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원가의 名人을 찾아서9] 전창선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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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원가의 名人을 찾아서9] 전창선 원장
  • 승인 2009.09.12 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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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일질환 전문 한의원으로 위기 넘어야죠”
“내 역할은 단일질환 한의원 인큐베이터”
“자식에게 부끄럽지 않은 한의사가 되자”

“일반 소비자의 입장에서 봐야죠. 단일질환으로 이름을 알리는 한의원들이 많아져 치료효과가 뛰어남을 보여준다면 국민들의 한의학에 대한 인식도 바뀔 겁니다. 바로 치료에 대한 신뢰성을 얻게 되는 것이죠.”

흔히 거리에서 보이는 한의원들 간판에는 여러 진료과목이 한꺼번에 써 있다. 과목 별로 전문화된 양의학과 달리, 한의학 분야는 모든 질환을 다 볼 수 있는 보편성을 갖는다. 변증을 잘 해내면 과에 상관 없이 치료효과를 볼 수 있는 것이 한의원의 장점이기도 하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이러한 장점은 한의원들이 계속 늘어나면서 경쟁이 가속화되는 단점으로도 작용한다. 여기에 한의학에 대한 양방의 공격은 가속화되고, 한의학계의 파이는 점점 줄어드는 상황이다. 점입가경이다.

전창선 튼튼마디 한의원장(48)이 주목한 것은, 이제는 단일질환으로 한의원 주력 진료분야를 내세우자는 것이다. 그는 “여러 병을 다 고치는 시대는 지났다. 소비자 입장에서 보면 특정 질환을 잘 치료하는 한의원을 찾아가지 않겠냐”고 한다. 여기다 양방이 쉽게 고치기 힘든 질환에 주목하면 경쟁력은 더 강화된다는 주장이다.

그가 퇴행성 관절염 전문인 튼튼마디 한의원을 오픈하게 된 것도 이런 생각에서 기인한다.

코질환(비염), 불면증도 그가 주목했던 단일질환이다. 벌써 전문 한의원도 만들어졌다. 그는 단일질환 전문 한의원을 인큐베이팅 하는 역할을 맡았다.

전 원장과 함께 질환 별 처방 및 치료법을 상의한 후배 한의사들은 약산한의원 클리닉에서 단일질환에 대한 처방실력을 쌓은 후 개원가에 나가게 된다. 실패 확률을 줄이는 체계이다. 앞으로 간질환 전문 한의원, 임산부+신생아 관리 전문 한의원, 부인과 질환 전문 한의원 등이 속속 만들어질 것이라 하니 그의 머리 속에 그려져 있는 큰 그림의 실체가 하나씩 드러나고 있는 셈이다.

그가 단일질환 전문 한의원을 계속 만들어 내는 것은 함께 한의학의 위기를 극복해 나가는 바람에서 출발한다. “한의학 관련 뉴스가 나와도 채널을 돌리지 않아도 될 만큼, 또 한의사라서 자랑스럽다는 얘기를 아이한테 들을 수 있을 만큼 부끄럽지 않은 한의사가 되자”는 것이다.

“단일질환을 잘 치료해 국민의 머리 속에 특정 질환=특정 한의원 이라는 공식이 각인된다면, 어려운 개원가가 위기를 극복할 수 있지 않을까요?”

보통은 전면에 나서지 않고 조용하게 진료와 강의에 전념하지만 그가 나설 때는 한의학이 양방의 공격에 의해 왜곡될 경우다. 즉 “한약을 먹으면 간이 나빠진다”는 말이다. 대꾸할 가치도 없는 양방의 공격이지만 문제는 일반인의 인식이 그렇게 바뀌어간다는 것. 때문에 그는 요즘 간질환 치료만 하고, 곧 개원하게 될 간질환 전문 한의원(헛개나무 한의원)에서는 다른 한의원들이나 국민, 양방의들에게 처방을 모두 공개할 생각이다. 외부의 한약에 대한 오해와 왜곡된 시선을 거두기 위해서다.

간을 건강하게 만드는 처방은 주로 “미강, 인삼, 맥문동을 발효한 기본방”에다 변증에 의해 몇 가지를 더하게 된다. 전 원장은 이처럼 한약을 많이 처방하지 않는다. 그가 같이 공부하는 후배들에게도 처음에 당부하는 말이 “약재를 5가지 이상 쓰지 말라”는 것이다.

그는 중경방을 주로 쓰는데, 그 이유는 “치료 위주, 즉 전투형 처방이기 때문”이다. 상한론과 금궤요략에는 잡병을 고칠 수 있는 방법이 담겨 있고 이를 팔강의 개념으로 분석한다.

침을 사용하지 않는 것도 그의 특징 중 하나다. 주로 내과질환을 보기 때문에 한약처방이 그의 무기다. 그는 “침과 뜸, 모두 훌륭한 한의학 치료법이다. 각기 자신만의 특기가 있는 것이 아니겠느냐”며 웃었다.

사실 그의 처방의 차별성은 ‘비수론(肥瘦論)’에 있다. 이 개념을 기본에 두고 상한론과 금궤요략에 나오는 처방을 활용한다는 점에서 전 원장만의 처방법이 생긴다. 비수론의 출처는 동의보감 등 각종 원전들이지만 가장 중요하게 판단된 적은 없었다.그가 확대, 발전시킨 이론이다. “한의학은 형이상학적인 특성을 갖고 있는데 여기에 비수론을 적용하면 진단이나 처방이 쉽고 명쾌해 진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치료율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기존 의서의 처방에 들어가는 약재가 10~15가지 정도인데, 저는 이 처방들을 줄여 몇 가지만 사용했어요. 여기에 한두 개씩 첨가하면서 반응을 보았더니 반응이 극과 극이었습니다. 부작용이 있는 반면 효과가 매우 빨리, 그리고 크게 나타났습니다. 사람이 살이 찌고 마르고에 따라 효과가 차이 난다는 것을 깨닫게 됐죠.” 예를 들어 뚱뚱한 사람에게는 성질이 매운 약재(건강, 마황, 창출 등)를, 마른 사람에게는 질윤(質潤)한 약재(당삼, 맥문동, 생지황, 인삼, 아교 등)를 쓴다. 이를 반대로 쓰게 되면 부작용이 난다고 한다.

처방의 즉효성이 어느 정도인지 가늠할 수 있는 일화를 하나 소개했다. “한의원 여자환자의 4살 정도 아이가 급성폐렴으로 한의원에 업혀왔어요. 모 대학병원에서 대기가 길어지자 그 어머니가 나를 믿고 데려온 거죠. 첩약을 처방해 먹이라고 줬더니 다음날 멀쩡하게 걸어서 왔습니다.”

그의 임상처방 경험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한 것이 바로 비수론이다. 살이 찌고 마른 것은 가늠하기 쉽기 때문에 일선 한의사들도 쉽게 사용할 수 있다고 그는 설명한다. “비수론을 활용하자는 취지는 神醫가 되자는 것이 아닙니다. 醫工를 만들자는 것이죠.” 한의사마다 능력의 편차가 생기는 것을 막고, 쉬운 방법으로 높은 치료효과를 담보할 수 있는 이론이 바로 비수론이라는 얘기다.
그는 한의학이 뛰어난 치료기술을 가진 의학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의료시장에서 지금처럼 낮은 점유율로는 외부에서의 공격에도 당당하게 목소리를 내기가 힘들 수밖에 없다.

비수론의 적극 활용, 단일질환 전문 한의원의 대중화를 통해 한의계가 위기를 극복해 가는 원동력으로 작용될 수 있다면 더없이 기쁠 것이라며 그는 이렇게 말했다. “의료시장은 소비자가 만들어 가는 겁니다. 우리가 치료의학으로서의 한의학의 장점을 살리고, 치료효과를 증명해 보이는데 끊임없이 노력한다면 양의계의 왜곡이나 공격에도 물러서지 않고 당당하게 맞설 수 있고 또 국민들로부터 변함 없는 사랑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 믿습니다.”

이지연 기자
leejy7685@mjmedi.com

취재후기

전창선 원장은 다양한 이력을 갖고 있다. 베스트셀러 작가로서의 면모가 단연 돋보인다. 그와 어윤형 원장이 함께 쓴 음양 시리즈(음양이 뭐지, 오행은 뭘까, 음양오행으로 가는 길)는 전국 한의대생들의 한의학 입문서이자 필독서로 꼽히며, 일반인들에게도 한의학의 이해를 돕는 책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책이 출간될 당시 교보문고 베스트셀러로 등극했었다 하니, 실용서도 아닌 한의학 이론에 관한 서적으로서는 드문 일이다. 그의 필력을 확인할 수 있는 또 다른 책이 11월쯤 나온다. 이번에는 한의사를 위한 비수론 입문서다.

한약재 회사 옴니허브의 허담 사장과의 인연도 한의계에는 잘 알려져 있다. 20대 후반부터 전 원장과 어 원장, 허 사장은 임상능력을 키워보자며 약재에 대해 심도 깊은 공부를 하기위해 전국 방방곡곡 뿐만 아니라 멀리 중국에까지 가 직접 한약재를 살펴보고 느끼고 맛보았다고 한다. 그는 “산에서 창출을 직접 캐내 맛을 보았을 때의 혀가 얼얼했던 느낌이 지금도 남아 처방을 할 때마다 생각나곤 한다”고 전했다.

전 원장과 어 원장, 허 사장의 인연은 약산약초교육원에서 한의사들을 대상으로 ‘상한론과 비수론, 우주 변화의 원리, 살아있는 본초’를 주제로 강의를 함께 하는 것으로 이어졌다. 거창의 맑은 하늘을 보며 우주 변화의 원리를 깨우치고, 지천에 널려 있는 약초를 보면서 살아있는 본초의 형색기미와 성정을 느끼고, 상한론을 관통해 비수론에 의한 처방까지 함께 배울 수 있는 강의는 한달에 한 번씩 거창군 보해산 중턱에까지 한의사들을 불러모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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