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비평] 왜 조선은 정도전을 버렸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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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비평] 왜 조선은 정도전을 버렸는가?
  • 승인 2009.08.28 1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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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사·정사 교직한 역사적 실체 탐험
조선역사의 56가지 진실 혹은 거짓

조선 건국의 주역들은 고려를 극복하고 이상과 현실에 맞는 새로운 국가 건설의 목표를 어떻게 달성할지에 대해 적극적인 사명의식을 가지고 있었다. 이런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삼봉(三峰) 정도전(鄭道傳) 만큼 열정을 보인 인물이 조선 전체를 통해 또 있을까? 삼봉은 조선시대를 열어가는 개국 초기에 정치 사회 등 각 분야에 걸쳐 지대한 영향을 미쳤기에 이 책에서는 그의 이름을 제목으로 거론하지 않았을까 싶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조선시대 전반을 살아있는 역사책으로 되살려 냈다. <조선왕조실록>을 중심으로 야사(野史)와 정사(正史)를 비교하는데, 그 흥미진진함이 책을 단숨에 읽어낼 정도다. 뛰어난 필치로 역사적 진실을 찾아나가는 정연한 논리가 읽는 맛을 더한다. 저자가 오랜 기자생활을 거쳐서인지, 권력자 그 이면에 담긴 진실과 거짓을 정사와 야사의 비교 분석을 통해 새롭게 재구성한 면모들이 맛깔스럽다.

특히 우리에게 흥미를 돋우는 의학 분야도 소홀히 다루지 않았다. <진맥도결(診脈圖訣)>을 찬집했던 정도전 뿐 만 아니라 천한 노비 출신이던 양홍달(楊弘達)과 그의 두 아들 양제남(楊濟南)과 양회남(楊淮南), 그리고 그의 아우 양홍적(楊弘迪)과 친척 양홍수(楊弘遂) 등이 모두 의술로서 뛰어난 족적을 남겼음을 상세하게 서술하고 있다.

<진맥도결>은 질병 관찰의 기준이 되는 맥(脈)에 관한 사항을 일목요연한 그림으로 표현하였다는 점에서, 나중에 허준(許浚)이 <찬도방론맥결집성(纂圖方論脈訣集成)>을 완성하는데 직·간접으로 영향을 미쳤음을 짐작케 한다. 또한 양씨(楊氏) 일가는 <동의보감(東醫寶鑑)>의 성서(成書)에 영향을 미쳤던 <의림촬요(醫林撮要)>의 저자인 양예수(楊禮壽)와 같은 일족이니, 그 집안이 얼마나 후대에 큰 영향을 주었는지 알 만하다.

여러 질환 가운데 치통만 주제로 삼아 기술한 점도 재미를 더하는데, 세조 성종 연산군 중종 광해군 현종은 모두 치통을 앓았다. 예컨대 세조는 이앓이를 다스리기 위해 여의(女醫)를 제주도에까지 물색했고, 성종은 명나라 사신에게 치통약을 구하고자 했으나 결국 제주 의녀 장덕(長德)에게서 효과를 보았고, 그 후에 장덕의 기술을 전수 받은 노비 귀금(貴今)을 면천시키고 여의로 임명할 정도로 이앓이로 고생을 했다.

또한 중종의 치통에 내의원 제조(提調) 강현(姜顯)의 처방인 옥지산(玉池散)과 청위산(淸胃散), 그리고 뇌아산(牢牙散) 등은 한의학의 새 영역으로 오늘날 상고해 볼 가치가 있다. 허준도 광해군의 치통은 해결하지 못했기에, 간단한 이앓이도 치과에 의존하는 오늘날 이 책은 우리에게 많은 시사점을 던져주고 있다.

金洪均(한국전통의학史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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