 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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宇宙와의 깊고 오래된 對話
素問 注釋작업 완결본이자 마지막 유작

올 봄 갑작스럽게 운명을 달리하신 故 朴贊國 교수님의 <素問> 運氣七篇의 注釋書가 출간되었다. 이 책은 4년 전부터 이미 저자가 바쁜 임상진료 와중에 틈틈이 집필을 하여 어느 정도 완성을 하였으나 교정이 늦어져 출간을 미루다가 투병 중에 최종 교정을 마치고 출판사에 넘겨졌다. 이제는 저자의 마지막 유작이 되었다. 이미 출간된 <懸吐國譯黃帝內經素問注釋>과 함께 素問 注釋 작업의 완결본이다.

運氣學은 모든 사물과 현상의 운동 변화를 해석하고 설명함으로써 인간의 삶을 행복하고 풍요롭게 만들고자 하는 노력의 산물이라 할 수 있는데, 예부터 그 숨은 원리를 파악하기가 어렵고 또한 파악하였다 하더라도 현실에 활용하는데 깊은 지혜가 필요하였기에, 대부분의 일반 학자들이 신비롭게 여기고 한편으론 멀리하였던 미답의 분야였다. 이와 같은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환자를 치료하는 과정에서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하는 중요한 외부적 요인으로서 오래 전부터 인식되어 왔다.

저자는 서문에서 “해마다 運氣로 풀어서 질병과 맞추어 보면 꼭 맞는다고 말하기 어려운 부분이 많다”라고 하여 運氣學 연구의 어려움을 토로하고 있으나, 이는 한편으로 한 인간의 예지만으로는 다 파악할 수 없는 우주자연의 무한성을 그대로 정확히 표현한 것이라 할 수 있다. 또한 저자는 제시하기를, 運氣學을 운용할 때에는 <黃帝內經>에 나온 대로만 하기보다는 실제 자기가 거주하고 있는 곳의 기후를 스스로 관찰하고 이를 분석하여 임상에 응용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하였다. 이는 단지 가만히 서서 계절이 바뀌고 시간이 흐르는 것을 바라보기보다는 능동적으로 관찰하고 생각하는 인간의 노력을 강조한 것이다.

우주가 만약 情을 가지고 있다면, 그 情은 인간을 포함한 만물을 낳아서 양육하려는 마음일 것이고, 그것은 또한 우리를 어루만지는 덥고 춥고 따뜻하고 시원한 손길이며 우리에게 건네는 다정한 대화의 말 한마디일 것이다. 한의학도로서 天地公事에 合參하고자 하는 聖人의 師道를 따른다면 하늘의 부름에 응하고 땅의 부름에 對하여 자연과 함께 호흡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오래 전 <內經>을 지은 옛사람들도 그러하였으며 생전 고인의 삶도 그러하였다.

注釋을 천천히 읽어가다 보면 저자가 자연과 함께 나눈 대화의 향취를 느낄 수 있으며, 환자의 고통을 조금이라도 덜고자 하는 醫者로서의 애틋함을 읽을 수 있다. 물론 일찍이 본인이 밝힌 陰陽五行論과 三陰三陽論에 대한 해박하고 명쾌한 지견이 사이사이에 녹아들어 있어서 읽는 이의 목마름을 해소시켜 주는 것은 또 하나의 알찬 소득이기도 하다.

과학이 모든 것을 지배하는 숨 막히는 시대를 살면서, 잠시 그대와 마주 앉아 탁자 위에 따뜻한 차 한 잔과 책 하나를 펼쳐 놓고 가만히 숨 쉬며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 것은 단지 나 혼자만의 바람일지….


백유상
(경희대 한의과대학 원전학교실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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