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무실한 학회들 임의학회 난립 부추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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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무실한 학회들 임의학회 난립 부추겨
  • 승인 2009.09.04 1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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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술행사 등 학회 평가에 엄격한 잣대 적용해야

자체 정화작용 부재로 각종 학회 부침 심각
정체성 학술토대 부족해 특정인 단체로 변질
대한의학회 퇴출 등 극약처방도 서슴지 않아

9월이면 각 분과 학회가 추계학술 관련 행사로 바쁘다. 헌데 일부 학회는 조용하다. 춘계 추계로 나눠 학술세미나(보수교육)를 여는 학회들에 비하면 한산한 느낌마저 준다. 설령 학술행사를 열지라도 연구결과를 공유하는 세미나가 아니라 새로운 임상요법과 그에 따른 임상치험례 소개, 재탕 식 연구내용 발표가 반복되는 형편이다. 그야말로 무늬만 학술행사인 셈이다.
신 임상기법은 자칫 의료사고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 검증되지 않은 치험례만 앞세우기 때문이다. A씨는 “학회가 학술적인 목소리를 잃어가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학회 임원인 B씨는 “학회 난립이 초래한 결과다. 학술성과를 둘러싼 치열한 논쟁은 사라지고 강연이 그 자리를 메우는 실정인데 이는 학회에 대한 불신감을 키울 뿐이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민족의학신문이 올해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본지 719호 참조) 학술행사의 문제점으로 ‘자료나 통계의 신뢰도가 낮다’는 답변이 22.3%에 이르렀다.
유명무실한 학회들 때문에 각종 연구회와 임의학회가 우후죽순으로 생겼다. 부침이 심할 수밖에 없다. 새로 생긴 학회들과 사라지는 학회들이 비례할 정도다. 물론 임의학회들의 범람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시각도 있다. 장규태 한의협 학술이사는 “학술활동의 활성화라는 측면에서 볼 때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평한다.
하지만 학문의 정체성도 없이 특정인을 주축으로 한 임의학회가 정식학회로 인준 받는 경우 얘기는 달라진다. 몇몇 학회는 사조직처럼 운영돼 정파성만 키우고 한의계 대립과 반목을 조장하거나 변변한 학회지조차 내지 못하고 있다. 한의학회 임원을 지낸 D씨는 “학회라면 적어도 학술진흥재단(현 한국연구재단)의 학회지로 등록할 정도의 질을 담보해야 한다”며 비판의 날을 세웠다. 윤상협 한방내과학회장도 “학회 인준과정에서 심사권한을 가진 한의학회나 인준 통과를 결정하는 분과학회가 보다 냉철한 자세를 보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학회라고 보기 어려운 학회들이 버젓이 존재하는 건 한의학회 책임이 적지 않다. 한의학회는 그동안 학술활동 등 학회 평가에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지 못했다. 여러 학회가 학회지 미발간, 학회활동 미보고 등 징계대상이 됐지만 내부 논의에 그쳤을 뿐 실제 징계(등급 강등·인준취소)로 이어진 경우는 8개 학회에 불과하다. 그 같은 조치도 올해 처음 나왔다.
반면 대한의학회는 한의학회와 달리 분과 별 학회 인준과 심사가 무척 까다롭다. 학회가 존속하려면 최근 3년 간 학술활동 평가점수, 최근 3년 간 학술대회 개최 실적, 최근 3년 간 학회지 발간 실적 등 6개 항목(200점 만점) 평가에서 120점 이상을 얻어야 한다. 그 바람에 작년 초 산하 3개 학회가 퇴출되기도 했다. 자체 정화작용을 위해 극약처방을 서슴지 않는 것이다.
한의학회 임원을 지낸 D씨는 “우리도 학술활동이 시원치 않은 정회원 학회는 준회원 학회로, 준회원 학회는 인준을 취소해야 한다”며 “8개 학회 징계는 당연한 일을 한 것이고 앞으로도 엄격히 규정을 적용해 학회 활성화를 도모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징계가 최선책이란 시각에 부정적인 의견도 있다. 한창호 대한한의학회 제도이사는 “대한의학회는 의학아카데미를 통해 학회활동을 교육하고 학회들의 모범사례를 보고하는데 한의학회도 학회활동을 장려하는 내부적인 교육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고 역설했다.
학회의 학술활동은 한의학계 발전의 토대다. “학회는 논문으로 존재가치를 증명해야 한다”는 B씨의 지적에 한의학회와 분과학회들은 귀 기울여야 한다.

이지연 기자leejy7685@mj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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