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방의료관광 ‘빛 좋은 개살구’ 될 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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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방의료관광 ‘빛 좋은 개살구’ 될 판
  • 승인 2009.09.04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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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환자 유치에만 올인…한방 인프라 구축 미흡

한반도가 때 아닌 의료관광 열기에 휩싸였다. 지난 5월 ‘외국인환자 알선·유인 금지에 관한 의료법’이 개정되면서 ‘메디컬 투어리즘’ ‘웰니스’ 등 의료관광 관련 단어들이 난무한다. 한의계도 한방의료관광에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한방의료 서비스 설비나 경험이 전무하다시피 해 한방의료관광이 개원가의 희망이 되기는커녕 빛 좋은 개살구로 전락할 가능성이 짙다는 게 한의계 중론이다.
현재 한방 관련 특구으로는 제천시, 진안군, 산청군, 영천시 등 총 15개 지역이 선정됐다. 이들 대부분이 국비와 지자체 예산, 민간투자를 합쳐 많게는 200억 이상 적게는 60억 규모의 지자체 한방 인프라를 구축하고 있다.

한방지역특구 난립 전국에만 15개
약초전시 등 차별화된 서비스 부재

이들 지자체가 준비 중인 한방 인프라는 약초 생산, 템플스테이, 한약재 박물관, 휴양림 등으로 서로 비슷비슷해 차별성이 없고 한의사가 외국인을 진료하고 요양을 병행하는 연계시스템은 아직 부재한 상황이다. 충북 제천의 한 관계자는 “각 지자체가 정부 예산을 받아오기 위해 경쟁적으로 (한방특구)신청을 했고 결국 한방 특화도시가 난립하게 됐다”며 “막상 간판은 내걸었지만 이렇다 할 한방 인프라가 없다 보니 지역 특산품 중에 한약을 생산하거나 관광코스를 만드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한방 관광특구가 수익을 창출하기 위해선 외국인 환자가 1차진료를 수도권에서 받고 2·3차진료를 지역으로 내려와 휴양을 통한 치료활동에 나서야 한다. 정재환 지식경제부 지역특화발전특구기획단 사무관은 “태국의 경우 관광객의 40% 정도가 외국인 환자인데, 이들을 대상으로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JCI(미국국제의료기관평가위원회) 승인을 받은 병원이 4곳”이라며 “고비용을 감수하고도 일본이나 미국인 환자들이 이들 병원에서 1차치료를 받은 뒤 전통마사지나 메디컬 스파 서비스를 제공 받듯이 한방관광의료 역시 의료기술과 연계 없이는 성공 여부가 불투명하다”고 설명했다.

한의학 관련 정책적 제안절실
한약제형변화·이동진료 허용

한의사들은 의료관광정책이 단순히 양의학의 메디컬 투어리즘 가이드라인을 벤치마킹한 수준에 불구하고 ‘의료’ 부분에 대한 고민보다 관광요소에만 신경을 쓰고 있다고 지적한다. 김현수 대한한의사협회장은 “인도는 아유르베다, 태국은 성형과 전통마사지, 싱가포르는 샴쌍둥이 외과수술 등 각 나라마다 의료관광을 위한 특화사업으로 인지도 상승에 성공했다. 이에 반해 한방의료관광은 한의학 고유 특성을 살리려는 노력과 고민이 아직 미미하다”며 “최근 의료 안전성과 환자 생명과 건강을 중시하는 홀리스틱 웰니스(holistic wellness)가 의료시장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는 만큼 한의학 장점과 특성을 알릴 수 있는 브랜드 개발과 전문인력 개발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이은미 (사)한방의료관광협회 이사장도 “한의계는 국제의료사고나 분쟁을 조정할 전문가 집단이나 어려운 상병명 등을 환자들에게 알기 쉽게 설명할 통역사도 제대로 육성하지 못하고 있다”며 “이제라도 빨리 한의사의 전문의료기술과 관광서비스가 어떻게 연계할 수 있는지를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역설했다.
전문가들은 의료와 서비스 연계방안으로 우선 한약제형의 다양화를 꼽는다. 한약은 기존의 탕약과 환제 형태에서 벗어나 과립제, 젤리, 주스 등 다양한 제형의 변화를 추구하면 복용의 편의성을 높이고 맛과 향에 대한 불만도 해소할 수 있다.
한의사의 이동진료 허용은 지자체 한방특구의 전문의료인 부재를 해결할 방안이라고 한의계는 입을 모은다. 공중보건한의사나 지역 주재 한의사가 템플스테이나 스파에서 진료활동을 할 수 있어야 한방 특성을 살린 관광서비스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박용신 한의사는 “한의사와 한의학 기술이 빠진 한방의료관광은 메디컬 투어리즘의 고유한 특성을 살릴 수 없다”며 “정부는 이제라도 한의계의 정책 제안을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최진성 기자 cjs5717@mj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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